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서귀포산업과학고, 인기몰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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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서귀포산업과학고, 인기몰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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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고졸신화 길을 찾다] (4) 서귀산과고 마필전공
신설 2년 만에 최고 인기학과 등극..."내가 선택한 꿈"

[기획]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4)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서귀포산업과학고 자영생명산업과 마필관리전공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1936년 개교해 76년의 역사 속에서 1만여 명의 농.공업 분야의 우수인재를 배출한 서귀포산업고등학교(교장 강원효).

서귀포산과고에는 제주도내 특성화고에서 유일하게 정부부처 지정 교육기관 '2관왕'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져 있다. 특허청 지정 '발명.특허 특성화고'와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말(馬)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그것.

특히 지난 2013년 농림부로부터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된 후, 학교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변화하는 지역산업에 따른 학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의한 학과.교육과정 개편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 속 최근 서귀포산과고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인기학과는 자영생명산업과 내 '마필관리전공'.

제주도가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후 말산업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기초인력 양성에 대한 강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자 서귀포산과고는 자영생명산업과 내에 마필관리전공 과정을 신설했다.

교육과정이 신설된 후 2년이 흐른 지금, 서귀포산과고 마필관리전공은 제주도내 특성화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학과별 신입생 모집 2년 만에 특성화고 최고 인기학과로 거듭나고 있다.

학생들이 '마필관리전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마필관리전공 학생들이 승마연습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마필관리전공 학생들이 승마연습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말 생산부터 조련까지...마필관리전공, 인기있는 이유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귀포산과고 인근 35만3100㎡(10만여평) 규모의 목장은 허허벌판이었다. 각종 경제적 파동으로 가축사육이 반강제적으로 중단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귀포산과고 출신인 강승욱 교사가 2002년 학교로 부임하면서부터는 학교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목장에 초지를 조성해 말을 키워 이를 교육에 접목해 보겠다는 게 그의 생각. 당시 제주도는 전국 말 생산량의 84%를 지배할 만큼 말산업에 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강 교사는 사육기술과목 6단위 중 4단위를 마필관리 과목으로 편성했고, 이 같은 인재육성 움직임에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도 서귀포산과고에 말을 기증해 오는 등 산학협력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귀포사과고는 한국마사회와 제주도교육청, 제주도의 지원으로 실내.외 교육마장 등을 시설해 외연을 갖췄고, 2013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내실을 다졌다.

현재 '마필관리전공'에서는 말 생산과 육성, 조련에 이르기까지 말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습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론 24.5%, 실습 75.5%의 비율로 3년간 총 1666시간에 이르는 교육과정이다.

수업에는 전임교사와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산학겸임교사, 산업체우수강사가 함께 투입되고 있다. 말도 학생 2명당 1마리꼴로 한 학급에 최대 6마리씩 투입되고 있다.

여기에 분반수업 운영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2명 정도여서 촘촘한 교육과정 진행이 가능해 교육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마필관리전공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장학혜택이 주어진다. 수업료는 전액 면제되고, 기숙사에는 무료로 입사할 수 있으며, 급식비의 80%는 국고로 지원받는다. 해외연수를 포함한 각종 도내.외 말산업 관련 현장체험학습비도 국고로 지원받는다. 여기에 마필관리전공 학생만을 위한 전용버스도 운영되고 있다.

마필관리전공은 신설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제주도내 특성화고 중 가장 인기있는 학과로도 꼽힌다. 2015학년도 모집에서는 17명이었던 모집정원의 2배인 34명이 지원해 이의 절반이 탈락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마필관리전공은 한 학년당 25명의 정원을 두고 있다. 전공이 신설된 후 현재 2학년까지만 편성돼 있어 아직 졸업생은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강상철, 유지훈, 이지현 학생.<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강승욱 말산업전문인력양성기관 소장.<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커리큘럼.인프라 만족해요! 그런데 제주지역 임금은..."

이지윤(17. 여), 유지훈(18), 강상철(18) 학생은 큰 고민 없이 마필관리전공을 택했다고 했다. 앞으로의 비전이나 삶의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을 시기였음에도 이들 학생들은 과감히 서귀포산과고를 택했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선수였던 유지훈 학생은 부상으로 아쉽게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 늦게나마 성적을 올려 인문계고까지 진학할 수 있었지만, 과감하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했다.

유지훈 학생은 "당시 마필관리라는 게 또래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마필관리전공을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남들이 안 하는 것, 못 하는 것 해 보라고."라며 "그렇게 3일 동안 서귀산과고에서 말 체험을 했는데 '아, 이게 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입학 때 마음과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강상철 학생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동물을 좋아해 생명을 다루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마필관리전공에 지원하게 됐어요. (고입 당시) 중간 정도의 내신을 갖고 있었는데, '인문계고에서 어중간하게 할 바에야 여기 와서 잘 하자'라고 마음을 먹었죠."라고 말했다.

기수를 꿈꾸며 서울에서 내려 온 이지윤 학생은 "지인 추천으로 입학 전에 한 번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넓은 시설과 주변 환경이 참 좋았다"며,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서귀포산과고를 선택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 세 명의 학생은 전공의 세부적인 커리큘럼과 대규모 교육인프라에 대해서는 큰 만족감을 보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취업문호를 제주지역으로 국한짓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주지역 내에서의 취업에는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의 문제가 있다는 학생들이었다. 아직 고2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이들이다.

