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찾은 '호통판사', 청소년회복센터 제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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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찾은 '호통판사', 청소년회복센터 제안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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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 판사, '청소년 비행' 학술세미나서 주제발표
사법형 그룹홈 설립 제안...제주지역 적용 가능성은?

'호통판사'로 알려진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제주를 찾아 청소년회복센터 설립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정이 해체됐거나 부모의 보호력이 미약한 소년들을 부모 대신 보호하고 양육하는 사법형 그룹홈인 '청소년회복센터' 설립을 두고 제주지역 교육각계의 조언도 잇따라 향후 제주 적용 가능성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는 여성가족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주관한 '청소년 비행실태와 대안 모색을 위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에는 제주지역 청소년 지도자와 교사, 학부모 등 총 300여 명이 참석해 청소년 현안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이 엿보였다.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헤드라인제주>
20일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청소년 비행실태와 대안 모색을 위한 학술세미나'.<헤드라인제주>

천 판사는 이날 '학교폭력 및 청소년 비행의 이해와 예방'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우선 천 판사는 비행 청소년들의 경우 신체.정신적 상태, 학업상태, 가정 환경 등에서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병, 우울병, 게임.약물중독 등 질병 뿐만 아니라 ADHD, 품행장애, 충동조절장애 등 성격적.행동적 장애가 있을 수 있고, 사회성과 같은 관계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상습적 가출과 학업중단 상태, 결손가정과 저소득.빈곤층 등과 같은 가정환경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특히 천 판사는 가정환경에 따른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창원지방법원의 최근 2년간 재비행 보호소년 가정 현황에 따르면 전체 66.2%가 결손가정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 재비행 비율도 53.9%에 달했다. 청소년 비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회복과 위탁가정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천 판사는 "비행의 예방에 있어서는 개별적 치유와 가족 및 사회와의 관계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소년의 치유와 회복에는 가정 만한 것이 없다"면서, "현재의 소년원 등과 같은 대규모 격리시설의 경우 개별적 치유가 어렵고, 격리로 인해 자율성이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회복센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소년회복센터는 가정이 해체됐거나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양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보호소년들을 부모와 가족을 대신해 24시간 보살피고 훈육하는 역할을 하는 곳을 말한다.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학생들이 법원의 소년보호처분을 통해 의제된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사법형 그룹홈'이자, 혈연관계가 없이 가정과 유사한 관계가 형성되는 '대안 가정'이다.

그러나 천 판사는 "행정에서는 청소년회복센터에 위탁되는 아동이 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은 아이들 뿐이라는 이유로 청소년회복센터를 아동복지법상의 공동생활가정의 한 형태로 인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청소년회복센터는 사법부에서 교육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금전 외에는 공식적으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운영자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판사는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길이 청소년회복센터를 아동복지법상의 공동생활가정의 특수한 형태인 '비행청소년 전담 공동생활가정'으로 입법화하는 것"이라며, 이어 비행소년들에 대한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20일 오후 3시 제주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청소년 비행실태와 대안 모색을 위한 학술세미나'.<헤드라인제주>

현재까지 청소년회복센터는 경상남도에 6곳, 부산에 6곳, 울산과 대전에 각각 1곳씩 총 1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 아직 제대로 된 논의과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은한 한길정보통신학교 교장, 김장영 제주도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장, 최은하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양명희 제주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천 판사가 제안한 '청소년회복센터'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각기 다른 입장을 밝혔다.

김장영 제주도교육청 학생생활안전과장은 "청소년회복센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기존의 시설과 청소년회복센터의 기능과 역할의 차이, 한계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위기청소년과 학생의 현황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명희 제주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청소년 비행 관련) 허브기관으로서의 지역자원 연계와 청소년 비행 유형별 맞춤형 서비스 강화에 중점에 두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 개입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은한 한길정보통신학교 교장은 "서둘러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기존 시스템에 대한 좀 더 깊은 성찰과 발전적인 대안 찾기에 우선 전 사회적 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이미 비행을 저질러 법원 단계까지 이른 아이들의 경우 그룹홈에서 감당해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청소년회복센터는 아직 사법절차에까지 이르지 않은 비행초기단계의 아이들 또는 경비한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돌보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최은하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감동적인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행정 기술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어 보인다"면서, △교정시설 범위의 이해 △비행청소년 보호 범위 △예산지원의 효율적 대안 △'명목상의 상표' 측면의 우려 △형사사법 삼권분립의 원칙에 대한 고민을 주문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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