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행정시의 '동상이몽'...공직사회 왜 이런 엇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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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행정시의 '동상이몽'...공직사회 왜 이런 엇박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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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강문상 전공노 서귀포시지부장

제주특별자치도와 행정시 공직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여러 곳곳에서 엇박자를 보이면서 동상이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 향수에 젖은 오래전 시책의 부활

그 사례로 지난 2월, 서귀포시정은 '시정 공감 토크쇼’라는 주제 하에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은 결과를 토대로 '교통, 쓰레기, 친절'이라는 3대 실천과제를 만들었다. 현재 온 행정력이 매달리는가 하면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때를 맞춰 도정에서도 ‘친절, 질서, 청결’을 화두로 하는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시달되었다. 몇 십여 년 전, 한창 시행된 적이 있는 이 운동이 향수에 젖은 채 시책과 맞물려 부활된 느낌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교통=질서, 쓰레기=청결’이라는 똑같은 과제를 가지고 엇박자를 보였다는 점이다. 정책을 입안한 상급기관이 다르다보니 성과물을 내라는 성화에 안달이 난 것은 애꿎은 일선기관이다.

둘째 사례.

제주도 인사책임 부서장이 최근 일선과의 대화행정에 나선다며 순회를 끝마쳤다. 행정시에 권한을 강화한다며 인사권도 내주고, 인사위원회도 행정시에 설치를 앞둔 마당에 뒤로는 행정시의 엄연한 권한을 침해한 형국으로 비춰질 수 있다. 스스로 좌초한 엇박자 행보가 아닐 수 없는 대목이다.

◆ 툭하면 행정시 공무원 불러모아놓고 워크숍.특강

셋째 사례.
민선 6기 이후, 그룹별 워크숍, 특강이 유독 많다. 한창 바쁜 읍면동, 행정시 직원들을 죄다 불러보아도 소득은 별로 없고, 애꿎은 민원인만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읍면동이나 행정시에서 워크숍을 계획하고 도 공직자를 불러 모은다면 과연 몇 명이나 올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곱씹어볼 일이다.

최근 도에서 수립, 시달한 ‘자치행정인 워크숍‘ 계획만 보더라도 일선의 부읍면장, 담당을 불러다 도-행정시의 공감시책 방안을 토론하자고는 하나 도지사 앞에서 행정시 관리자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제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그러다보면 시간만 축낼 공산이 크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도-행정시의 시책 ‘공유’가 아니라 도-행정시의 시책 ‘존중’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공유’라는 것은 ‘서로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합심하자’는 이야기인데, 현행 3계층 체계에서 단기간에 ‘공유’가 성립되려면 하급기관이 상급기관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행정시는 상당한 독자적 행보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한, 임명제 행정시장의 입장에서는 단시간 내 성과를 창출하려 시책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도정과 엇박자의 단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을 놓고 도정의 정책만 따라 집행하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 "시책공유 보다는 존중을"

공직자의 생리상 내가 한 정책입안은 집행도 하지만, 남이 수립한 입안을 허수아비마냥 뒤따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다. 결국 도의 간섭에서 벗어난 행정시만의 독창적인 시책개발을 존중해 주는 것이 정답이다.

강문상 전공노 서귀포시지부장. <헤드라인제주>

한편, 민선6기 조직개편작업이 용역에 의해 진단 중이다. 도·행정시·읍면동의 행정계층간 기능배분 재정립을 통한 주민밀착서비스 강화, 감사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에 중점을 둔다고는 하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완전한 지방자치가 실현되려면 일선의 기능을 보강해야 하는데, 정책결정을 우선시한 나머지, 도의 기능만 비대해지지 않을까 솔직히 우려만 앞선다.

결론적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일선직원을 죄다 불러 모은 토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행정시만의 독창적인 시책을 뒷받침해주려는 정책배려와 존중이야말로 도와 행정시가 모두 공유하는 길이라고 본다. <강문상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귀포시지부장>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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