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쓰레기 '단체 기합', 그게 정답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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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쓰레기 '단체 기합', 그게 정답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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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시 쓰레기대책과 '깨진 유리창 법칙'
"불법투기 쓰레기 수거 거부"...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아닌가
제주시 애월 해안도로변에 쌓여져 일주일째 방치됐던 쓰레기. <사진=제주시청 민원게시판>
제주시 원노형로에 쌓여진쓰레기. <사진=제주시청 민원게시판>

1.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여파로 침체된 제주관광이 여름 피서시즌을 맞아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즈음에, 곳곳에서 관광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일이 이어져 아쉬움을 갖게 한다. 다름아닌 '쓰레기' 문제다.

주택가를 중심으로 해 골치를 앓던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는, 피서관광이 절정에 이르는 시점에서는 피서객들이 많이 몰리는 해수욕장이나 해안도로변 등에서도 빗발치고 있다.

제주시청 민원 게시판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와 관련된 호소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투기된 쓰레기에 대한 시민의식을 촉구하는 내용에서부터, 제주시 당국이 이를 제때 수거하지 않으면서 주변 미관을 해치거나 악취 등으로 불편을 주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놀라운 것은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해안도로변 '쓰레기 더미' 사례 등은 행정당국이 모두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해 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빈발하는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해 '수거 거부'라는 단호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불법적으로 투기된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는다는 것은 김병립 제주시장이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천명한 쓰레기 대책 '원칙'의 하나다.

제주시 아라동의 한 마을에서 클린하우스가 철거된 곳임에도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불법적으로 투기된데 따른 강경책이다. 유독 이 지역 뿐만 아니라 동(洞) 지역 곳곳에서 이러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끊이지 않는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꺼내든 처방책이 바로 '불법배출 쓰레기는 일정기간 수거 안한다'는 원칙적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제주시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청소행정 종합대책'에서도 불법투기된 쓰레기는 일정기간 수거하지 않고 경고현수막 부착, 고화질 폐쇄회로(CC)TV 운영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해 나갈 뜻을 밝혔다.

2.

하지만 '수거 거부'라는 원칙적 입장은 지나치게 경직된 잣대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김 시장은 지난 7월6일 간부회의에서는 아라동 쓰레기 문제로 인한 지역내 갈등, 중앙지하상가를 1년간 폐쇄해 공사하는 것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상인과 제주시당국간의 갈등의 문제를 '타인의 권리까지 해치며 공동체 갈등을 유발하는이기적 집단민원'으로 규정해 의아스럽게 했다.

그는 "이러한 민원에 굴복하면 비정상이 마치 정당한 것처럼 되어 사회정의가 무너질 수 있고, 여러가지 악순환고리가 된다"면서 해당 부서로 하여금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사회정의'란 표현까지 곁들인 김 시장의 이 발언은 쓰레기 문제와 지하상가 문제가 동일한 사안인 '이기적 집단민원'으로 규정한 것은 물론, 행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마치 '비정상'인 것처럼 치부하는 이분법적 논리에 다름 없었다.

선의의 시민이나 상인들을 모두 도매급으로 '비정상'의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폄훼한 측면도 없지 않다. 행정이 결심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 방법이 옳은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마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3.

이러한 '강경책'에 영향을 받은 때문인지, 제주시 쓰레기 처리대책 또한 실효성 보다는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치닫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시청 민원게시판에서 제기된 제주시 애월 해안도로의 쓰레기 문제다.

이곳은 지역주민들은 물론 피서철을 맞아 관광객들도 많이 다니는 지점이다. '쓰레기 산더미'란 제목의 사진에는 클린하우스 주변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인도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고, 노면은 한눈에 봐도 쓰레기 자욱으로 가득했다.

악취가 풍기고 도로까지 쓰레기들이 나뒹글고 있으나 일주일째 방치돼 관광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 민원글의 핵심이다.

또다른 민원글에서는 제주시 원노형로의 한 지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사례들 해당지역 읍.동 주민센터에서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주민 의식전환 내지 경각심 고취를 이유로 해 수거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원칙'이 그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그 '원칙'이라는 것에 대해, 행정이 스스로 각각의 상황에 맞게 얼마나 고심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를 제때 수거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얻어지는 주민의식 전환 내지 경각심 고취라는 '이득', 반면 많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의 쓰레기 더미로 인한 경관훼손 내지 관광이미지 실추 등으로 인한 '손실'.

