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추모詩...'그 사내의 이름', '곧건 들어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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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추모詩...'그 사내의 이름', '곧건 들어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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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환 시인. <헤드라인제주>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을 앞두고 31일 제주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 주최 '4.3증언본풀이 마당 열네번째, 기억 in 4.3'에서는 증언자들의 한 맺힌 이야기와 함께 제주 작가들의 4.3추모시가 낭송돼 자리를 숙연케 했다.

제주작가회의 소속의 김영미 시인은 '그 사내의 이름', 강덕환 시인은 '곧건 들어봅서'라는 제주어 시를 낭송했다.

그 사내의 이름

김영미(시인, 제주작가회의)

숲속에 어둠이 내린다
사위는 기괴하리만치 적적하다
저녁연기를 피웠던 망개나무의 희나리는
다 날려 흔적도 없다
깨어진 그릇이 제 속의 진실을 열어 보이고
여물지 않은 봄볕만이 그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수저 위에 소복이 쌓인다
냉정하리만치 싸늘한 숲의 적막 속에서도
기나긴 희망이 봄 나무 가지마다 걸려 깨어난다
봄 향기는 열기를 다해 피어났고
동백은 마지막 절정을 향해
온몸을 붉게 물들였다
누구도 동백의 붉은 색을
탓하지 않았고 이유도 묻지 않았으며
단 한 번의 낙화에도 애를 태우지 않았다
세월은 늘 이렇게 덤덤해야 했다
동백은 그냥 동백이란 이름을 가진 꽃이고
봄날 가장 붉게 타오를 수 있다면
동백에겐 꽃으로 살아야할 이유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이유가 있듯이
누구에게나 해야 할 몫은 있었던 것
봄바람이 지날 때 꽃잎이 지는 것처럼
검은 밤하늘의 별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그가 그랬다
역사가 운명처럼 짊어준 이름
장두는
푸른 사내가 피 흘리던 사월과 바꾼 이름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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