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도정질문에서 제주4.3희생자추념식 합창곡에 4.3을 상징하는 대표적 노래 '잠들지 않는 노래'가 빠진 것과 관련해 "행정자치부가 주관해 이뤄졌다"고 해명한 것이 '거짓증언'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가 22일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명예도민증 수여대상자 동의안' 등을 심의하는 자리에서 도정질문에서의 원 지사 발언의 진위여부가 구설수에 올랐다.

김희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도정질문 당시 원 지사가 4.3희생자추념식은 제주도가 주관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주관은 제주도가 맞지 않나. 행정자치부에서 모든 권한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에 결정됐다고 했는데, 답변이 잘못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정학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행사 준비는 제주도가 한다. 원 지사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김 의원은 "당시 권한이 없다는 말까지 하지 않았나. 노래 선곡 권한이 없다고 했다"고 따져물었다.

김 의원은 "중앙정부에서 빼라고 하니까 뺀거냐? 행자부 얘기는 대중적인 노래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제주도에서 알아서 했다고 하는데, 그럼 어디서 거짓말 한 것이냐"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어 "행자부에서는 자기네가 대중적인 노래를 하라고 하니까 제주도에서 알아서 정했다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행자부에서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는데, 한 곳은 거짓말 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주관 기관으로 행사를 주최측과 협의했다. 문제가 됐던 두 곡은 지난해에도 공연이 안됐던 곡이었고, 가급적 대중적 노래를 하는게 어떤가 해서 자체적으로 논의해 변경했다"고 밝혔다.

답변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변경했다는 대목에 대해 김 의원은 "그런데 원 지사는 답변 당시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엄청 다른 내용 아니냐? 지사님은 권한이 없기 때문에 행자부에서 답변했다고 하고, 국장은 알아서 했다는 것이냐"고 재차 따졌다.

김 국장이 "협의 과정에서 권고가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권고가 있어서 제주도가 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원 지사가 답변을 잘못한 것"이라며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원 지사는 당시 '주관부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 말을 '권한이 없다는 뜻이구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완전히 상반된 얘기 아니냐. 답변이 잘못됐든 의회에 거짓증언한 셈"이라고 힐책했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 15일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4.3의 대표적 상징 노래인 '잠들지 않는 노래'와 '애기 동백꽃의 노래' 등이 4.3추념식에서 빠진 것에 대한 도민사회의 논란에 대해 "행자부 행사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원 지사는 변경된 합창곡에 대해 "저희 소관이 아니었다", "반론할 기회조차 없었다. 행자부가 모든 실무를 맡고 있다"고 분명한 입장을 전했으며, "제주도가 주관한다면 이번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이는 행자부 관계자의 "추념식에 참석하신 분들이 널리 알고 있는 노래가 어떻겠느냐 하고 제안했을 뿐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는 해명과도 대치되는 것이어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원 지사의 발언과 제주도청 관계관과의 발언도 엇갈리면서, 오히려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4.3노래 변경은 중앙정부의 '외압' 논란과 함께, 제주도정에 잇어서도 제주4.3을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지시한 사항을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제주도정의 '종속성' 측면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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