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복소녀의 외침 "국정화, 정말 수치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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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복소녀의 외침 "국정화, 정말 수치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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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고시강행에 촛불 든 시민들...규탄발언 잇따라
"친일미화 안 돼...4.3 왜곡 우려에도 원 지사는 침묵"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일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채화연 학생.<헤드라인제주>

"저는 역사교과서가 국정화된 데 대해서 너무나 원통하고 수치스럽습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튿날인 4일 저녁, 제주시청 일대는 분노 섞인 목소리로 가득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제주시민 촛불모임' 주최로 진행된 이날 촛불문화제는 앞으로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로 수능을 치러야 하는 중.고등학생들부터 시작해 대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등 국정화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들로 메워졌다.

촛불문화제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연대발언과 노래 공연, 관련 영상 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한켠에서는 교복을 입은 한 여고생이 1인 시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열흘 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외치며 피켓을 들어 온 채화연(17.여) 학생이다.

채 양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발표되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했었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 지 깨닫고 나서 '나라도 나서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1인 시위에 나서게 된 배경을 전했다.

채 양이 직접 만든 피켓에는 '국정교과서 반대', '왜곡된 역사가 나라를 삼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채 양은 "정말 너무나 원통하고, 너무나 수치스럽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채 양은 "많은 학생들은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우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1인 시위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대학생 박기경 씨.<헤드라인제주>

촛불문화제 현장에서는 제주대학교 박기경(20.여) 학생의 발언이 이어지자 시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 씨는 "정부가 왜 21세기형 식민지를 자진해서 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어떻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무지해서 자진해 따라갔다는 말도 안 되는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고, 어떻게 우리 아버지 세대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를 종북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박 씨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역사교과서를 어떻게 다 알고 반대하는냐는 이야기도 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아느냐. 4.3을 주도했던 친일세력의 자식들이 어떻게 올바른 역사를 말할 수 있겠느냐"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은 정말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제주도청 등 제주시 일대에서 1인시위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입장을 물었던 오정훈 씨(52.제주시 노형동)도 발언에 나섰다.

오 씨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너무 걱정돼 열흘 전 부터 1인 시위를 해 왔다"면서, "어제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확정고시되는 걸 보고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국정화를 강행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또 현실이라는 것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씨는 최근 '노코멘트' 입장을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겨냥해 "새누리당 소속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소신을 밝히는 것이 제주도민에 대한 기본 예의아니냐. 소신도 없고, 생각도 없는 것인지 참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거리악사 김수수 씨도 "아이들 키우느라고 30년 동안 목 빠지게 고생했더니 아이들 결혼할 때 쯤 되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답답한 마음에 노래 한 곡 하겠다.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고 읊조리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김영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도 발언에 나섰다. 김 지부장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정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도저히 민주주의 국가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교수들은 집필하지 않겠다고, 교사들은 가르치지 않겠다고, 학생들은 배우지 않겠다고 하는데, 왜 이 정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 부치려 하느냐"고 성토했다.

김 지부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신체제로 돌아가려는 이 정권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면서, "국정화가 철회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대학생 오정훈 씨.<헤드라인제주>
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거리악사 김수수 씨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영민 전교조 제주지부장.<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4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헤드라인제주>
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4일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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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2015-11-04 23:14:58 | 61.***.***.129
학생이 피켓시위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네요
앞으로는 사학자중심으로 토론 했으면 합니다
책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토론도 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