그 득실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인지, 정해진 원칙에 관성적으로 대응한 것인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반면 '원칙'과는 어긋나게(?) 속속 치워지는 사례도 있다. 폭염더위 속 많은 피서객들이 몰리고 있는 제주시 이호테우해변과 함덕 서우봉해변 백사장에서는 매일같이 '쓰레기와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이면 밤사이 피서객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비롯한 온갖 쓰레기들을 치우는데 막대한 인력과 트럭이 투입되고 있고, 수거되는 그 양도 엄청나다는 것이다.

어쨌든 해수욕장 쓰레기는 매일같이 빠른 수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시민들이나 피서객들의 의식전환을 주문하면서도 제때 수거하지 않을 경우 있을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왜 해안도로변 쓰레기는 그토록 경직된 잣대를 들이댄 것일까. 물론 이번에 민원이 제기된 해안도로변 쓰레기는 피서객 등 불특정 다수가 버린 쓰레기들도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수거 지연으로 잃게 되는 '손실'의 측면을 감안할 때, 아쉬움은 크게 남는다.

4.

결론적으로 불법배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다는 제주시당국의 '원칙'은 전면 재고돼야 할 필요성을 갖게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협소한 측면만 고려했거나 한 면만을 바라보며 판단한 정책의 결과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불법투기의 문제는 1차적으로 일부 시민들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맞다 하더라도, 이를 근절시킬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책임은 어디까지나 행정당국에 있다.

그런데도 제주시는 '수거 거부'라는 강경책을 마련하고, 이것이 정답인 것처럼 당연시 얘기하고 있다. 수거거부는 해당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공동으로 벌을 받게 하는 '단체 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민의 권리침해 논란으로도 이어질 소지가 다분한 대응책이다. 솔선해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분리수거를 성실히 이행하는 시민들은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솔선수범하는 시민들까지 공동 책임을 묻는 것은 시민의식 개선 취지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재량권 일탈 내지 권리침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설령 패널티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클린환경 감시원의 밀착감시, CCTV를 통한 불법투기자의 영상 공개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한 후 마을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을 검토했어야 했다.

원칙과 사회정의란 미명하에 '수거 거부'라는 대응책은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이번 쓰레기 대책과 관련해 행정편의주적 발상이란 지적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것을 방치해 두면 오히려 무질서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의 원리를 생각하더라도, 이번 '수거 거부'는 답이 아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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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2015-10-21 10:44:19 | 211.***.***.28
결국 도민이 받을 수 있는 행정서비스의 양과 질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똑같은 인력에 더 많은 일을 시킨다면 서비스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족한 행정력을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한 만큼만 쓸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네요

어이없네 2015-08-12 17:00:11 | 110.***.***.60
깨진 유리창 법칙이 적절한 표현이다.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으면 더 쌓이는 법 ㅡ 시청이 오히려 불법 양산하려 하고 있다. 머리 안쓰고 일 팜 편하게 하려 한다

조병구 2015-08-12 13:03:31 | 210.***.***.39
군사주의의 망령인 집단책임, 연대책임도 아니고 죄없는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행정편의주의는 욕먹어 마땅합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방식은 사적 폭력을 부추기지요. 행정수장과 공무원들은 반성하세요. 밑에 분 말대로 시민은 개혁의 객체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는 일벌백계로 투기에 대한 벌금을 크게 물리든가 해야 하는 일이죠.

무개념 2015-08-10 08:21:13 | 211.***.***.28
무개념한 관공객을 비롯한 쓰레기를 무개념하게 버린 사람들이 문제아닌가요?
이렇게 무개념하게 쓰레기를 버리는데 이걸 그래도 수용하고 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는 논리가 더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이 쓰레기를 매립장으로 갖고가서 분리하는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지 아세요?
참 이렇게 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도 없는 사람들이 처리를 안하고 있는 행정탓만하는 당신들이 더 이해 안가네요 행정에서 관광객과 주민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한 이런일은 계속 반복복됩니다 개념을갖고 살아가세요

공감 2015-08-09 21:31:29 | 175.***.***.219
감병립 시장에 제대로 한방 날렸네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