희생자 재심의 포석?...도민사회 반발 확산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실무위원회는 6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별관 청정마루에서 회의를 갖고 관련 내용에 대한 안건을 다루면서 관련 사안의 '위법성'을 역설했다.
이날 실무위에서 김용철 4.3지원과장은 사실조사가 이뤄지게 된 배경에 대해 "4.3희생자 국가추념일 지정 입법예고시 일부 보수단체가 4.3희생자로 결정된 53명에 대해 희생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에서는 일단 국가추념일 먼저 지정하고 추후에 조사하겠다는 조건부로 국가추념일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4.3중앙위원회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나 간담회 등을 거쳤고, 중앙위가 최종 심의하겠다고 결정해 행정자치부 명의로 지난달 23일 사실조사와 관련한 공문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무위원들은 조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점을 적극 내세우며 강한 반대의지를 표명했다.
양동윤 위원은 "국민으로서 민원제기를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은 법률에 의해, 법치에 의해 다뤄져야 한다"면서 "민원도 예외일 수 없다. 사실조사라는 것이 실무위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즉, 4.3특별법에 의해 희생자가 결정됐음에도, 이에 불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양봉천 위원은 "때만 되가면 보수단체들이 이러는 것은 유족으로서는 참 듣기 실은 말 중 하나"라며 "이는 부관참시(剖棺斬屍,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주검을 벤다는 의미의 고사성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 아니냐. 이런 행동이 있어선 안된다"고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동만 위원도 "4.3을 관용과 화해의 정신으로 풀어가자고, 도지사가 제시했는데, 일부 희생자에 대해 사상검증을 하자는 얘기를 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제주를 대표하는 중앙위원회가 왜 이에 동의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창 발언이 오갈쯤 실무위는 관련 발언을 자제토록 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약 2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다수의 위원들도 조사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추후 관련 내용을 갖고 재차 논의키로 했다.
앞서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3일 제주자치도에 '제주4.3 민원해결을 위한 사실조사 공문'을 발송하고, 4.3희생자로 선정된 1만4000여명 중 일부에 대한 사실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했다. 그동안 숱한 민원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조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행보는 4.3특별법에 의한 결정에 전면 대치하는 것이어서 비판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사실조사 요구는 실질적인 희생자 재심의 절차로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