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장한장애인, '단순명쾌' 그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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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장한장애인, '단순명쾌' 그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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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올해의 장한장애인' 대상 수상 김경숙 씨
"제게 장애란 없어요...여성장애인 공동체는 인생의 꿈"

그녀의 삶의 철학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해보는 것. 그 뿐이었다.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어린 나이에 시작했던 재단사 인생도 올해로 35년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난 삶을 되돌아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소녀적 생기가 가득했다.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소아마비 진단을 받아 지체장애 2급으로 살아온 그녀는 "장애가 익숙해진 나에게 장애란 없다"고 말한다. 크고 작은 두려움을 비워낸 마음엔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차 있었다.

제3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제주특별자치도 2015년 장한장애인 대상' 수상자에 선정된 김경숙 씨(56.여.제주시 조천읍).

수상소식이 전해졌던 지난 14일 저녁에도 경숙 씨는 밀려드는 일거리에 분주해 보였다. 찾아가 축하인사를 건넸더니 씩 웃으며 쑥스런 소회를 전할 뿐이었다. "좋기도 하면서도,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면서.

장애를 뛰어넘은 전문기능인으로서 그동안 장애인의 사회참여는 물론, 장애인 인식개선과 복지발전에 헌신해 온 그녀는 "앞으로 재능기부를 통해 여성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올해의 장한장애인 대상 수상자에 선정된 김경숙 씨.<헤드라인제주>

"옷에 대한 애착이 커요. 장애로부터 저를 일으켜 세워준 직업이니까... 그동안 이 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는데, 이게 아니였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요. 천직으로 알고 후회없는 장래를 펼쳐나가야죠"

1960년 우도에서 태어난 경숙 씨는 4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에 개의치 않고 학업에 정진해 제주여상에 합격하기도 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일요일에만 출석하는 방송통신고에 입학하게 됐다고.

일요일 하루였지만 오가는 배편에 힘이 들어 사촌언니 의상실에서 지내게 된 경숙 씨는 이 때부터 재단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3년간 의상실 작업대 위에서 잠을 청하며 기술을 익혔던 그녀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던 26살 때 '하이얀'이라는 이름의 첫 개인 의상실을 오픈하기도 했다.

경숙 씨는 졸업 후 의상실을 접고 소아마비 수술을 받기 위해 여수로 떠났다. 1년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고, 보조기에 의지해야 했지만 비로소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됐다. 이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던 그녀였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았다. 재단일 수요가 높아 취직은 곧잘 됐지만 장애가 있어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였던 데다 대게 꼭대층에 마련돼 있는 작업장을 오르내리는 것도 그녀에겐 크나큰 벽이었다.

"그런 서러움을 받을 줄 몰랐다"던 경숙 씨는 "잘리면 잘릴 때까지 해 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그렇게 전국을 누비던 경숙 씨는 35살 되던 해 제주에 내려와 결혼을 했고, 집 한켠의 작은 방을 수선방으로 꾸며 지난 20년간 일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막내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제주시청 부근에 수선.제작.강의 등을 진행하는 '김경숙 패션아트'를 내게 됐다고.

올해의 장한장애인 대상 수상자에 선정된 김경숙 씨.<헤드라인제주>

"남들은 나를 장애인으로 바라보겠지만 장애가 익숙해진 나한테는 장애가 없어요. 이제는 불편한 것 없이 내가 나에게 익숙해지고, 적응이 돼버렸으니까... 장애를 극복했다고 봐야 하나?(웃음)"

경숙 씨는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운영위원으로 재임하면서 장애인 단체의 각종 사업을 지원, 여성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조천읍분회장을 맡았던 지난 9년 동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론볼대회를 매해 개최하며 장애인 인식개선을 유도하기도.

이어 경숙씨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조천읍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해 왔고, 제주도내 최초 여성장애인 밴드(WPM)과 여울림 풍물단을 운영하는 등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경숙 씨는 지난 2010년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 양장부문 금상을 수상한 뒤 이듬해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여성전문 교육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도의 길에 들어섰다. 입소문이 났는지 이젠 경숙 씨의 교육자료는 의류수선 기본지침서로 통할 정도.

경숙 씨는 그동안 지역자치활동에 썼던 시간과 열정을 재능기부에 쏟아 여성장애인 중심의 지도활동을 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기능직 출신 여성장애인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단순직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포기하지 않고 길게 내다보는 정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서 기능인 출신의 여성장애인 공동체를 만드는 게 인생의 꿈입니다."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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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멋쟁이 2015-04-16 13:21:44 | 110.***.***.166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이 그대를 위한 말인것 같군요 긍정적긴 삶이 아름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