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영혼들'..."강정은 전 세계 평화운동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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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영혼들'..."강정은 전 세계 평화운동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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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기록영화 '제주의영혼들'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
신작 촬영차 제주 방문...차기작 '자정 3분전'은?

태평양을 건너와 3012일째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반대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 세계에 전하고 있는 미국인이 있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 영혼들'의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70)이다.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70).<헤드라인제주>

광복절인 15일 레지스 감독을 서귀포시 강정동 성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만났다.

레지스 감독과 제주의 인연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평화 활동가 브루스 개그논의 소개로 시작됐다.

그는 다음해인 2012년 9월 강정마을을 찾았고, 약 8개월을 머물며 제주 4.3사건과 강정 제주해군기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영혼들'을 완성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3월 시카고 세계평화영화제에 초청을 받았고, 발굴특별상을 받기까지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주의영혼들' 포스터.<헤드라인제주>

레지스 감독은 '제주의 영혼들'을 제작하면서 처음에는 강정마을의 당시 상황만을 영화에 담으려 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에는 주민과 평화운동가들이 공사장 앞에서 대치하는 모습만 담으려 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강정은 제2의 4.3이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제주 4.3에 대해 알고싶었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에 대해 알고싶어진 그는 강정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미군의 민간인 학살 개입에 대해 알게 됐고, 이에 분노했다.

레지스 감독은 "제주 4.3사건 당시 미군정이 한국군에 진압명령을 내리고,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는 미군이 (한국에서)양민학살에 개입된 것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언론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없다"며 분개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 기밀이 해제된 정부 문서를 살펴보며 8개월간 쉬지 않고 미국이 제주 4.3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현재 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했다.

연구를 마친 그는 미국이 태평양 지역 아시아 국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공사 중지현수막을 들고 앉아있다.<헤드라인제주>

레지스 감독은 "미국은 일본 오키나와와 한국의 제주, 필리핀과 괌, 마셜제도 등 태평양 지역 아시아 대부분의 섬들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경제-군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유럽이나 중남미에서 그랬고, 지금은 아시아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 강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본 오키나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닮았다고 표현했다.

레지스 감독은 "미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을 점령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공격했다. 그때 20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제주 4.3도 미군정 지배하에 수만명의 양민들이 학살됐다는 점에서 너무 닯아 있어 무척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는 "오키나와는 지금도 미국에 의한 점령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주일 미군의 70%가 오키나와에 집중돼 있고, 오키나와 면적의 20%가 미군기지"라면서 "이제 제주에 해군기지가 생기고 미군이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끝까지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70).<헤드라인제주>

그는 이런 미군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미국에서 '제주의영혼들' 순회 상영회를 가졌고, 강정 주민 등을 초청해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들을 알렸다.

레지스 감독은 "'제주의영혼들'을 본 미국인들은 한결같이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역사 수업에서 미군이 양민학살(제주4.3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을 배운 적 없다'며 한결같이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영혼들' 상영회는 미국 서부지역 10여개 도시를 순회하며 15회에 걸쳐 진행됐고, DVD 등으로도 제작돼 미국인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진행된 강정평화대행진 즈음 해서는 공식적으로 한국어판이 제작됐고, 중국어와 일본어판 등 6개 국어로 제작됐다. 독일에서는 지상파에 방영되기도 했다고.

레지스 감독은 차기작으로 미국의 군사주의와 함게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처해있는 위협에 대해 다룬 영화 '자정 3분전'을 제작하고 있다.

그의 신작 '자정 3분전'은 흔히 지구의 역사를 60억년이라고 했을 때, 인류의 출현과 발전이 현재의 추세로 이어진다면 세상의 종말을 뜻하는 '자정'이 불과 3분밖에 남아있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레지스 감독은 "'자정 3분전'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처해있는 위협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서 주요 위협에 대해 기후변화와 군사주의, 특히 핵무기에 대해 경고했다.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의 차기작 '자정 3분전' 포스터.<헤드라인제주>

그는 "지구 온난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산업화된 국가들, 소위 선진국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해 물건을 생산하고, 자신들이 유지해온 생활방식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그것이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삶과 생산방식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와 함께 군사주의로 인해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위협을 받고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핵무기"라면서 "미국은 (2차 대전 당시)일본에 핵을 투하한 적 있고, 핵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핵폭탄 한발이면 지구 전체가 위협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정을 다시 찾은 이유를 묻자 "새 작품이 강정에서 처음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레지스 감독은 "강정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기지로 고통받는 섬들을 돌아보며 영화를 만들 것"이라며 "군사주의와 기후변화가 세계 환경파에 어떤 형향을 끼치는 지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지스 감독은 해군기지 건설에 수년째 맞서고 있는 강정 주민들이 전세계 평화운동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지스 감독은 "강정주민들은 해군기지 문제로 토지도 빼앗기고, 생계도 어려워진데다 인권이 짓밟히고 있음에도 평화로운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적으로)매우 중요한 상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강정문제에 대해 알게 됐고, 이 이야기를 듣는 시민들은 강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면서 "강정주민들이 저항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일으키는지 말씀드리고 싶다. 제 영화를 본 이들은 강정주민들의 투쟁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레지스 감독은 강정 생명.평화 미사가 열리는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찾아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묵묵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새 작품은 내년 완성될 예정이다.<헤드라인제주>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이 강정 생명.평화미사를 카메라에 담고있다.<헤드라인제주>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이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을 촬영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홍창빈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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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15-08-19 14:26:35 | 14.***.***.123
참 제주인의 한 사람으로써
이 글을 읽으며 내내 부끄럽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레지스 트렘블레이 감독님 파이팅 !!!
정말 훌륭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