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김만덕 기념관, 도대체 누구를 기리기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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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김만덕 기념관, 도대체 누구를 기리기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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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호 /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문위원

만덕 할머니 영정을 모신 「만덕관」이 사라봉 모충사 경내에 사당과 같은 조그마한 건물로 있었는데, 수많은 물자들이 오가고 그것을 중계하는 객주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의 관문인 산지항(현재 제주항) 인근에 지상 3층의 큰 건물을 지어 「김만덕 기념관」으로 지난 해 5월 개관하였다.

첫째 내가 중앙 고관대작의 여시종이란 말이더냐?

사당이든 기념관이든 안방에는 기리고자하는 주인공이 모셔져야한다.

그러니 「김만덕 기념관」이면 응당 안방에는 만덕 할머니 영정이 모셔져야하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기념관 3층 안방 정면에는 당시 만덕 할머니의 선행을 칭송하는 글과 시를 썼던 좌의정 채제공과 실학자 정약용, 박제가의 기록과 영정이 측면에는 정조대왕의 기록과 영정이 모셔져 있고, 우리의 주인공인 만덕 할머니의 영정은 안방 문 앞 복도 왼편에 세워져 있으니, 이야말로 주객전도, 조연이 안방을 차지하고 주연을 복도로 내친 격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 백억을 들여 그리 크게 기념관을 지은 이유가 중앙의 고관대작을 모시기 위함인가? 아니면 할머니를 그들의 여시종이나 지금의 가정부로 쯤으로 폄하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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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에 세워진 김만덕 영정(사진 왼쪽), 안방에 모셔진 중앙 고관대작들의 영정과 기록(사진 오른쪽). ⓒ김정호
둘째 내가 누구의 의붓딸(다심똘)이더냐?

제가 2012년 「할머니의 존칭 바르게 쓰기」에 대하여 몇몇 일간지에 기고를 한 이후 할머니의 존칭과 직함이 바르게 쓰여지고 있는데, 아직도 「김만덕 객주」 안내간판은 한글로「제주의녀 김만덕객주 재현」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르게 쓰기에 앞장서야 할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리위탁을 맡고 있는 김만덕기념사업회가 도민의 혈세를 써 가면서 앞장서 잘 못 홍보하고 있는 것은.....

안내간판의 ‘의녀’가 의붓딸을 뜻하는 의녀(義女)인가? 아니면 의술을 익혀 내의원에서 심부름하던 여자를 뜻하는 의녀(醫女)를 말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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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녀 김만덕객주 재현' 안내 간판 ⓒ김정호
셋째 만덕 할머니의 존칭, 직함을 바르게 씁시다.

우리나라 어문 규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① 의녀(義女)는 의붓딸이라는 의미밖에 없으며, ② 의녀(醫女)는 조선 시대에 간단한 의술을 익혀 내의원과 혜민서에서 심부름하던 여자. 뒤에 차차 기생과 같이 대우되어 의기(醫妓)라고도 불리었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아는바와 같이 만덕 할머니는 의붓딸을 뜻하는 義女도 아니요, 醫術을 베풀었던 醫女도 아닌데 왜 만덕 할머니를 義女 또는 醫女라고 잘못 사용하여 왔을까요?

① 의녀(義女)가 의붓딸이라는 의미밖에 없는 것을 모르고, 의로운 일을 한 사람 의인(義人)은 남·여에게 공히 사용하는 말인데, 남존여비 사상에 깊이 빠져있던 우리 선인들이 단순하게 옳을 義자만 염두에 두고, 남자는 義人으로 여자는 義女로 구별하여 잘못 쓰여 왔던 것으로 보이며,

② 의녀(醫女)는 임금에게 제수 받은 할머니의 직함이 「의녀반수(醫女班首)」이기 때문에 의술을 베풀었던 醫女로 생각하여 잘못 쓰여 왔던 것으로 보이고,

③ 한글 ‘의녀’는 개념이 없거나, 특히 근래에 와서 왜 만덕 할머니를 의붓딸인 의녀(義女)로 잘못 쓰느냐고 지적을 받으면, 무식함을 면피하기 위하여 양심을 속이며 의원醫자를 들먹이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결론입니다.

“의녀(義女) 김만덕”으로 쓰는 것은 김만덕은 의붓딸(다심똘)이라고 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할머니와 그 가문을 욕보이는 것입니다.

또한 만덕 할머니는 의술을 베푼 의녀(醫女)가 아닙니다. 당시 양인은 임금님을 알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조 임금께서 만덕 할머니에게 내의원 首長인 「醫女班首」라는 직함을 내리고 임금을 배알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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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문위원
그러니, 만덕 할머니에게는 한자로 義女, 醫女라든가, 뜻이 맞지 않는 한글 의녀도 쓰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럼 어떻게 써야 할까요? 존칭으로 쓴다면 「의인(義人) 김만덕」으로, 직함으로 쓴다면 「의녀반수(醫女班首) 김만덕」이라고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간호사를 간호사로 쓰면 안 되겠지요.

(참고) 모충사 할머니의 묘비 탑에도 「義女班首 金萬德 義人墓」로 표기됨.

「거상 김만덕」이라고 쓰는 것은 2010년 KBS에서 「거상 김만덕」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인데, 만덕 할머니의 재물을 모은 상재보다는 구휼을 통한 나눔과 베풂의 봉사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 하여는 역시, 존칭은 「의인(義人) 김만덕」으로, 직함을 쓴다면 「의녀반수(醫女班首) 김만덕」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김정호 /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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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6-01-06 17:41:15 | 122.***.***.109
높은 관심에서 우러난 좋은 지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