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1년, 쏙 들어간 '협치'...어쩌다 이런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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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1년, 쏙 들어간 '협치'...어쩌다 이런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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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출범 1년] (1) 새로운 정치실험 '협치'의 위기
'화려한 예고편' 어디로?...분위기 '싸늘'...반전카드 나올까?
취임 1년을 맞은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정의 출범 1년 평가에서 취임 초기 핵심아이콘으로 제시됐던 '협치(協治)'는 가장 머쓱하게 다가온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협치'에 대해서는 '개점휴업', '실종', '허명의 단어' 등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젊음과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원 지사가 취임식에서 '협치시대'의 개막을 선언했으나,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협치'라는 단어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 때문인지, 출범 1년을 맞은 지금의 전반적인 도정 분위기는 1년 전과는 분위기 자체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도정 정책 각론에 있어서는 일정부분 혁신을 기조로 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6.4지방선거 때와 인수위원회 시기에 발표된 '화려한 예고편'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도정 운영의 핵심 기축이자 새로운 정치실험으로 예고됐던 '협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면서, 분야별 각각의 정책 역시 매끄럽게 연계되지 못하고 톱니바퀴 없이 따라따로 작동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는 각 분야별 정책변화에 대한 도민사회의 낮은 체감도로 이어지게 한다.

원 지사는 최근 취임 1주년 방송대담에서 협치가 지금도 유효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협치는 도정의 철학이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한 기준"이라며 "협치방식을 통한 사업계획 수립과 예산 배정은 좌초되었지만, 협치는 돌아서거나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협치는 도정의 철학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협치는 자문위위원회의 실질적인 역할 확대, 일하는 방식에 있어 민간 전문가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 지사의 '협치' 설명 부분은 1년 전과 비교할 때 느낌부터 다르다.

당시 협치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모델이자, 새로운 도정운영시스템으로 제시됐다. 후보시절에 처음 제시할 때에는 '권력 배분'에 방점을 두고 있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정신으로 도민의 참여와 협치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원 지사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치시스템을 통해 도정을 운영하고, 도지사는 갈등문제 해결과 중앙교섭, 제주의 가치 확대를 위한 마케팅 분야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제주도정 협치위원회'를 최상위 조직으로 해 △농정.복지.환경.노동분야 등 '업무영역별 협치', △강정 갈등문제나 4.3분야, 환경문제 등 공공 갈등이슈를 중심으로 한 '이슈별 협치', △읍.면.동별로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식의 '지역별 협치', △NGO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가칭 '협치센터' 등의 구성을 제안했다.

총괄 도정운영은 물론 각 분야, 지역, 이슈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협치시스템'을 구현해 내겠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야당 경쟁후보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인수위원장으로 깜짝 인선했던 원 지사는 한발 더 나아가 정당과 진영논리를 초월한 '공동정부'에 준하는 협치의 개념을 제시했다. 야당에 인사 및 정책 등의 당정협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대연정(大聯政)'과 더불어, 지방발 정가 화두로 부상했다.

민선 6기 출범 직후 협치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고조뒤는 듯 했다.

하지만 '깜짝' 발표됐던 협치 관련 구상은 이후 줄줄이 난관에 부딪혔다.

'새로운 정치 실험' 차원의 야당과의 공조 구상은 이후 이렇다 할 진전없이 쏙 들어갔고, 협치위원회 구성계획은 도의회로부터 강한 비토를 당하면서 구성조차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야당과의 공조 구상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정치적 측면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으나, 새누리당을 주축으로 원 구성이 이뤄진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려 협치조례 제정이 무산된 것은 원 도정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도의회가 협치위원회 구성 조례에 제동을 건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 도정에서 줄곧 운영해 온 각종 위원회 내지 대책위원회, TF팀 등과 비교할 때 운영방법 등에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유사성 때문이었다.

법령과 조례를 통해 각종 위원회가 구성돼 운영되고 있는데, 협치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옥상 옥' 내지 기존 위원회와의 충돌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적 측면이나 실표성 측면의 문제도 제기됐다.

협치의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점 등 조례안 체계의 '불완전성' 문제도 대거 표출됐다.

여기에 조례안이 심사보류된 상황에서 '문화예술협치위원회'와 '1차산업협치위원회'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나 도의회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비록 준비위원회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으나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임하며 '정조직' 수준으로 구성돼 있었고, 회의참석 수당까지 지급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협치'라는 말 자체가 공개성과 민주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비공개적으로 위원들을 꾸려 운영하려 한 것은 스스로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구성지 의장이 "영원히 탄생해서는 안되는 조례"라는 격한 표현까지 쓰며 관련조례를 통과시킬 수 없음을 천명하면서, 결국 협치위원회 출범은 무산됐다.

제도적 측면의 실패와 더불어, 실제 도정운영 과정에서 의회 관계나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매끄럽지 못한 측면도 적지 않게 표출됐고, 특히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와 잦은 대립과 갈등을 빚으면서 '협치도정'이란 슬로건은 크게 머쓱해졌다.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대통합의 정치를 이 곳 제주에서 만들어가겠다"고 했던 원 지사의 '새로운 정치실험'은 사실상 실패로 끝난 것이라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나 지방정가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자치도는 취임 1년을 정리하면서 '도민중심의 수평적 협치기반 조성'을 다시 도정의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수평적 협치의 핵심은 '도지사의 권한 나눔, 도민 참여,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라고 설명하며, 정책 형성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도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협치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 도정 주요정책 입안 시 이해당사자 간 사전협의 이행 등 공동인식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1년 전의 '화려한 예고편' 수준은 아니지만, 협치도정의 기조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선언이다.

출범 2년차를 맞은 원 도정이 쏙 들어간 '협치' 아이콘을 다시 수면위로 부상시키기 위해 어떤 반전의 카드를 꺼낼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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