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꿈을 이루다...스무살 9급공무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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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꿈을 이루다...스무살 9급공무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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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6) 20살 공무원 윤태수씨
'선취업' 목표 자격증 8개 취득..."이젠 학력 보다 능력이죠!"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6) 취업 성공스토리, 꿈을 이루다 - 20살 공무원 윤태수씨

"이제는 학력보다 '직무능력'이 우선이죠."

최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으로 '능력' 중심의 채용문화가 점차 자리잡아나가고 있는 가운데, 공직사회에서도 적지않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그 변화의 바람 한 축에는 치열한 공무원시험 경쟁을 뚫고 공직에 입문한 '고졸 채용' 인력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 그 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공직내부의 의미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제주지역 9급 공무원시험에서 '고졸채용' 부문으로 채용된 인력은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을 합해 최근 3년 간 15명 정도.

만 18살 나이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일찍이 공직에 입문한 이들은 자신만의 비전을 세우고, 관련 자격을 갖춰 온 특성화고등학교 출신들이다.

올해 2월에 수산직 9급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돼 서귀포시 경제관광산업국 해양수산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태수 씨(20)도 그 중 한 명이다.

윤태수 주무관.<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경기도에서 태어나 16살 때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해 고입 직전 서귀포중학교로 전학한 그는 부모의 제안으로 제주도내 유일의 수산.해운계열 특성화과를 운영하고 있는 성산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평소 해양경찰을 꿈 꿔 온 아들을 배려한 제안이었다.

성산고는 일반계 고등학교지만 수산.해운계열 특성화과를 운영하고 있어, 교육과정 안에서 해경 시험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고, 실습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는 입학하자 마자 해양경찰 시험을 목표로 자격증 공부부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해볼 수 있는 공부는 다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궁극적으로는 대학 진학이 아닌 빠른 취업을 원했던 그다.

기본적인 수업과 방과후수업, 자습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교육과정 안에서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도 꼼꼼히 챙겼고, 수산.해운 관련 자격시험 스케줄에 맞게 편성되는 방과후수업에도 빠짐없이 참여했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재밌었다"고 답한다. "학교에서 책도 구입해 주고, 선생님들도 밤늦게까지 남아 문제풀이를 도와주셨다"며 감사해 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험에 떨어본 적은 있어도 낙담한 적은 없었다"고.

고교 생활 3년 동안 총 8개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해경 특채에 응시할 수 있는 해기사 5급부터 소형선박조종사,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사, 제한무선통신사, 스쿠버 다이빙, 수상인명구조까지.

그러나 3학년이 돼서는 진로지도 교사의 추천으로 제주도 지방공무원 '고졸채용' 시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방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지만, 해경 특채 공고가 확신할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에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이도 아직 어리니 "떨어지면 어디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여유도 있었다.

다시 고삐를 틀어쥐었다. 정규수업이 5시에 끝나면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방과후수업을 듣고, 기숙사에 들어가 8시부터 10시까지 EBS 인터넷강의로 자습하는 패턴으로 8개월을 공부했다.

"'이렇게까지 공부했는데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선생님들 모두 저를 믿고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난 2월 현을생 서귀포시장으로부터 임용장을 받고 있는 윤태수 씨.<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지난해 10월 11일 공무원시험 필기시험이 있던 날. '문제가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되뇌이며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반면 시험장에서 나올 때는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수천 번을 봤던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면접이었다. 호랑이 선생님과 1대 1 가상면접을 해 가며 연습해 왔던 그였지만, 막상 5대 1 면접장에 들어서니 평소보다 긴장도 많이 됐다고. 면접시험이 끝나고 난 후부터는 안절부절 합격자 발표 날만 기다렸다고 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매일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될 즈음 어느 날 밤,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합격 축하한다."

고교생활 3년 만에 자기와의 싸움 끝에 얻어낸 '공무원시험 합격'이었다. "말할 수 없이 기쁜 생각 뿐이었어요."라던 그였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 속에, 그 날 그는 밤을 꼬박을 샜다.

그렇게 윤 주무관은 스무살 나이로 공직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공직생활의 시작은 '좌충우돌'이었지만, 스무살 청춘의 기백이 그의 버팀목이었다.

첫 출근일인 임용식을 입학식 정도로 생각해 임용장을 받자마자 퇴근(?)할 뻔 하기도 하고, 눈치코치가 없어 업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제는 꽤 안정된 모습. 대학을 졸업하고도 합격하기 쉽지 않은 공무원에 일찍이 임용된 데다 군대를 가더라도 경력(호봉)이 인정되고, 필요에 따라서는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후진학 제도가 있어 만족스럽다던 그였다.

실제로 윤 주무관은 내후년 즈음 군대를 다녀온 뒤, 야간대학이나 사이버대학 등 다양한 후진학 제도를 통해 모자란 행정공부를 해 볼 생각이다.

그에게 취업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 그는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하고자 하면 못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결국 자기의지, 자기비전을 갖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취업 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도 말예요".<헤드라인제주>

*<헤드라인제주>는 제주고교체 개편에 즈음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추동하고, 특성화고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 위해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기획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7편은 <취업 성공스토리, 꿈을 이루다 - 켄싱턴제주호텔 장수정 학생> 편이 보도됩니다.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일반고 특성화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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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2015-11-04 13:02:58 | 110.***.***.13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보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기때문에 원하는 걸 못 얻는 것 같습니다 성공스토리의 주인공님은 그런 부분에서 귀감이 되는 것 같군요 공무원이 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지만요...

축하드립니다. 2015-11-05 14:44:29 | 211.***.***.28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린나이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옛날 기억 새록새록 나네요!! 앞으로서 더욱더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2015-11-04 15:59:34 | 112.***.***.57
시대를 잘 태어났다고 해야할까....우리는 죽어라 대학가라고 공부만 시켜놓고 대학졸업하고 공무원 준비에 몇년을 소비하고...부럽도다 시대를 잘 탔다고 할수 밖에

사람 2015-11-05 11:37:49 | 61.***.***.129
청렴한 공무원 돼세요
세월가면 나쁜물 들지 말고
몇년 지나면 왜 공무원 해냐고 후회하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