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 쥐여 주니 스스로 '꿈길' 걷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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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쥐여 주니 스스로 '꿈길' 걷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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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YWCA 취약계층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업
수업 절반이 '생각시간'..."아이가 중심인 참교육으로"

세상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음에도 내가 나를 소개하는 일은 영 어색하기만 하다. 모두들 바삐 하나의 성공궤도만을 좇았던 탓일까.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은 항상 부족했던 우리다.

요즘 제주 곳곳에서는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나는 누굴까?", "나는 뭘 좋아하지?", "나는 이런 걸 잘 해!". 끊임없이 '나'에 대해 탐구하고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있는 곳은 이내 '스스로 배움터'가 돼 버리곤 한다.

올해 초부터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43곳의 제주시내 지역아동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자기주도학습전문가 25명과 센터 소속 200여명의 아이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사업을 기획한 제주YWCA는 당초 취약계층 아이들에게는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하다고 내다 봤다. 자존감과 학업성취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여기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이 더해져 전문적인 자기주도학습 교육을 받은 강사들이 제주 곳곳의 지역아동센터로 파견된 것. 이러한 지원 속에 아이들은 오늘도 스스로의 꿈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던 어느 오후, '꿈길'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YWCA의 한 교실을 찾아가 봤다.

YWCA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 방과후수업. 김남희 강사가 10여명의 아이들과 함께 '웃음' 수업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기분 좋은 눈웃음과 함께 인사를 건네줬던 건 다름 아닌 아이들. 서로 나서서 신발장과 교실이 있는 곳을 안내하던 아이들은 수업시간을 확인하더니 필기구를 집어 들고 곧장 교실로 뛰어갔다.

"선생님, 수업시간 다 됐어요!" 수업을 재촉하는 것도 아이들이었다. 보통 수업이 끝날 때 쯤 들릴 법한 말들이 이 곳에선 수업 시작 전부터 아우성이었다. 곧 반장의 인사가 이어졌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행복 가득한 이 분위기는 수업 내내 이어졌다.

수업에 나선 김남희 강사는 이날 '습관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를 들었다. '목표'라는 주제로 진행됐던 지난 수업의 연장선상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도록 해 스스로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수업은 총 40분. 이 중 3분의 1은 '생각하는 시간'으로 활용됐다. 나에게는 어떤 습관이 있는지, 또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김남희 강사는 아이들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뿐 먼저 들여다보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이젠 일상인 듯 아이들도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보였던 아이들은 발표시간이 되자 번쩍번쩍 손을 들며 선생님 곁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서로의 습관을 들으며 작은 농담을 던지기도, 칭찬을 하기도 하는 아이들에게 김남희 강사는 "기억할게"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에 아이들도 웃으며 박수와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이 진행된 지는 약 두 달째. 앞서 아이들은 간단한 성격과 흥미검사를 받는 자기이해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어진 수업이 이날 목표와 습관, 가치를 주제로 한 자기발전시간. 앞으로 아이들은 공부법과 관련한 자기학습시간과 함께 올 연말 자신의 자기주도학습 계획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YWCA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초등학생들과 김남희 강사가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자기주도학습은 큰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참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학습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에서다.

김남희 강사는 "자기주도학습의 주된 목표는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이런 시간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아이들의 '꿈길'은 더욱 명확해 진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어떤 방향성이 없이 단순한 학습만 진행될 경우에는 아이들이 금방 지친다."고도 했다. "스스로 세운 계획과 이에 따른 실천을 또래 친구들과 함께 소통했을 때 비로소 행복한 자기주도학습이 된다."던 그였다.

수업이 끝나고 만난 장보람(11), 강윤지(10) 어린이는 "학교 보다 여기가 더 좋다"던 말을 거듭 반복했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수업에 마음이 편하다던 아이들이었다. 또 그래서 "공부도 알아서 하게 된다"던 아이들이었다.

"항상 저희를 기다려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해요. 올해도 내년에도 그 뒤에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헤드라인제주>

*본 기사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 신문(2015년 6월호 8면)에도 게재됩니다.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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