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파국 '종지부'...원희룡.구성지, 전격 합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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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파국 '종지부'...원희룡.구성지, 전격 합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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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감정적 충돌 예산갈등, 공동합의문 타결 배경과 과제
"더 이상 파국 막야야" 설민심 압박...예산개혁으로 승화 관건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이 1일 예산갈등 문제에 대해 공동합의문을 전격 채택하고, 서로 손을 맞잡는 포즈를 취하며 '화해 선언'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극한 감정적 충돌상황으로 치닫던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간 예산갈등 문제가 극적 합의점을 도출한 것은 지난 설연휴 성난 민심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1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물밑 논의를 통해 채택한 예산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의회에서 이선화 의회운영위원장과 강연호 새누리당 원내대표, 위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제주도에서 박정하 부지사와 김용구 기획조정실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기자회견 발표문은 한마디로 '제1회 추경예산의 무조건적인 수용'으로 요약된다.

원 지사와 구 의장은 "지난 연말부터 이어져온 예산 갈등으로 도민 여러분께 심려와 불편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주도에서 편성 제출한 추경예산을 도의회에서 조속히 심사해 원만히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또 발표문에는 없었지만 일문일답 과정에서 구 의장은 "이번 추경심의에서는 계수조정에서 삭감된 예산을 '증액' 함이 없이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최대 쟁점이 돼 왔던 계수조정의 삭감예산에 대한 '증액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도의회로서는 '통 큰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도정과 의회간 줄다리기를 해온 일련의 흐름에 있어 삭감과 증액은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의회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핵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동합의문은 도의회의 전적인 양보에 의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즉, 도정은 최상의 것을 얻었고, 의회는 큰 것을 양보하는 형식으로 해 갈등문제의 대타협을 이뤄낸 셈이다.

구성지 의장과 원희룡 제주지사가 공동기자회견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이에따라 지난 본예산에서 삭감됐던 총 1634억원 규모로 짜여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2일 개회하는 제328회 임시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될 전망이다.

3개월여 동안 극한 대립으로 치달아온 예산갈등 문제가 이번에 한방에 해결된 것은 도의회 내부에서 '더 이상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자리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설연휴 도민을 볼모로 한 예산파국에 성난 민심이 도정과 의회를 압박, 이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도의회는 지난 25일 열린 비공개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구 의장이 '증액없는 심의'를 골자로 해 도정과의 협상을 할 뜻을 밝히며 전권을 일임해줄 것을 요청, 의원들을 설득시켜냈다.

증액을 하지 않을 경우 상임위원회 심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원 지사가 '증액 절대불가'를 천명한 상황에서 의회가 증액을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의회가 원 도정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반발 의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구 의장은 "저를 믿고 맡겨달라"며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전권을 위임받으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공동발표문에는 '증액' 부분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구 의장의 '의지'대로 "증액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배석했던 위성곤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번 공동발표문 합의는 그동안 도민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고, 더 이상의 파국은 없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도민들을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 도정과의 자존심을 건 갈등관계만을 생각했다면, 일각에서 비춰지듯이 도정에 의회가 지고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이러한 결단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러나 원 지사 보다는 도민의 입장을 우선 생각해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된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번 제1회 추경안 심의에서는 '삭감은 하되, 증액은 없는' 형태로 해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선 지방자치시대 이후 처음으로 올해 예산안이 원안에 가까운 내용으로 의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이번 협상이 구 의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41명 전체 의원들을 원만히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하지만 구 의장에게 전권이 일임된 상황이기 때문에 의원들도 대체적으로 수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분에 대해 위 의원은 "증액 부분은 사실 전체의원들의 양해를 얻은 것은 아니나, 의장께서 공개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이번 합의는 당장에 닥친 최대과제인 제1회 추경예산의 처리를 위해 긴박하게 마련됐던 것일 뿐, 이후 예산심의까지 유효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이번 제1회 추경예산 처리를 기점으로 해 예산제도 개혁에 대한 빠른 후속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편성과정에서 지역민원 등 도민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한편, 민주적이고 공정한 예산편성 확보 문제, 그리고 선심성 혹은 도를 넘는 민간경상보조금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의회 역시 도정에 대한 견제역할을 강화하면서, 계수조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삭감과 증액 관행을 어떻게 개선해야 나가야 할 것인지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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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15-03-02 10:24:57 | 210.***.***.147
잘 결정들하셨습니다 .
기존의 관행을 달리하다보니 서로의 아픔이 좀 있었습니다만
이번일을 계기로 도정과 도의회가 낡은관행을 탈피하고
제주 특별자치도가 한걸음더 발전할수 있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