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직권편성?...의회, 왜 갑자기 교육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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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직권편성?...의회, 왜 갑자기 교육청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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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지 의장 "누리과정 예산, 의회서 책임있는 조정해야"
현정화 "법 따르라"..이석문 "지방교육재정으로 불가능"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20일 속개된 제335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교육행정질문에서 제주도교육청의 새해 예산안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회에서 책임있는 예산이 조정돼야 한다"면서 새해 본예산 심의때 '손질'이 이뤄질 것을 우회적으로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구 의장은 이날 교육행정질문에서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회의를 진행하면서 누리과정에 대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교육감이든 의회든 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상하다"면서 의회 차원의 '조정'을 예고했다.

20일 속개된 제335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교육행정질문. <헤드라인제주>

구 의장은 "당장 내년도에 닥쳐 올 누리과정 문제가 심각한 상황 아니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탓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듭 촉구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구 의장은 "의회에 예산심의 결정권이 있지 않나. 의회에서 책임있는 예산이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삼갔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예산심의 과정을 통해 의회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 편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구 의장은 "교육부에서는 교육교부금을 통해 시도에 충분히 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교육감이 말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법률적 조치도 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거듭 교육감은 왜 보육과정을 교육감이 맡는지 모르겠다고 도민들 앞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질책했다.

그는 "이 문제는 교육감이든 의회든 정말 어린 보육대상자를 위해 당장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방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의장의 이날 발언은 교육부에서 교부금을 배정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어떤 방법으로라도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현우범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으로, 이제와서 지방교육청으로 예산 떠넘겨"

앞서 진행된 교육행정질문에서도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보육대란'을 우려하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주문하는 촉구가 이어졌다. 

현우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인데 이제 와서 정부의 예산이 아닌 지방교육청의 예산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국책사업을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김으로 인해 교육자체가 부실해지거나 빚을 내서 교육을 할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현 의원은 "정부와 시도교육청간 최대의 갈등의 요소가 되면서 결국 학부모의 불안과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교육청에서도 예산확보가 안된다면 앞으로 아이들의 교육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고 우려를 표했다.

현 의원은 구체적으로 시.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 보다는, 제3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 현정화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 법률 개정됐는데, 왜 법에 정해진 규정 안따르나"

반면 현정화 의원(새누리당)은 개정된 법률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고 편성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현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지방교육재정으로 부담하도록 법을 개정했기 때문에, 이는 교육청이 편성하고 말고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에 정해진 규정을 교육청에서 따르지 않는다면 그 밑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준법정신을 이야기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의 책임을 서로 핑퐁게임 하듯 미루다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연출될 상황을 상상해 보라"면서 "보육계와 학부모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되는 경우 그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명한 온도 차이가 있었지만, 이날 의원들의 일련의 발언 속에서는 도교육청 자체예산을 갖고서라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논리로 전해졌다.

◆이석문 교육감 "지방교육재정 여건으로는 불가능...국가차원 해결책 필요"

이에대해 이석문 교육감은 "이번 누리과정 예산 미반영은 진영 논리라든지, 전국적 상황에 제주가 편승한 것이 아닌, 제주의 특수한 재정상황과 학생들이 순증하는 현실을 충실히 반영해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피력했다.

이 교육감은 "아시다시피 누리과정 예산은 현 정부의 공약이다. 하지만 지금은 법률과 맞지 않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했고, 최근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면서 정부의 내년 예산에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인 경우에는 지방채 발행 357억원과 국고 예비비 지원 등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빚을 질 수도 없고, 교육청 재정여건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내년 예산에 반영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교육감은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공약사항이고 국책사업인 만큼 국가가 지원하든 교부금을 상향하든 국가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며 의회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특히 거듭된 추가질의에서도 "지방 교육재정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한편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방교육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지역적 차원의 공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가운데, 이날 도의회에서 표출된 입장은 오히려 '미편성'이 문제인 것처럼 질책을 쏟아내면서 다소 의아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속개된 제335회 제주도의회 제2차 정례회 교육행정질문.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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