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꽃축제' 명칭변경 권고 논란...왜 산림청이?
상태바
'왕벚꽃축제' 명칭변경 권고 논란...왜 산림청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꽃축제'로 변경 권고...구설수 오른 이유는
국회의원 지적에, 천연기념물 왕벚꽃 원산지에 '엉뚱 권고'
제주왕벚꽃. <헤드라인제주>

산림청이 제주의 대표적 문화관광축제 중 하나인 '제주왕벚꽃축제' 명칭을 '봄꽃축제'로 변경할 것을 제주도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산림청은 봄철 전국에서 개최되는 벚꽃축제를 국민정서에 맞는 봄꽃축제로 명칭을 바꾸자고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특별자치도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공문은 제주자치도를 통해 접수된 후 의견을 묻기 위해 제주왕벚꽃축제 주최기관인 제주시로 전달됐다.

제주시는 연휴기간 중 브리핑 자료를 내고 이러한 명칭 변경 제안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사실상 현행대로 명칭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왜 뜬금없이 이런 공문이 제주도에 시달된 것일까.

산림청은 명칭 변경을 제안한 이유로, 나라꽃 무궁화의 확대.보급 및 나라꽃에 대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무궁화 동산을 조성하고 있는데 따른 차원이라고 전했다.

그 이면에는 벚꽃이 일본의 꽃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점과 함께, 무궁화 확대 보급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 의원도 이러한 취지로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원이 지난해 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올해 다시 지적하자 산림청은 제안형식으로 서둘러 명칭변경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김우남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은 "감사에서 한 의원이 무궁화 동산 조성과 연계해 벚꽃축제 명칭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이나, 산림청이 어떤 내용으로 명칭변경 공문을 보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제주도가 자생지인 왕벚꽃은 위상과 의미가 다른 만큼 동일한 선상에서 권고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림청의 이 공문은 왕벚꽃 원산지이자 자생지인 제주도를 포함해 '벚꽃'이란 이름이 들어간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 시.도에 일률적으로 시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다른 부처도 아닌 산림청이 한편에서는 제주가 '왕벚꽃' 자생지라며 이의 대대적인 보존 및 세계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축제 명칭변경을 권고했다는데서 의아스러움을 갖게 한다.

천연기념물 제159로 지정돼 있는 '왕벚나무'는 제주가 자생지이기 때문이다. 왕벚꽃이 활짝 피는 매년 4월이면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제주 왕벚꽃을 세계에 널리기 위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올 봄(4월9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식물분류학회가 공동으로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 관음사에서 '왕벚나무 어미나무 명명식'을 열고 왕벚나무 세계화 및 자원화 사업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올해 4월9일 왕벚나무 자생지인 한라산 관음사에서 열린 '왕벚나무 어미나무 명명식'. 이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한국식물분류학회, 그리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주관해 열렸다. <헤드라인제주>

기준 어미나무로 명명된 관음사 지구 왕벚나무는 왕벚나무 중에서도 수형이 웅장하고, 꽃 모양이 아름다운 형상으로 자원화 가치가 높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나무가 있는 한라산 관음사 지역은 프랑스 출신의 선교사였던 다케 신부가 1908년 4월 15일 왕벚나무를 처음으로 발견.채집한 곳으로 더욱 의미를 더했다.

지난 2001년부터 벚나무 유전자원보존원을 조성, 왕벚나무 등의 자원화를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 중인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이번에 명명된 기준 어미나무를 보급 및 개량의 근간으로 삼아 제주도와 한국식물분류학회와 함께 왕벚나무를 자원화하고, 명품숲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국립산림과학원은 다름아닌 산림청 소속 기관이다.

제주왕벚나무의 특수성 및 체계적인 보존필요성에 공감하던 산림청이 이번에 다른 시.도의 '벚꽃'과 동일하게 제주 왕벚꽃에 대한 명칭 변경을 거론한 자체가 의아스러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시민(49)은 "아무리 국회 상임위 일부 의원의 제안이 있었다고 하나, 산림청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부분이고, 세계화에 나선다며 어미나무까지 선정했던 산림청이 갑자기 '왕벚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획일적 공문을 시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지난 25년간 제주왕벚꽃축제를 개최해왔고, 제주가 자생지이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벚꽃을 자원화하고 세계화하는 사업이 추진되는 중이기 때문에 축제명칭을 변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산림청 권고를 수용할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왕벚꽃의 이미지는 다른 지역 벚꽃과는 다르고, 명칭도 '왕벚꽃'으로 25년간 이어져 왔을 뿐만 아니라, 왕벚꽃이 제주자생지라는 시민들의 자긍심도 대단해 축제명칭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되, 축제위원 등 관련 전문가의 의견은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시는 오히려 내년 축제부터는 축제기간을 최대 10일까지 늘리고, 장소도 제주 왕벚꽃 명소 곳곳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동안 제주왕벚꽃의 체계적인 보존필요성을 강조해 온 산림청의 이번 명칭변경 공문은 적지않은 구설수에 오를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시민 2015-10-01 21:46:40 | 112.***.***.166
벚꽃이 일본 국화라니...
물론 일본 황실의 상징이기는 하지만 일본에는 국화라는 개념이 없음.
기사 누가 쓴거야... 아니면 산림청 직원이 벚꽃이 일본 국화라고 쓴건가?

제주인 2015-09-30 11:43:38 | 122.***.***.4
한마디로 공무원이 먼저 앞서간것임
겁이 나니까 먼저 지르고 보자식 전형적인 탁상행정임
책임회피 면피식 역시 관피아는 다르군
그리고 벚꽃은 일본꽃이라는 편협한 사고하는 국회의원도 물러나야함
일본은 미워해도 식물은 무슨죄가 있나요?
그러시다면 대한민국 벚꽃 다 베어버리지
중요한 재선충 방제, 산불이나 신경쓰시요
이러니 통일 안돼지

한심한 2015-09-30 09:25:30 | 175.***.***.170
산림청이 기가 막히네. 왕벚나무 세계화 외칠다가 축제명칭에 무개념 행보
국회의원 말 한마디에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