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잘 가꾸기어 신(神)이 된 삼승할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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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잘 가꾸기어 신(神)이 된 삼승할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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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헤드라인제주>

햇빛을 머금은 가지 많은 나무의 잎사귀에서는 산새들이 재잘거리며 오가고, 아이들의 밝은 모습 만큼이나 찬란한 푸르름이 부서지는 아침입니다. 고운 맬로디를 타고 백만 송이 장미 이야기가 오랫동안 노랫말로 들리더니, 억만 송이 꽃향기가 많은 관람객들의 흡족해하는 인터뷰와 함께 꽃 박람회의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 모를 예쁜 꽃들도 길가 모퉁이에서 향기 가득 빛을 내고 있는 때입니다. 꽃 가꾸기로 신(神)이 된 이야기가 제주 신화에 전해 오고 있어, 도민 여러분들과 함게 하고 싶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 어렵게 임신한 아내가 열 두 달이 지나도 해산(解産)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이는 물론, 부인마저 잃게 된 아기 아버지는 원통한 사정을 금백산에 칠성단을 차려 놓고 요령을 흔들면서 옥황상제께 아뢰었습니다. 인간 세상에 생불왕이 없어 생긴 일임을 안 옥황상제는 적임자를 추천하도록 했습니다. 명을 받은 지부사천대왕은 생기복덕 사주를 살펴 본 다음, 효심이 지극하고, 일가(一家)가 화목하며, 공덕(功德)이 깊으면서도 한쪽 손에 번성꽃, 한쪽 손에 환생꽃을 가진 맹진국 따님아기를 추천하게 됩니다.

추천을 받은 맹진국 아기씨는 금부도사(禁府都事)의 안내로 하늘에 올라옵니다. 대청으로 들어서면서 옥황상제에게 똑똑하고 당당함을 인식시킨 다음 인간 세상 생불왕으로 허락을 받게 됩니다. 처녀의 몸이었기에 아무 것도 몰랐던 맹진국 따님애기는 옥황상제에게 잉태(孕胎)와 해복(解腹)에 관해 자세히 익힌 다음(“아방 몸에 흰 피 석달 열흘, 어멍 몸에 감은 피 석달 열흘, 솔솔아 석달, 빼 솔아 석 달, 아홉 달 준삭 채왕, 아기 어멍 늦인 뻬 보띄우곡 보뜬 배 늦추왕 열두 구에문(宮의 門: 陰門)으로 해복(解腹)시키라.”), 사월 초파일 옥황상제의 명을 받아 눈부신 차림으로 생불왕이 되어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녀 물가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수양버들 아래서 어떤 처녀가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측은한 생각에 사정을 물어보았더니, 동해 용왕의 딸이었습니다. 부모에게 불효한 죄로 귀양을 왔다가 생불왕이 되려하였으나 해산을 시킬 수 없어 울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옥황상제의 명(命)을 받고 온 인간 세상의 ‘생불왕’임을 밝히자, 동해용왕 따님애기는 명진국 따님애기의 머리채를 잡고 마구 매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물러 설 수 없게 되자 옥황상제의 분부대로 하기로 하고 두 처녀는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옥황상제는 얼른 판가름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얼굴도 닮았고, 생불을 주는 것도 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시험을 해 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천계왕, 벽계왕을 불러 꽃씨 두 방울을 내어주고, 서천서약국(西天西域國) 개 모살왓에 꽃씨를 심고 꽃이 번성하는 대로 생불왕을 구별하기로 한 것입니다. 두 처녀는 각각 모래밭에 꽃씨를 심었습니다.

움이 돋아나고 가지가 뻗어 갔습니다. 옥황상제가 꽃 심사를 나갔습니다. 동해 용궁 따님아기의 꽃은 뿌리도 하나요, 가지도 하나가 겨우 돋아나 이울어 가는 꽃이 되어 있었고, 명진국 따님아기의 꽃은 뿌리는 하나인데, 가지는 4만5천6백 가지로 번성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석에서 옥황상제의 분부가 내려졌습니다. 동해 용왕 따님아기 꽃은 이울어 가는 꽃이 되었으니, 저승할망으로 들어서고, 명진국 따님아기의 꽃은 번성한 꽃이 되었으니 삼승할망으로 들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부가 떨어지자, 동해 용왕 따님아기는 화를 내며, 명진국 따님아기의 꽃가지를 하나 꺾어 가벼렀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이 지나면 경풍, 경세 등 온갖 병이 걸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명진국 따님아기는 어떻게든 달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기가 나서 앓게 되면 적삼, 돼지머리, 아기 업는 멜방 등 폐백과 좋은 음식을 마련하여 저승할망을 위해 음식상을 차려 올리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두 처녀는 서로 작별 잔을 나누고 동해 용왕 따님아기는 저승으로 올라가고, 명진국 땨님아기는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삼승할망, 생불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효심 가득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깊은 공덕을 실천하면서 성장한 맹진국 따님애기는 같은 조건에서도 사만육천오백 가지의 다양함으로 번성시킬 수 있는 꽃을 피울 수 있었던 존재로 하늘 옥황도 판단한 것 같습니댜.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지요? 신록의 찬란함 속에서도 빛나는 향기를 가진 꽃들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도민 모두의 가정에도 향기 가득한 꽃들의 향연이 가득하기 기원 드리고 싶습니다.<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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