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박이女가 본 교육이야기..."제주서 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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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박이女가 본 교육이야기..."제주서 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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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씨, '제주에서 크는 아이' 발간

제주 토박이가 본 제주교육 이야기를 담은 책자 '제주에서 크는 아이'가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에 자리잡은 도서출판의 장천의 첫 책자이자,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저자 김유경 작가의 회심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귀농.귀촌 등 최고 이주지역으로 꼽히는 제주에서 육아와 교육을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나둘 아이를 데리고 제주 시골로 찾아들던 발길이 이제 태풍이 되어 몰아친다. 폐교 위기에 있던 시골 학교들이 왁자지껄해지고, 토박이보다 전학 온 아이들이 더 많은 곳도 있을 정도다.

아이들을 이끌고 변방의 땅 제주로 몰려오는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찾아 이곳 제주로 몰려오는 것일까? 이 섬에 대한민국 엄마들 마음을 흔드는 그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제주 토박이인 저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로 몰려드는 현대판 '맹모'들을 처음에는 시샘 어린 눈으로, 다음에는 호기심 섞인 심정으로 살펴보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질문들에 대한 대답과 제언을 '제주에서 크는 아이'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이 책은 제주 토박이 엄마가 제주 이주를 꿈꾸는 도시맘들에게 보내는 친절하고도 속 깊은 초대장이다.

왜 제주일까.

저자 김유경 역시 우연히 찾은 시골학교 운동장에서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는 어린 딸을 보며 제주시내에서 시골로 이사를 결심했다.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또한 20년 이상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크는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밤이 정말 깜깜하다는 게 신기해요. 한 번도 그렇게 깜깜하고 조용한 밤을 본 적이 없어요."


제주로 이주한 초등학교 5학년 아이의 말이다. 제주가 여타 도시와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이 더 먼저, 더 많이 알아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제주에서 크는 아이들은 무한한 제주의 자연과 부족함 없는 제주의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산, 바다, 오름 등 제주의 자연은 모두 사시사철 공짜로 제공되는 놀이터요, 체험학습장이다.

아무데나 돗자리 깔면 캠핑장, 밤이면 별 전망대가 된다. 여름이면 풍덩 뛰어들기만 하는 바다가 어디든 펼쳐져 있고, 겨울철이면 인적드믄 아스팔트가 눈썰매장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제주에 산다는 것은 제주 자연을 세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교육은 학교에 맡기고 신나게 놀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

이런 꿈을 안고 제주를 선택한 이주민 엄마. 제주의 학교는 이런 꿈을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제주의 교육환경을 보자.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 친밀감이 높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는 작은 학교다.

전교생이 친구이고 모든 선생님이 담임이 된다. 모두가 주목받을 수 있는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학교는 즐거운 장소라고 여기며 소풍 가듯 학교로 향한다. 제주형 자율학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취미활동들은 또 어떤가. 승마, 악기, 운동 등 흔히 사교육 영역으로 생각되는 다양한 과목들이 공교육에서 무료로 제공된다. 아이들은 방학 같은 학교생활, 엄마들은 휴가 같은 나날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왜 제주인가'에 대한 저자의 자상한 대답을 따라가다 보면 너무 어린 나이에 경쟁에 내몰리고 속도전으로 내달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제주에서의 행복한 유년이라는 데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저자는 제주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제주 토박이로서 외지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제주 교육의 실상과 제주에서의 삶의 조건들도 속 깊게 알려준다.

제주가 경쟁의 무풍지대라고?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대답한다. '아이에게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선물해주고 싶었다'며 제주로 이주한 엄마들은 아이의 중학 입학을 앞두고 당황할 수도 있다.

느슨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난 후 오히려 갑자기 경쟁 대열에 서게 되는 것이 제주의 현실이다. 인문계 고등학교 들어가기가 대학 입시 못지않게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에서 뚜렷한 생계대책 없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하는 장밋빛 환상은 버리라고 잘라 말한다. 제주 역시 막연한 희망만으로는 살기 힘든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전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과 적은 일자리를 가진 곳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선물하기 위해 제주로 온 엄마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백화점이 없네, 고급 문화생활을 즐길 수 없네 하는 도시적 감성은 제발 도시에 두고 오라고. 있는 그대로의 제주를 누리기 위한 마음만 갖고 오라고.

이 책의 미덕은 제주 교육에 대한 상세하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시종일관 아이를 위한 행복한 육아란 어떤 것인지, 우리 아이들이 처해 있는 현실과 엄마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되짚어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넋드림'을 아는지? '반 태우기'는?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자식이라도 엄마의 소유가 아닌 영적인 존재로 받아들이는 제주의 전통적인 육아방식들이다. 저자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의 전통적인 육아방식과 양육관을 소개하면서 현대의 엄마들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아이들마다 제각각 다른 성장 속도를 이해하고, 엄마가 먼저 손을 놓아야 한다고. 힘들고 먼 길이지만 함께 가보자고. 제주는 행복한 육아를 가능하게 해주는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줄 뿐이다. 그것은 충분히 만끽할 만하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결국 엄마에게 달렸다고, 차분하지만 확고한 음성으로 말하고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 줄곧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어린 시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책읽기를 즐기게 됐고, 자연스레 글과도 친해져 훗날 글 쓰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자라났다고 한다.

대학 때 우연히 아이들에게 글쓰기 과외를 했던 게 인연이 돼 현재까지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아동, 청소년, 주부,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글쓰기 강좌를 진행했고, 신문과 잡지, 방송 일을 하는 프리랜서 작가로도 활동했다.

결혼 후에는 자연 가까이 살기를 고집하는 남편을 따라 시골로 이사했고, 덕분에 십여 년간 제주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육아를 경험했다.

지금은 시골 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아이들에게 늘 가까운 벗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부터' 교육혁명> 저자인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제주 토박이로 살아온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한 삶에 대해 '건강한 의심'을 하면서 쓴, 살아 있는 교육 이야기다"라며 "아이를 낳기도, 아이를 키우기도 두려운 대한민국, 과연 우리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제주가 좋다며 또는 시골이 좋다며 아이를 데리고 내려가 동네 분위기를 확 바꾸는 엄마들에게 글쓴이는, 한편으로 질투심을 느끼다가도 다른 편으로는 깊은 연대감으로 ‘천천히’ 다가간다"고 평했다.

그는 "눈에 씐 '콩깍지'를 함께 벗겨내자고, 이 책은 그러한 실천적 연대의 디딤돌이다"며 "솔직한데다 깊이가 있어 참 감동적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런 분이 이런 책을 써주어 참 고맙다고 느끼게 된다. 벌써 행복감이 몰려온다"고 전했다.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저자인 허수경 방송인은 "이 책은 어느 쪽에 놓여 있든 두렵고 막막한 학부모에게 다시 '부모'로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며 "제주 바람의 이면을 살펴보는 것, 제주 토박이이자 초등학교 아이들의 글쓰기 선생님인 작가의 발품 덕에 10년을 살아도 다 알 수 없는 제주 바람의 실체와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평했다.

도서출판 장천. 정가 1만3000원. <헤드라인제주>

<원성심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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