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회 독립화' 이상한 결론...애드벌룬에 속았나
상태바
'감사위원회 독립화' 이상한 결론...애드벌룬에 속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 조직진단 용역 '감사위 결론', 의구심 받는 이유는
"현행법상 불가능, 감찰기능도 폐지?"...원희룡 도정 진심은?

27일 발표된 제주특별자치도 조직진단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서 감사위원회 독립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이 제시되면서, 이의 배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무엇보다 용역보고서에서 제시된 결론이 마치 '하지 않는 쪽'으로 이미 방향을 잡아두고, 그에 짜맞춰 이유를 열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용역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감사위원회 독립방안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부정적' 결론이다.

보고서에서는 가장 선진화됐다는 뉴욕시의 감사체계와 제주도 감사위원회와 비교하면서, 제주자치도의 감사체계 내에서 뉴욕시의 감사체계를 도입한다는 것은 현행법, 독립기구의 견제장치, 외부전문가 구성 등이 국내 및 제주도 현실에서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뉴욕시와 비교해 감사위원회 역할, 감사기능, 감사인력 구성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도 들었다.

특히 헌법상 감사원에 보장된 범위 내 제주 감사위원회 역할이 부여됨에 따라 뉴욕시와 같은 독립기구화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독립기구화 적용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를 견제하는 장치의 독립기구화 방안에 대해서도 '옥상옥'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갈등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용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위원회 자체를 외부전문가로 구성해 외부기구화 시키는 방법도 제시됐지만, 구성원이 공무원으로 이뤄질 경우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회계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가로는 위원회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대안은 '내부 감사기구 신설'안과 '감사와 감찰기능 분리'안으로 꼽았다.

내부 감사기구 신설 안은 특별자치도 출범 전 기존 내부감사기구 운영됐던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사와 감찰기능 분리는 감사위원회의 감사 전문성을 위해 감찰기능의 분화 필요성 차원에서 제시됐는데, 결론은 감사위가 갖고 있는 감찰기능을 제주도 감찰부서로 일원시키자는 것으로 내려졌다.

여기에 시민단체와 학계 등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이 지난해 12월  발표했던 혁신개선안에 포함된 '민관협력 부패방지지원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 단기적으로 도청 내 청렴감찰 기능 확대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즉, 도청 내부 자체적으로 설치해 운영하는 것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와는 별개로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피감기관(제주도)로부터 받는 사무국 직원(공무원)에 대한 인사평가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감사직렬 승진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현행 6급의 감사직렬 전환체계를 5급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직진단 용역결과는 한마디로 독립기관화는 불가능하며, 감찰기능은 오히려 제주도 본청으로 이관하라는 것이다.

독립화는 커녕 오히려 감사위 기능을 축소하라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 10월 원 지사가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 회의에서 감사위 독립화 의지를 표명한 발언을 했던 점 등과는 거리가 큰 것이어서 의아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원 지사는 TF팀이 12월16일 혁신개선안을 발표 기자회견 때에도 직접 배석해 지지를 표명했다.

당시 TF팀이 발표한 혁신개선안을 보면 감사위원회 완전 독립과 관련해, 감사위원회 제3의 독립기관화 등 포함한 용역을 실시해, 이 결과에 따라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하는 것을 제안했다.

감사위원회의 기능상 한계를 도지사 소속에 따른 구조적 한계로 보고 도지사 소속에서 벗어난 '제3의 기관으로 완전 독립' 등으로 가야 한다는 도민사회 의견을 반영한 개선방향이다.

TF팀은 용역을 통해 전문성 확보를 위한 인사권 독립 및 조직․인력 조정, 일상감사, 예산편성 독립 존중 등 감사활동의 독립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 민관 협력체제인 '부패방지지원센터' 설치를 비롯해 공직부패 제보 및 신고접수, 청렴계약제, 부패심의관 제도 운영 등도 제안했다.

OECD 선진국 수준의 공직자 행위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부정청탁신고센터', 공직자 비리 '도지사 핫라인'을 개설해 운용할 것도 주문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4월에도 감사위 기능강화 대책을 통해 독립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청렴제주 공동체 실현을 위한 민관합동 TF팀' 기자회견. 이 자리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배석해 감사위 독립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 "원 도정 이중플레이 '개악 중의 개악'...뒷북감사나 하라는 건가?"

그러나 이번 용역결과에서는 독립화는 불가능하며, 감찰기능 마저 도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최종보고서는 용역진의 연구결과물로 도정의 정책적 입장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용역결과가 제시된 배경에는 용역발주처인 도정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감사위 독립화 필요성을 제기해 온 한 인사는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기가 막히다.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이지는 못할 지언정, 어떻게 이런 결론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 부분의 조직진단 자체가 TF팀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란 전제에서 출발했고, 민관협치에 의해 나온 대안인데, 현행법을 들며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원 도정이 앞에서는 '독립화'를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딴말'을 하는 이중적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사위원회 독립화 자체가 법령 개정을 전제로 해 제기된 사안 아니냐"며 "원 도정의 감사위원회 독립화가 애드벌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감찰기능을 없애고 순수 감사기능으로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용역결과에 대해 "개악 중의 개악"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각종 감사요구 제보 등을 도청에서 접수받고 입맛에 맞게 선별해 감사위로 요청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민원이 제기된다 하다라도 기동감찰도 할 수 없게 되고, 오히려 감사위 기능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F팀에 참여했던 한영조 제주경실련 공동대표도"'민관협력 부패방지지원센터'도 도청 내부에 설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감찰기능을 없애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감사위원회 보고 앞으로 예방감찰이나 수시감찰 등은 하지 말고 뒷북치기 사후감사나 하라는 말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감사위원회에 감사기능을 없애버리면 예방감찰은 하지 말고 뒷북치기 사후감사만 하라는 것 아니냐"고 "제주도정의 진정성이 정말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용역보고서 도정 생각 '맞춤형'?...도정 진심은 뭘까?

이에대해 허법률 제주도 협치정책기획관은 뒤늦게 입장자료를 통해 "오늘 배포된 보고서는 용역 최종 보고회를 위한 자료이며, 앞으로 다양한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이를 확정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기획관은 "최종보고서가 확정되더라도 이는 내년 예정인 조직개편에 참고자료로 검토될 뿐이며 최종보고서 내용이 그대로 조직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역이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현 도정이 추구하는 방향을 감안해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독립화 불가능'과 '감찰기능 폐지'는 다분히 도정의 생각과 공유된 점이 있을 것이란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감사위 독립화 내지 기능강화에 대한 원 도정의 진심은 뭘까.<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