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제주감귤 구조혁신' 방침에 술렁...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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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제주감귤 구조혁신' 방침에 술렁...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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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총론에는 공감...'비상품감귤 격리' 현실성 논란
'수매가 보전폐지' 쟁점 부상...'산지폐기' 물량처리, 어떻게?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준비해 발표한 제주감귤 5개년 계획(2015~2019년)의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을 위한 구조혁신 방침'에 대한 농민들의 우려가 분출되고 있다.

최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제주감귤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도약시키고, FTA 등 시장개방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감귤 생산체제로 구조혁신을 해야 한다는 총론적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있어 '비상품 감귤의 격리' 대책은 한결같이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5개년 계획은 △고품질 안정생산 △수급조절 및 소득향상 △과학적 통계시스템 구축 및 가격 산지주도 등 3개분야 8개 주요 핵심과제에 집중 투자하고 이를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그중 감귤의 당도를 높이는 방향의 고품질 생산기반 구축에 주력하기 위해 제시된 △표준과원 조성 의무화, △불량감귤원 정비명령제 도입, △성목이식사업 확대, △품종갱신, △수령 50년이상 감귤원 재입식, △부적지 감귤원 폐원, △작목.작형 전환 등은 강력한 시행을 위해 제도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나, 도입 취지에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많은 논란과 진통이 있었던 '감귤상품규격 5단계 시행'과 더불어, '감귤실명제' 등은 이미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도 상당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수급조절 및 소득향상' 분야에 있어 비상품 감귤은 산지에서부터 퇴출되도록 해 시장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킨다는 원칙 아래, 가공용 감귤 처리와 수매정책을 전면적으로 개선키로 한 부분이다.

구조혁신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합,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도 바로 이 부분과 맞물려 있다.

비상품감귤을 산지에서 폐기하는 방법으로 퇴출시키자면서도, 대책은 농가의 의식전환 내지 자구노력 호소에 맞춰지면서 '현실성 결여'란 지적이 적지 않다.

제주도가 밝힌 방침에 따르면 2010년산 노지감귤 출하 때부터 적용됐던 비상품 감귤 가공용 수매가 보전이 전면 폐지된다.

비상품 감귤을 가공용으로 전량 수매하던 관행도 개선한다. 올해부터는 상품규격(2S∼2L)에서 발생하는 중결점과만 가공용으로 수매하도록 가공용 감귤규격을 재설정하겠다는 것이다.

가공용 감귤수매는 2010년까지는 가공업체에서 kg당 80원 선에서 수매가 이뤄져 왔으나, 2010년산 출하시기인 2011년부터는 가공업체에서 110원, 제주도에서 50원을 보전해주면서 kg당 총 160원에 수매돼 왔다.

2014년산 기준 가공용 수매가 보전비용만 79억원에 이르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공용 수매비용 보전비로 지출된 공적자금은 총 209억원에 달한다.

원 지사는 "그동안 비상품 감귤처리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가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따라서 올해부터는 가공용 감귤 수매 시 kg당 50원 보전하던 제도를 없애고 그 재원을 고품질감귤 생산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즉, 실효성이 낮은 가공용 수매가 보전제도를 폐지하고, 그 재원을 고품질감귤생산을 위해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 부분에 있어, 수매가 보전을 폐지한다고 해서 과연 비상품감귤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농과 전여농은 "비상품 감귤을 산지에서 폐기해 시장으로 반입을 금지시킨다는 방찬을 내놓고 있으나 이 또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 무슨 수로 막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는 이 정책이 시행되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한 비상품 감귤의 시장반입 물량은 오히려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단체는 감귤 열매따기 등을 한다 하더라도 비상품 발생이 평균 30% 이상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며,"현재도 비상품 감귤 유통을 막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상품 감귤 가공수매를 하지 않을 경우 비정상적인 유통경로를 통해 더 많은 양의 비상품 감귤이 시장에 유통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에서 50원을 보전해 160원에 수매를 할 경우 가공용으로나마 비상품 감귤을 일부 처리가 가능하나, 수매가 보전을 하지 않을 경우 농가에서 비상품을 산지폐기하지 않고 몰래 시장에 유통시킬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많은 비상품 감귤이 시장에 풀리면서 오히려 감귤값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도 했다.

여기에 이번 구조혁신 정책에서는 '비상품 폐기물량'의 처리방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점도 우려감을 크게 하는 이유다.

원 지사는 방침발표 기자회견에서 "농가의 불만과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비상품 감귤을 퇴출시키지 않고서는 제주감귤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며 "제주도정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나갈 것이며, 이 기회에 농가 스스로도 비상품 감귤을 감귤원내에 버리는 실천운동과 시장격리 자구노력을 다 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선 2기 제주도정 당시 농정업무를 했던 고위공직자 출신의 한 인사는 "가장 큰 문제는 비상품 감귤을 산지폐기 한다 하더라도, 폐기되는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비상품 감귤을 땅 속에 파묻으면서 환경오염 논란이 제기돼 지방선거 쟁점으로 떠올랐던 적이 있고, 이의 대안으로 공해상에 버리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검토결과 부적정한 것으로 결론이 나 시행하지 않은 바 있다"면서 "감귤은 자연적으로 부패돼 퇴비화가 어려운 점이 있어, 산지폐기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대안을 갖고 농가에 설명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경영인연합회도 "비상품 감귤을 따지 않을 수도 없고 그대로 감귤원에 버린다 해도 오염과 수확 작업의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비상품 산지폐기 부분에 대해서는, "대안책 없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농가의 의견수렴이 미흡한 문제도 적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결국 이번 원 도정의 감귤 구조혁신 방침은 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정치작물'로 불리면서 '지원위주'의 시책을 펴 온 감귤정책의 골격을 전면 수정하는 형태를 띄면서, 방향전환 내지 근본적인 구조개선 측면에서는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하나,  비상품감귤 처리문제에 있어서는 현장 농민들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기되는 비상품감귤 처리 문제에 대해, 원 도정이 어떤 추가적인 보완책을 제시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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