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억짜리' 미래비전계획 용역, 여전히 반신반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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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짜리' 미래비전계획 용역, 여전히 반신반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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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미래비전계획 도민 참여', 한계와 우려
정말 '도민이 만드는 계획' 맞나?...용역결과물 책임 면피용?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 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제주미래비전계획' 수립 용역이 중반부를 향하는 시점에서, 9일 '도민계획단' 출범행사가 열렸다.

도민계획단은 도민 100명과 청소년 22명 등 122명으로 꾸려졌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발전연구원은 공모를 통해 계획단을 모집한 결과 277명이 응모해 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각 분야별 전문성 보다는 지역별, 성별, 연령별 비례할당 기준으로 해 선정했다고 전했다.

제주미래비전 수립 연구 용역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주의 현안 이슈를 비롯해 도민이 바라는 제주 미래상, 제주가치와 비전에 논의해 총의를 모으는 역할을 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해 6회에 걸쳐 토론을 가진 후, 오는 6월30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제주미래비전 전달식'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원 지사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출범행사에서는 위촉장 수여와 함께 도민계획단 122명이 걸개현수막에 핸드프린팅을 하는 '이벤트'가 진행됐다.

제주의 가치를 담은 최상위 개념의 전략을 만드는 용역이 보통 전문가 집단 위주로 진행돼 온 것과는 달리, 이날 이벤트는 제주의 미래를 도민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행사장 플래카드에도 '도민이 만드는 새로운 제주'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나붙었고, 시종 '도민이 만드는'이라는 수식어가 시종 강조됐다.

그동안 전문가 집단 위주로 진행해 온 용역에 민간영역 참여폭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9일 열린 제주미래비전계획 용역 관련 도민계획단 출범 행사에서 걸개현수막에 핸드프린팅을 하는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9일 열린 제주미래비전계획 용역 관련 도민계획단 출범 행사.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정말 '도민이 만드는' 계획이 될 수 있을까 라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도민들이 직접 만든다는 점을 전면에 제시하고 있으나, 초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이번 용역의 특성, 그리고 용역의 진행 흐름 등을 놓고 볼 때 이미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 논란 많은 '18억원 국제입찰' 용역 ...'재탕' 결과물 나온다면?

이 용역의 특성을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국제입찰로 국토연구원을 중심으로 (주)도시건축소도, (주)한국종합기술, (주)시아플랜건축사사무소 등 4개 기관.업체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이 용역의 사업비는 무려 18억원.

이 규모의 용역은 역대 최고 수준의 메머드급 플랜이다.

법정계획인 지난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종합계획 수립 용역에는 14억원, 그리고 국제입찰로 이뤄졌던 1999년의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는 당시 미화 100만달러(약 12억원)가 각각 투입됐다.

예전 용역과 비교하더라도 규모나 내용면에서 크다. 최초 용역 계획이 제시될 때, 논란이 분출됐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용역의 목적 또한 모호한 점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이 공감하고 지향하는 제주의 미래상을 토대로 미래비전과 기본구상을 마련하는 한편, 부문별 중장기 전략 방향과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것을 제시했다.

즉, 제주비전 및 목표를 설정하고, 기본구상과 현안과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았다.

과업지시서에서는 구체적으로 △제주의 현안이슈 및 계획과제 도출(일반현황, 각종 법정·비법정계획 현황 등) △국내.외 유사 추진 사례 분석 및 시사점 도출(국제도시, 관광도시, 환경도시 등) △미래가치 창출 위한 새로운 제주비전 및 목표 설정 △새로운 제주만들기를 위한 이슈 선정 및 실행 위한 기본 구상 △현안과제 가이드라인 제시 및 실행방안 마련 등을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비법정계획으로 분류되는 이 미래비전계획이 수립되면 어떤 형식으로 실천력을 담보해낼 것이냐 하는데 있다.

이미 최상위 법정계획으로는 제주특별법에 의한 법정계획인 현행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이 있는데다, 도시기본계획, 관광진흥계획, 도시교통정비중기계획, 수자원관리종합계획 등 개별법에 의한 부문별 계획이 시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도의회가 업무보고에서 다시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점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현재 제주발전전략과 관련한 다양한 법정계획이 존재하면서 기존 법정계획과 충돌 내지 혼선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최상위 지침'의 개념으로 계획으로서 '지침'이 마련된다면, 기존 법정계획은 모두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다. 자칫 계획만 뜯어고치며 수년의 시간을 흘러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시대 출범 이후 3개 관광단지, 20개 관광지구 개발사업계획을 담은 종합계획에서부터 수많은 계획들이 제시됐으나, 실행은 화려한 계획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기 일쑤였다.

여기에 '미래비전'과 '최상위 지침'으로 요약되는 이번 용역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과연 기존 법정계획 수준 이상을 뛰어넘는 내용이 제시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 있어서도 못미더워 하는 시각들이 크다. 종전 법정계획들의 데이터들을 '짜깁기'하거나, 재탕 삼탕의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도민들이 직접 만든'이라는 슬로건을 불쑥 꺼내든 이유를 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온 후 나타날 수 있는 비판적 요소들을 희석화시키거나, 외형적 틀의 명분을 갖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비전계획은 도민들이 직접 토론하며 의견을 집약시켜 만든 것이라는 논리로, 결과물에 대한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 순서 바뀐 용역 흐름...정말 '도민이 만드는' 것 맞나?

이러한 의구심들은 이번 용역이 '도민의견'을 수합해 만들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도민계획단'을 운영하며 도민의견을 총화해 만들수 있는 계획이라면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국제입찰을 할 필요도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용역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마스터플랜팀의 구성원이 건축, 도시설계, 도시공학, 행정, 환경 전문가 등 5명으로 꾸려져 있는 것만 보아도,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 과업지시서에서는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제주비전 및 목표 설정'이 3번째로 명시됐으나, 용역작업에서는 이 미래비전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사안이다. 용역 과제수행 순서가 최상위 지침이 먼저 설정된 후 각론으로 들어가 부문별 혹은 현안과제 논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도민계획단을 용역작업이 중반부로 향하는 시점에서 출범시킨 것 자체가 다소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지난 2월 착수한 이 용역은 11월11일까지 최종보고서 납품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도민계획단이 제주미래비전을 원 지사가 전달하는 시점은 중간보고서 제출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6월20일이다.

도민계획단의 미래비전 전달식이 끝난 후에야 용역팀의 실질적 계획수립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면, '도민이 만든 미래비전'은 한낱 참고용 내지 살짝 덫칠하는 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출범 이벤트에서 제시한 '도민이 만드는 새로운 제주' 슬로건이 진정이라면, '선(先) 도민의견 수렴, 후(後) 용역' 수순을 밟았어야 했다.

이미 용역 자문단까지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도민계획단은 용역팀에 도민들이 바라는 사항을 전달하는 도민참여 확대의 의미 정도가 적당한 것이 아닐까.

도민의견을 수렴했다고 해서 '도민이 만든 계획'으로 포장하는 것은 억지 설정 프레임에 다름없다.

오히려 '도민이 직접 만든'이라는 강조점은 18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국제입찰을 통해 선정한 용역 업체에 책임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도민이 만들었다면 용역 결과물도 도민들이 최소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등식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말 많았던 용역, 그럴듯한 '포장'도 좋지만 제대로 된 용역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용역팀에 확실한 책임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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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2015-05-10 09:15:14 | 175.***.***.121
이벤트 정치 너무 좋아하시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