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임금 깎아 '누리과정' 증액, 이게 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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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 임금 깎아 '누리과정' 증액, 이게 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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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누리과정 예산', 도의원들의 이상한 접근법
정부 책임 떠넘기기엔 '침묵'...'교육감 흔들기' 나섰나?

특별자치도라는 법적 지위 때문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육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을 하면서 만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확보를 위해 교직원들의 임금을 깎아 누리과정에 증액편성하는 엉뚱한 일을 감행한 것이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판단이다. 다른 사안도 아닌 대통령 공약으로 정부에서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누리과정 예산, 그것도 현재 시.도교육청과 교육부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며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덥석 증액 편성한 것은 이해하기가 매우 힘들다.

정당 소속의 일반 도의원이라면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 결과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교육 발전을 위해 나서야 할 교육의원들이 앞장서서 그랬다니 정말 실망스럽다.

제주도교육청의 내년 본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2.7% 증가한 8052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학교 현장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급한 민원 등을 감안하면 열악한 재정규모다.

누리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은 총 624억원.

이중 유아교육법을 적용받는 교육청 소속인 유치원의 누리과정 예산은 166억원 편성됐다.

문제는 시.도지사의 지도.감독을 받는 3~5세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458억원이다.

정부 공약으로 돼 있던 이 어린이집 보육료는 박근혜 정부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개정에 이어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명시됐다.

이로인해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간에 큰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서 떠안을 경우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며 당초 약속대로 정부에서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제주도교육청의 경우 올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357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내년까지 계속적으로 빚을 내어 충당할 수 없어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한다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결국 458억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지 않았다. 이 예산을 편성할 경우 재정운영 통로가 모두 막히게 되고, 종국에 가서는 교육과 보육의 근본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

일련의 상황을 놓고볼 때, 458억원의 미편성은 열악한 지방교육재정 현실에 기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자 정부에 강력한 대책주문을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위는 이번 예산심사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당장에 지원하지 못할 눈앞의 혼란만 걱정하며 교직원 정규직 인건비 73억원 등을 삭감한 후 누리과정에 76억원을 증액 편성하는 '변칙'을 썼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었고, 추후 정부와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해 이같은 조정을 하게 됐다는 것이 교육위의 설명이다.

정규직 인건비를 삭감한 것에 대해서는 "추후 추경예산을 통해 확보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교육위의 이 논리는 맞는 것일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대립각을 세우며 진행해온 논쟁흐름을 보면 교육위의 존재이유를 의심스럽게 하고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첫째,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편성한 실제적 의도에 대한 의문이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정부측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제주도교육청 뿐만 아니라 전국 14개 시.도교육청이 내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정부에 강력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회의 역할, 그 중에서도 교육의원들의 역할을 당연히 교육청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야 했다.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대정부 결의안이라도 채택했어야 했다.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에는 침묵하며, '당장의 혼란'만 우려하는 것은 교육위원들의 이번 계수조정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를 의심케 한다.

지난 교육행정질문에서 구성지 의장은 "교육부에서는 교육교부금을 통해 시도에 충분히 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교육감이 말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법률적 조치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보육혼란을 막기 위해 의회 차원에서 직권편성을 할 수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교육부에 대한 촉구는 한마디도 없었다.

새누리당 소속의 또다른 의원은 "개정된 법률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고 편성해야 한다"면서 예산을 미편성한 교육감을 향해 '준법정신' 운운하며 압박하기 까지 했다. 이 의원 또한 정부의 책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누리과정 증액편성을 두고 '교육감 흔들기' 차원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교육위가 설령 혼란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지라도, 계수조정 결과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삭감된 예산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당연 교직원들에게 지급되는 정규직 인건비 73억원이다. 나중에 추경을 통해 반영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로 이 부분을 삭감했다고 하나 이는 매우 비상식적인 처사이다.

정규직 인건비 삭감은 단순히 추후 충원여부를 떠나, 전반적인 인력운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건비가 정상적으로 확보돼야 추가적으로 예산정도를 보며 비정규직 인력충원 등도 이뤄질 수 있는데, 이번 예산삭감으로 인해 내년 교육청의 인력운용은 매우 어렵게 될 수 밖에 없다.

정규직 인건비를 깎아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전교조 제주지부의 주장처럼 '상식 밖의 횡포'에 다름없다.

셋째, 전체적인 계수조정 내역도 논리 모순 투성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학부모 피해를 우려해 긴급 대처했다고 하면서, 현장체험학습지원 예산 3억8000여만원을 삭감한 것이나 저소득층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1억9920만원을 감액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누리과정 예산만큼 이들 예산 역시 중요하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삭감한 예산으로 이미 2000만원이 편성돼 있는 NIE교육활동 중심학교지원사업에 1000만원을 증액시켜 준 것을 비롯해, 7억4920만원이 편성된 학교운동부 육성지원에 2000만원, 1억6000만원이 편성된 원도심학교특화프로그램 운영지원에 4000만원, 8억3860만원이 편성돼 있는 교실수업개선 및 환경개선에 1억6000만원 등을 각각 증액했다는 것이다.

교직원 월급과 현장체험학습비까지 삭감하면서 확보한 재원으로 이런 사업들에 증액시킨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면서 인건비까지 삭감한 교육위가 또다른 사업들에 증액 선심을 쓴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이번 교육위의 계수조정 결과는 정당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받고 있다. 대안도, 현실적인 답도 내놓지 않은 채 행해진 계수조정이었기에 교육부 논리를 옹호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방교육재정의 심각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지방채를 계속적으로 발행해서라도 교육청이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교육의원들의 생각을 알길이 없다.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입장 표명 하나 없이 이뤄진 이번 계수조정 결과는 실망스럽고 큰 유감이다.

최소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도지사의 대승적 차원의 결단 촉구라도 있어야 했다. 새해 예산안 본 심사에 들어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마지막 계수조정 과정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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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5-12-06 07:17:48 | 122.***.***.143
일반 사기업으로 치면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는데 돈이 없으니 니들 월급 깍아서 사업 좀 추진하자 딱 이짝이네

지난번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부가 지방 교육청을 압박할거라 예상되긴 했지만 정작 지방에 있는 도의회마저 그 장단에 편승할줄이야...

도의원분들이 다음 지방선거에선 교육감이 선어보고 싶어서 그런건가? 아주 알수가 없구먼~

공감백배 2015-12-05 12:39:17 | 121.***.***.176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그렇게 돈 없어 월급까지 삭감하면서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이 돈 얹혀주는 선심성 증액은 또 뭐란 말인가
도의원들 정신차려라

건망증 2015-12-04 19:21:00 | 119.***.***.12
교원출신들이 교직원 월급 깍아서, 다음선거에 당선되려고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역시 딱 당신들 수준을 드러내는구먼.

왜 당신들 월급은 인상하나? 당신들 월급도 깍아라

고구마 2015-12-04 17:24:43 | 112.***.***.37
교육위원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말도 안 나온다...

자기네들 월급에 떼서 하라고 하든지, 정부에 공동성명을 내서 해결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