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추경예산 '뜨거운 감자' 부상...의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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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추경예산 '뜨거운 감자' 부상...의회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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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추경안 제출, 당혹해하는 도의회..."응급 아니었어?"
'원안' 수준 1634억원 규모편성...원만한 타협일까, 갈등재연일까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 삭감사태의 수습방안으로 긴급 편성된 제주도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의 최종 내역이 10일 공개되자, 의회에서도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편성규모가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올해 예산 3조8194억원 중 도의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삭감된 세출예산 1636억원 중 1634억원을 재편성하는 것으로 제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응급민생예산'이란 명목으로 재편성된 1634억원은 의회 계수조정에서 삭감돼 '내부유보금'으로 묶어뒀던 예산 전액으로, 사실상 원안 수준으로 재편성된 것이다. 종전 삭감된 내역 대부분이 복원됐다.

큰 틀에서는 '민생예산' 명목으로 1295억원, 나머지 335억원은 지방채 등 채무를 상환하기 위한 감채기금으로 적립됐다.

삭감됐던 1636억원 중 1295억원이 '삭감액 복원' 방식으로 재편성된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사업 추진시기를 놓쳐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민생경제와 서민생활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1295억원을 편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응급민생 추경예산은 지난 도민토론회, 설문조사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도민들의 의견수렴결과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라며 "민생예산은 가급적 수용하면서도 행정경비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 정상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산만을 반영하는 등 도민의 눈높이에서 편성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또 "지난 도의회 예결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삭감됐던 사업에 대해서는 국고보조사업, 국가직접지원사업, 법정경비 등 일부사업을 포함하고 그 외의 사업은 의회의 예산심의권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추경예산 편성시 가급적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 사회 복지, FTA를 대응한 1차산업 육성, 보훈단체운영비,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매칭분은 이번에 전액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1295억원'의 민생예산으로는 우선 국가보조사업, 국가직접지원사업, 법정경비 등 국비 확보에 따른 지방비 매칭분과 의무적 경비 등 132개사업 569억6700만원이 편성됐다.

FTA 대응한 1차산업육성과 미래성장동력사업, 일자리 창출과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사업 등 22개사업 101억7700만원도 반영됐다.

사회적 약자보호와 주민생활 안전 보호를 위해 사회복지, 보훈단체, 주민생활안전사업 등 93개사업 43억5100만원을 비롯해, 문화예술및 고품격 관광진흥을 위한 사업과 국내외스포츠 대회 유치 등을 통한 지역 상권활성화를 위한 스포츠 진흥사업 등 83개사업 111억3300만원을 반영했다.

연구용역비는 16개 사업 중 법정용역 5개사업과 도민의 대중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시행할 계획인 '교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용역' 등 6개사업 13억8000만원만 반영했다.

이외에도 지역 SOC사업, 민간단체 활동 지원사업, 협약사업 등 민생예산 366억47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행정내부 경비의 편성은 예산개혁의 기본원칙인 '절감예산'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공직자부터 고강도의 절감예산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실하게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도의회 삭감액 152억원 중 58.6%인 88억원만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미 편성액 63억원과 기존 절감액 198억원을 포함한 행정내부경비 절감예산 261억원은 민생사업에 재투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자치도는 이 응급민생 추경예산을 도의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최소한도의 '응급 민생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다가, 사실상 원안에 가까운 수준의 재편성을 한데 따른 것이다.

이선화 의회 운영위원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500억원 정도로 편성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훨씬 큰 규모의 예산이 제출되어 고민이 크다"면서 "설명절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편성액이 너무 많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포인트'로 바로 심의해 처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로 전해졌다.

오전에 열린 의회운영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안창남 문화관광위원장은 "추경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는데,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설 전에 예산을 다루기는 힘들다"며 "충분히 검토해 3월이든 4월이든 다루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2월 내 처리보다는 3월 임시회로 미루는 안을 언급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본예산 대규모 삭감은) 의회에서 적절하지 않은 예산, 방만한 예산으로 봐서 삭감했던 부분이다. 그것을 한두달도 안된 상황에서 다시 올린 것 아니냐"며 "애초 삭감했던 예산보다 더 심도있게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회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번 제327회 임시회(2월13일까지) 회기 연장 방식으로 처리는 불가능한 것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것은 2월 중 '원포인트 임시회'를 개최하느냐, 아니면 3월 임시회(3월11~17일)로 넘기느냐 하는 선택으로 집약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추경안 의회 심의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계수조정에서 어느정도의 삭감, 증액이 이뤄질지로 모아지고 있다.

1634억원 추경예산이 도민의견이 수렴된 가운데 재편성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원안 수준의 내용이어서, 의회에서 부분적 손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편성 예산이 모두 제주도에서 최초 올렸던 항목인데 반해, 지난해 의회 계수조정에서 최초 증액했던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어서 계수조정 과정에서 이의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커 보인다.

문제는 어느 정도 선에서 이뤄지느냐 하는 것이다. 또 삭감을 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비목을 만들어 증액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서를 제주도에 제시할지 여부도 관건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삭감.증액을 하는 과정에서 증액사유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큰 실정이다.

민선 지방자치시대 출범 후 처음으로 '2월 추경안'이 제출된 가운데, 예산파국 사태의 호된 비판에 직면한 제주도와 도의회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성숙한 타협점을 찾아나갈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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