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캐나다 토론토 주상복합건물 신축과 관련해 210억원대의 국제사기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당 사건이 수년간 은폐되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변상 결정액은 3억7000만원에 불과했고, 심지어 채무자들의 재산은 없거나 파악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속수무책인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제주시 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8년 9월 캐나다 토론토 주상복합건물 신축과 관련해 2년 만기로 국내 시행사에 210억원을 대출했다.

이 자금은 다시 캐나다 현지의 시행사로 넘어갔고, 현지 시행사는 농협과의 약정에 따라 캐나다 현지 은행(RBC)이 발행한 원금보장형 수익증권을 160억원에 매입했다. 이러한 수익증권은 농협이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한 주된 담보물이었다.

약정에 의하면 농협은 나중에 원금 등을 돌려받는 수익증권의 수익자로 돼 있었고, 이와 함께 수익증권에 담보권(질권)도 설정해 놓기로 했다.

그러나 농협은 현지 은행 직원의 문서와 현지 시행사 측 변호사의 법률 의견서만 믿고, 농협으로의 수익자 지정 및 담보(질권) 취득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현지 은행 직원은 "수익증권의 수익권자가 농협으로 지정됐다"는 문서를, 현지 시행사 측 변호사는 "현지 은행은 농협에 고지 없이는 아무에게도 수익증권을 해지해 돈을 내주지 않을 것"이란 등의 법률 의견서를 농협 담당자에게 보냈다.

약정에 따르면 현지 시행사는 수익증권을 담보로 현지은행으로부터 91억원을 대출받아 사업 부지를 매입하고, 다시 매입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후 91억원 중 8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지 시행사는 수익증권을 담보로 91억원이 훨씬 넘는 151억원을 현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았고, 사업부지도 약정됐던 3필지 중 2필지만 매입했을 뿐만 아니라 80억원을 상환하지도 않았다.

결국 현지 은행(RBC)이 현지 시행사에 수익증권을 담보로 대출해 준 채권의 이자미납 등을 이유로 수익증권에 대한 채무와 현지 시행사에 대한 채권을 상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원금 등을 돌려받을 수익증권의 권리와 사업부지에 대한 담보권을 함께 잃어버렸다. 당초 사업부지에 대해서는 농협의 근저당권은 114억원으로 설정돼 있었다.

그러나 현지 시행사 대표는 서류 등을 위조해 이마저 해지해버렸으며, 현재 이 부지는 경매로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상태다.

아울러 당초 농협은 원금 상환에 사용되는 현지 시행사 명의의 예금계좌에 대해 허가 없이 돈이 인출되지 않도록 담보권(질권)을 설정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현지 시행사가 이 계좌에 원금상환용도로 37억원을 입금했다가 이를 다시 인출해버리는 웃지못할 사고도 발생했다.

농협 담당 부서는 이러한 사실을 2010년 10월 캐나다 현지실사 등을 통해 파악했지만, 이를 감사부서로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대출을 연장해 줬다. 또 2012년 3월에 연장대출 기간이 끝났음에도 2014년 7월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있기 전까지 감사부서 보고나 손실 처리 등의 사고 처리를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5월 관련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기 했지만 대다수가 시효를 넘어 문책되지 않았으며, 내부 규정에 의한 변상 결정 규모도 약 3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현재 시행사 등 채무자들의 재산은 없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남 위원장은 "이 번 사건은 수년 간 사고가 은폐될 만큼 농협의 통제시스템이 허술하고 국제적 사기에 속수무책인 농협의 전문성 부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통제시스템의 재구축과 국제 금융전문성의 강화를 농협에 주문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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