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품은 옛 제주대병원, 日 토리데시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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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품은 옛 제주대병원, 日 토리데시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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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영 홍익대 교수, '토리데市 아트 프로젝트' 소개
"베드타운서 예술도시로...시민과의 네트워킹 주효"

제주 원도심 중앙에 위치한 옛 제주대학교병원이 최근 '문화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의 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제주종합예술센터 조성사업'. 원도심을 치유하는 예술공간으로서 도시재생의 새로운 대안이 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원도심 쇠퇴에 따른 도시공동화를 극복하고, 진정한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29일 오후 3시 호텔로베로에서 열린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지역 컨퍼런스'에서는 강우영 홍익대학교 겸임교수 겸 한일 지역계 아트프로제트 연구자가 사례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강 교수는 이날 '예술공간과 도시를 잇다'라는 주제로 일본의 지역계 아트 프로젝트, 이바라키현 토리데시(市)의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TAP, Toride Art Project)'를 소개했다. 실제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었던 그다.

강우영 홍익대학교 겸임교수.<헤드라인제주>

강 교수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도쿄 도심의 '베드타운(Bed Town)'으로 개발됐던 토리데시는 1990년대에 이르러 마이너스적인 도시 이미지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는 고민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서 동경예술대학이 1991년 토리데시에 캠퍼스를 설립했고, 1999년 토리데시가 시민들의 요청에 의해 동경예대에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시민과 대학, 행정이 삼위일체를 이룬 '토리데 아트 프로젝트(TAP)'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TAP는 1999년부터 전국에서 작품 계획을 모집.선발해 대규모 전시를 개최하는 공모전과 토리데시 지역작가의 활동을 소개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주요 사업으로, 지역과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그 중에서도 주목적인 활동은 지역 내 유휴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던 환경정비사업. 강 교수는 제주종합예술센터 조성사업의 롤모델로 지난 2006년 TAP가 추진했던 오수종말처리장 사업을 예로 들었다.

종전 토리데시의 오수종말처리장은 오랫동안 문이 닫혀 있던 상태로, TAP는 내부 정비 후 처리장 내 수십개의 대규모 지하공간에 갤러리를 설치, 수준 높은 전시를 연중 펼쳐왔다.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왔던 오수종말처리장의 굴뚝은 나팔을 형상화한 구조물로 변신했고, 전시행사가 열릴 때 마다 마을에는 나팔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 거대한 전시공간에 장난감을 거대화시킨 작품도 속속 들어섰다. 강 교수는 이 시기 토리데시를 찾은 작가들은 자신들의 대표작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했다.

당초 오수종말처리장을 소독.방역하는 데에는 TAP가 시작됐던 1999년부터 수년간 이어져 온 지역주민들과 예술가들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주효한 역할을 했다. 행정상의 공문이나 홍보가 결코 아니었다.

TAP 스탭들은 그동안 도시 곳곳에서 맺어 온 개인적인 인맥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지역주민들도 "내가 아는 작가"라며 흔쾌히 고무장갑을 끼고 나섰던 것.

강 교수는 전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지역주민들은 소박하게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작가와 작품, 프로젝트 자체에 대해 큰 애정을 가졌다고 했다. 이를테면 '내가 이 작품 만드는 데 도와줬었어'라는 식이다.

강 교수는 "당시 행정 측에서는 TAP에 대해 TAP를 보러 오는 소수의 시민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러나 다양한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변화해 가면서 확장돼 가는 모습이 실제로 이뤄졌고, 지역주민들의 자주적 활동을 통해 TAP가 크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TAP라는 것은 도시공간을 재생하는 것을 넘어서서 도시공간 내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재생하는 역할도 지닌다"면서, "제주종합예술센터 조성사업도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기회로서 역할을 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헤드라인제주>

29일 오후 3시 호텔로베로에서 열린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지역 컨퍼런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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