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12억' 집행불가...감정적 충돌, 상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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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112억' 집행불가...감정적 충돌, 상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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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예산 '부동의' vs '가결' 정면충돌, 원인과 전망
증액예산 협의 결국 '무위'...감정적 골만 깊어져, 정국 급랭

제2회 제주특별자치도 추가경정예산안을 놓고 벌어진 제주도정과 의회의 정면충돌 상황은 사실상 계수조정 과정에서 증액편성된 '112억원'만 집행을 안하는 것으로 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말 새해 본예산 예산파국사태에 이어 또다시 빚어진 정면충돌로 인해 제주도정과 의회는 깊은 감정의 골만 깊어지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8일 오후 열린 제322회 제주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도의 제2회 추경예산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수정 의결한대로 가결처리했다.

표결직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증액예산 112억6996만원 전체에 대해 부동의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가결처리하면서 상황은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제주도는 '재의요구'를 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증액예산 전체에 대해 부동의를 했기 때문에 증액예산의 효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큰 이유다.

즉, 의회가 계수조정에서 증액한 부분에 대해서는 부동의를 했기 때문에 집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당초예산 보다 3139억원이 증가한 총 4조1332억원 규모로 편성된 제2회 추경예산안이 가결처리됨에 따라 제주도는 앞으로 '11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예산은 정상적으로 집행하게 된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비록 112억원이라는 예산이 삭감됐으나 '증액예산 전체 부동의'에 이어, 재의요구까지 하지 않기로 하면서 도의회의 증액을 '원천봉쇄'하는 반사적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삭감된 예산은 고스란히 예치해두게 된 셈이다.

반면 지난 24일과 26일, 27일, 그리고 28일 오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계수조정으로 진땀을 흘린 도의회는 증액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허무한 결론에 맞닥뜨리게 됐다. 부동의예산을 '부결'이 아닌 가결 처리한 것은 다분히 '재의요구'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으나 이 예상이 빗나가면서 결과론적으로는 '삭감'을 통한 견제 외에는 얻은 것이 전혀 없게 된 것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벌어진 '부동의'와 '가결'이라는 맞불 상황, '재의요구 없음'은 결국 묘한 결과로 이어지게 한 셈이다.

예산안 표결직전 원 지사가 "증액예산 상당부분이 특혜성 보조금 등이 포함돼 있고, 감정적인 삭감이 추가로 이뤄져 일부 부동의가 아니라 증액예산 전체를 부동의한다"고 밝히면서, 의회는 '부결'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회시간 중 의원들 사이에서 제주도정이 '재의요구'를 할 것을 감안해 파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결처리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12억원의 미집행을 각오하고 내린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제주도 역시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이유를 '실익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재의요구쪽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증액예산 뿐만 아니라 제2회 추경예산 전체를 집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재의요구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112억원 증액예산'만 집행을 유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의회의 '가결처리'와 제주도정의 '재의요구 없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표면적으로는 예산파행을 최소한도로 해 매듭짓게 됐지만, 도정과 의회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 당분간 경색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예산 충돌상황과 관련해 제주도정은 의회쪽에, 의회는 제주도정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며 공방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본회의 통과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예결위에서 동의를 요구한 증액사업은 예산지원이 부적절하거나 형평성이 결여된 사업이 다수였다"며 "더욱이 추가적으로 보복성 삭감을 행한데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도 본회의 표결직전에 "(이번에 제시된 증액항목에서는) 행사성 경비, 특히 몇가지 문제가 된것은 경로당 행사를 비롯한 여러 목록에 특정 단체 친목 단합행사 경비가 다수 포함돼 있는데. 이것은 특혜성 보조금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어 "그래서 저희는 예산부서를 중심으로 협의 과정에서 특혜성 보조금은 어차피 증액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배수로 정비나 진정으로 도민의 삶의 질과 도정의 발전에 필요한 곳에 되면 동의하겠다고 여러차례 간곡히 입장을 제시했다"며, 의회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액협의가 무산된 것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반면 의회에서는 "이번 추경예산 심의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면서, 오히려 도정에서 항의를 하면서 행한 발언의 표현에서 심기가 크게 불편하다는 입장이다.

예결위 의결 직전에는 '몽니 아니냐'는 항의와, 본회의에서 원 지사가 '감정적 삭감'이라는 표현을 쓴데 따른 불쾌함이다.

도의회는 이번 추경예산 심의에서는 예전과 다르게 계수조정과정에서 감액과 증액 부분에 대해 사전에 제주도와 협의를 했고, 특히 증액 부분에 있어서는 증액항목에 대한 사업설명서까지 첨부해 전달했으나 도정이 대거 불수용하면서 이번 상황이 발생한 점에서 파장의 책임이 제주도정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구성지 의장은 "의회는 최선을 다했다. 국회나 다른 의회에서 전부 인정하고 있는 '증액'에 대해 왜 원희룡 도정만 증액을 거부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제,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배척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원 지사를 향해 우회적으로 일침을 가했다.

이경용 위원장도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다. 예외 없는 원칙이 없는 것이고 원칙과 포용의 각기 다른 설정의 융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잘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제주도와 의회간 정책협의회를 통해 모처럼 조성된 화해와 협력분위기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두 기관에서 아쉬운 부분은 적지않게 표출됐다.

의회 입장에서는 삭감예산항목 협의나, 증액예산에 대한 사업계획서 첨부 및 사전협의요청 등 새로운 계수조정 관행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증액예산 항목에 있어 일부 민간보조금은 도정으로 하여금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도정의 지나친 경직된 대응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의원은 "의회에서 새로운 계수조정 관행을 선보였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통큰 동의를 할 수 있음에도 , 일부 예산항목을 문제삼아 '부동의' 항목을 대거 설정해 제시한 것은 지나치다고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협의항목을 전달해주니, 도정에서 만든 '기준'만을 갖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수정해달라고 재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원안 통과'를 시켜달라는 것 아니냐"며 "그건 예산심의권을 가진 의회에 대한 배려나 협력의 측면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피력했다.

예결위 의결에서부터 본회의 표결까지 일련의 파국사태는 증액예산에 한해 집행하지 않는 것으로 해 결론이 났지만, 충돌상황에 따른 감정적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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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색종국 2015-07-29 08:43:25 | 39.***.***.132
냉랭한 정국이 종국으로 치닫지않을까 심히 우려...상대방을 내편으로 껴 안으려면 은근슬쩍 치켜세워주면서 실질적으로 지배해야 꿩먹고 알먹을 수 있는데 완전 케이오 시켜버리면 앙금과 보복의 불씨를 남기게 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