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이석문 교육감, '아이들이 안전.행복한 제주교육'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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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이석문 교육감, '아이들이 안전.행복한 제주교육'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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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모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페이지를 매일 한 장씩 마음으로 써내려갔습니다. 페이지가 쌓여 어느덧 365장이 되었습니다.

페이지 마다 제각각 참사에 대한 다른 이름과 의미가 적혀있습니다. 우리 교육이 써내려간 페이지에는 지울 수 없는 두 개의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라"

잊지 않겠다는 것은 세월호 참사만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를 떠올릴 때 마다 지금도 미안함으로 수렴할 수 없는 커다라 부채감이 마음을 짓누릅니다. 만약에 제가 세월호 속 교사였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습니다.

모든 교육자들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가만히 있으라"란 물음 앞에서 아이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 제주교육이 약속드릴 답은 '아이들이 함께 누려야 할 안전하고 행복한 제주교육'입니다

시대의 명배우 오드리 햅번의 가족들이 '세월호 추모기억의 숲'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숲을 조성하는 것은 땅과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성스러운 과업입니다.

제주 교육 역시 세월호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희망교육의 숲'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그 숲에는 '아이들의 안전'이 강물처럼 도도하고 힘차게 흐를 것입니다. 이 숲에서는 아이들이 제각각 펼쳐놓은 꿈과 잠재력들이 싹을 틔우고, 거대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그 나무들은 서로 서열을 매기며 경쟁하듯이 앞 다투어 크지 않을 것입니다. '배려와 협력이 있는 공존의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숲에 다양한 생명이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처럼 희망교육의 숲에도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이 조화를 이룰 것입니다.

제주교육은 세월호의 도착 예정지였던 제주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희망 교육의 숲'을 조성하기 위한 다섯가지 비전을 선언합니다.

첫째, 세월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환경을 갖춰 나가겠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교실 속 일상에서부터 안전과 평화, 행복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쟁과 서열 중심의 교육구조를 협력과 배려 중심으로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둘째, 교육은 '지시'와 '관리'가 아닙니다. '질문'과 '소통'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배경에는 "가만히 있으라"라고 상징되는 지시하고 관리하는 한국 교육의 문화가 있습니다. '지시'와 '관리'가 아닌 '질문'과 '소통'이 생생히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겠습니다. 질문하고 소통하는 교육문화 흐름 속에서 아이들이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답을 찾고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세월호는 우리 삶의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웠습니다.

제주의 아이들이 제주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자신의 삶 속에서 체화할 수 있도록 모든 학교에서 '제주 정체성 및 펴오하 인권교육'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넷째, 세월호 이후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먹는 '밥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밥 한 그릇에는 끼니의 의미를 넘어 가족과 학교.사회 간 소통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안정감,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건강함 등 형언할 수 없는 무수한 가치가 있습니다. '밥 한 그릇'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모든 아이들이 함께 교육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세월호의 상처가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경쟁교육의 압박으로 인한 상처 역시 내재해 있습니다. 교육의 기본은 아이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입니다. 제주교육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선언을 토대로 제주교육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교육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교육의 노력만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민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루면서 '희망 교육의 숲'을 차근차근 조성해 나가겠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희망 제주교육',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2015년 4월 16일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이석문.<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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