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탄저균 거짓말' 들통…17차례 탄저균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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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탄저균 거짓말' 들통…17차례 탄저균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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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오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는 우리 외교·안보의 '무능함'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미국 측의 정보 제공 없이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반도 내 미군 실험을 파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탄저균과 함께 페스트균 샘플까지 배달됐다는 점과 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국내에서 총 17차례에 걸쳐 탄저균 시험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주한미군은 "탄저균 시험이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는데, 결국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향후 주한미군으로 반입되는 생물학 검사용 샘플의 한국 내 반입 절차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강제 조항이 아닌 데다가 이마저도 미국 측의 협조가 없으면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관련 탁송품의 세관 검사를 제한하고 있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한미동맹의 차원에서 SOFA 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한미 합동 조사 결과 믿을 수 있나?

한미 합동실무단이 1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5월20일과 5월26일 두 차례에 걸쳐 오산기지에서 탄저균 및 페스트균 샘플을 사용한 시험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주한미군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5차례에 걸쳐 사균화(死菌化)된 탄저균 검사용 샘플을 이용한 시험을 진행하고 해당 샘플을 폐기했다.

결과적으로 총 17차례 시험이 이뤄진 셈인데 이는 주한미군사령부의 기존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 앞서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5월29일 "탄저균 시험이 올해 오산기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거짓 해명'인 셈이다.

한미 합동실무단은 2009년 이전에는 한반도 내에서 생물무기 관련 시험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대부분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이뤄졌으며, 과거 반입사례의 경우 직접적인 조사가 어려워 미국 측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미 합동실무단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반입된 독성물질의 반입 과정이나 어디에서 시험이 이뤄졌는지, 샘플 처리와 폐기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도 지난 5월 오산기지에 탄저균뿐 아니라 페스트균 샘플이 들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거에도 또 다른 독성물질이 반입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발 방지 대책 효과 있을까?

한미 양국이 마련한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양국이 마련한 합의권고안에는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우리 정부에 발송·수송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 ▲한 쪽의 요청이 있을 시 빠른 시일 내에 공동 평가 실시 ▲관세청이 물품 검사를 희망하는 경우 주한미군 관세조사국과 협조해 합동 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는 주한미군이 향후 검사용 샘플을 국내로 들여올 때 '일방적으로' 우리 측에 통보하고, 만약 문제가 생기면 '공동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즉, 주한미군의 샘플에 대해 우리 측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주한미군이 제공하는 정보에 국한되고, 뒤늦게 문제를 파악하더라도 미국 측과 함께 진상 규명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사균화된 검사용 샘플에 대한 안전절차를 강화한 전례 없는 조치"라고 자평했지만, 이마저도 '권고'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를 어길 경우 어떤 대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SOFA 개정 여론 높아질 듯…"한미동맹 차원에서 신중해야" 반론도

결국 이번 사고는 검역주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SOFA 9조5항(통관 및 관세와 관련 조항)은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미군 구성원, 공용 봉인이 있는 미국 군사우편, 미군 군대에 탁송되는 군사화물은 세관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이 바뀌지 않는 한 탄저균이 또 다시 국내로 배송되더라도 세관을 그대로 통과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권고안에 따라 우리 측도 사균화된 샘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실제 사균화 여부나 유해성 여부 등은 여전히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즉각적인 SOFA 개정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한미동맹의 '신뢰'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생물실험을 진행한 것에 대해 동맹국의 입장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도와주러 온 사람의 호주머니를 샅샅이 뒤져보겠다는 건 '신뢰' 문제상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대한 공조·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에 '금'이 가는 행동은 서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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