강상철 학생은 "말산업은 승마와 경마가 균형을 맞출 때 발전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승마 보다는 경마에 치우쳐 있다. 일반적으로 경마를 도박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는 말산업 자체를 다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있어서 해외취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훈 학생도 "아직 취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육지부에 비해 제주지역의 경우 임금수준이 낮다고 알고 있다"면서, "서울이든 제주든 임금만 좋으면 괜찮은데... 휴가 등 직원복지도 잘 보장되고 있고 있는 육지부에 취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강승욱 교사 "인부 아닌 인력...말산업 취업 미스매칭 심각"

말산업전문인력양성기관 소장을 맡고 있는 강승욱 교사는 이 같은 취업 미스매칭 문제를 심각히 우려했다.

강 교사는 "제주도가 국내 최초로 말산업 특구로 지정됐지만, 일자리가 늘어났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생산체제가 아직까지도 소규모 가족 중심인데, 무슨 실력이 필요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강 교사는 "국내외를 돌아다녀봐도 교육인프라가 서귀포산과고 만한 데가 없고, 지금 2학년 학생들의 경우 말의 생산.육성.조련 등 모든 과정을 배워 바로 경마 현장에 투입해도 모자람이 없는 실력"이라며, "이 아이들이 단순노동 형태의 일을 하려니 취업미스매칭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사는 "결국 인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부로 생각하는 그런 결론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피력하며, "우수한 인력이 만들어졌으면 좋은 일자리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제주 말산업은 또 다시 무너질 것"이라며 '좋은 일자리' 대책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강 교사는 "취업걱정은 없는 편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제주가 아닌 육지부, 해외로의 취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3~4년 후에는 대학까지 합쳐 제주에서 100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사는 "제주 말산업은 아직 시작단계로 10% 수준에 와 있다"면서, "에코마로, 거점조련센터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고, 이와 함께 유소년 승마 활성화, 공공형 승마장 도입 등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마필관리전공 학생들이 승마연습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마필관리전공 학생들이 승마연습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4개 학과는?

1936년 제주공립농업실수학교로 문을 연 서귀포산과고는 1951년 교육법 개정에 따라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분리.병설, 서귀중학교와 서귀농림고등학교로 각각 승격됐으며, 이후 서귀농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1973년에는 지역 개발에 따라 학교 목장이 조성됐고, 1979년엔 현 위치인 서귀포시 상효동 일대로 자리를 옮겼다. 또 같은 해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자영농과가 설치되는 등 이후 학칙 변경으로 학과가 신설돼 왔다.

1999년 3월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한 서귀포산과고는 2012년 특허청 지정 '발명.특허 특성화고등학교',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성장 동력의 기반을 확보했다.

재학생 수는 자영생명산업과 228명, 자동차과 118명, 전자컴퓨터과 129명, 인테리어디자인과 81명 등 총 551명으로, 서귀포산과고는 올해 2월까지 총 1만1445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서귀포산과고는 '친환경(eco) 녹색성장(green) 거점 교육기관'이라는 교육비전 아래 △자영생명산업과 △자동차과 △전자컴퓨터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등 총 4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자영생명산업과는 생명산업 전반에 걸친 후계농업인 양성을 목표로, 학과 내 △마필관리전공 △원예전공 △조경전공 등 3개 세부전공을 둬 전공코스제 선택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자영생명산업과 학생들에게는 3년간 수업료 전액 면제, 급식비 지원(국고 80%), 기숙사 무료 입사, 농어촌희망재단 장학금(5%), 우수학생 해외연수(호주.미국.유럽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졸업 후에는 농어민 후계자로 선정돼 영농자금이 우선 지원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할 경우에는 학비 전액이 국고로 지원된다.

자동차과는 자동차 분야 전반의 기술을 숙련한 전문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 기관.전기.섀시 △건설기계 구조.정비 △자동차 차체수리 등 전문교과를 이수한 학생들은 대기업 자동차 서비스 업체, 자동차 정비.매매업체, 기계부품 제조업체 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전자컴퓨터과는 모바일 사회를 주도하는 인재양성을 목표로, △컴퓨터 그래픽 △전자기기 △네트워크 실무 등 산학연계를 통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관련 자격에는 CCNA, CCNP, PC정비사,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운용 기능사 등이 있다.

인테리어디자인과는 △색채관리 △디자인 일반 △제품디자인 △컴퓨터그래픽 △건축계획 일반 등의 교육과정을 편성, 제주관광대학 인테리어 건축디자인과와 함께 연계 운영되고 있다. 관련 자격에는 건추도장, 실내건축기능사, 건축제도/CAD기능사, 컴퓨터그래픽 운용기능사, 염색가공기능사, 도자기능사 등이 있다.<헤드라인제주>

"학생 스스로 꿈을 실현하는 길, 알려드립니다"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강원효 교장이 전하는 메시지

   
강원효 교장.<헤드라인제주 / 오미란 기자>

강원효 교장은 "서귀포산과고는 전문기능 인력과 발명?특허 인력을 양성하는 기술명문학교"라며, "생명.과학을 기초로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강 교장은 "서귀포산과고는 생명산업, 컴퓨터, 자동차, 인테리어디자인 등의 기초인력을 키우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글로벌 현장학습 등 해외교류를 매년 실시하고 있고, 교과관련 실습활동은 물론, 특성화된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교장은 "특히 최근 자영생명산업과의 경우 육지부 귀농인과 연계한 교육프로그램과 이에 따른 취업처 발굴 등 새로운 취업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마필관리전공의 경우 아직 졸업생이 배출되지는 않았지만 1~2년 후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교장은 "능력중심 직업교육이 강조되면서 고졸취업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부모들에게는 충분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며, "앞으로 점차적으로 취업 중심의 진로지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드라인제주>는 제주고교체 개편에 즈음해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추동하고, 특성화고의 발전방향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 위해 <특성화고 청소년 드림 프로젝트, "고졸신화 길을 찾다"> 기획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5편은 <'특별한 꿈' 우리학교 이색학과 - 한림공고 기계과> 편이 보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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