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기초자치단체' 격상시키자"...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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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동 '기초자치단체' 격상시키자"...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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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개선 토론회, '읍면동 자치단체화' 제안..."풀뿌리 자치 구현"
신용인 "선진국 사례 차이 없어"...토론자 "법적 개념 도입 어려워"
'읍면동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5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제주도내 43개 각 읍면동을 '기초지방자치단체'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와 제주씨올네트워크, 연세대SKK연구팀은 25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도 읍면동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 다수가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와 토론을 거쳐 도출해낸 합의를 통해 집단적으로 읍면동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주민주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지방분권과 주민참여가 고도로 이뤄지는 자치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던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주민참여가 도리어 후퇴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시.군이 폐지된 탓에 자치사무에 대한 모든 권한이 도지사에게 집중되면서 일각에서는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시.군 폐지에 대한 보완책으로 나온 주민자치위원회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헤드라인제주>

주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지역사무에 대한 자치의 기회가 크게 위축됐고, 행정서비스의 접근에도 불편을 겪게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신 교수는 실질적인 주민참여와 주민결정 권한이 강조되는 '주민주권론'에 따라 각 지역 주민자치위원회를 '지방자치단체'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제주에서의 행정체제개편 방향은 주민주권의 실현 차원에서 기초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경우 기초지방자치제도를 행정시 단위로 실시할 것인가, 읍면동 단위로 할 것인가가 문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독일, 미국 등의 선진국 사례를 비교했다.

신 교수는 "서구 선진국의 경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인구 규모는 통상 1만명 이하다. 프랑스는 인구가 약 6500만명인데,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commune)이 약 3만6500개가 있다. 코민 1개당 평균 인구는 약 1800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독일은 인구가 약 8100만명인데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게마인데(gemeinde)가 약 1만2000개로, 게마인데 1개당 인구가 약 6800명이다. 미국의 경우 비교적 큰 규모인 시티(city)인 경우 인구가 약 1만5000명이고, 작은 규모인 빌리지(villeage)는 약 2000명, 타운(town)은 약 1000명 정도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제주의 사례를 들며 "2013년 12월 기준으로 제주시 인구는 44만5457명, 서귀포시 인구는 15만9213명이다. 행정시 단위로 기초지방자치를 비실시할 경우 그 인구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주민참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반면, 43개 읍면동에 대해서는 "평균 인구가 약 1만4000여명으로, 외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인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며 읍면동 기초자치단체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신 교수는 "동네 또는 근인이 거버넌스 형성의 핵심단위라면 행정시 보다는 읍면동이 더 낫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 차원에서도 주민에게 보다 가까운 자치단위가 바람직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읍면동 단위의 기초자치제가 실시될 경우 기초자치권의 근거는 읍면동 주민의 주권이 된다"며 "주민 다수가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와 토론을 거쳐 도출해낸 합의를 통해 집단적으로 읍면동의 의사를 결정하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 "현실성 없이 '정치적 구호' 머물 수 있어" 우려

그러나, 일부 토론자들은 신 교수의 의견이 당위성이 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신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강주영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원,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 이순배 제주도 자치행정과장, 이지문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현광명 아라동 주민자치위원 등이 토론자로 나서 각자의 주장을 제기했다.

강주영 제주대 교수는 "법학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정치적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주민참여예산제의 운용방향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는 "참신한 발상이지만 주권과 기본권의 개념적 차이를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권론적 사유를 과감하게 벗어나 집단적 삶의 다원적 본질을 인정하는 '헌정주의'의 맥락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문 연세대 교수와 정상호 서원대 교수 등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과 이주민의 참정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등 방법적 측면에서의 우려를 제기했다. <헤드라인제주>

'읍면동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5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읍면동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5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의회 법제도개선연구회 정책토론회.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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