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첫 서귀포시 연두방문...쏟아진 민원 '진땀'
상태바
원희룡, 첫 서귀포시 연두방문...쏟아진 민원 '진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희룡 지사 20일 서귀포시 연두방문, 시민 요청 쏟아져
"수평적 협치 어디로?"..."산남 출신 의장과 왜 싸우나"

원희룡 제주지사가 취임후 처음으로 서귀포시를 공식 방문한 가운데, 시민들로부터 그간 쌓여있던 크고 작은 민원들이 쉼 없이 쏟아졌다.

원 지사는 20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대강당에서 200여명의 시민들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대화에서 수십명의 시민들은 쉴 새 없이 저마다의 고충을 털어놨고, 원 지사는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시민들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원 지사의 서귀포시 방문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인사차 방문해 몇몇 공무원들과 악수를 나눴던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20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원 지사는 "서귀포시 방문은 진작 이뤄졌어야 했는데, 제주시장 청문회 통과가 늦어지는 바람에 서귀포시도 덩달아 늦춰졌다"고 양해를 구하며 "한쪽만 가는게 미안한 일이고 해서, 늦은만큼 서귀포지역 여러가지 숙원사업이나 지역발전 계획들을 새로운 분위기에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서귀포시는 제주 감귤 산업과 관광의 중심이자 제주 전체의 성장동력 역할을 맡고 있다"며 "근래 들어 인구 정체나 많은 산업기반이 제주시로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제주도는 산남이든 산북이든 정말 귀중한 보배이고 자신이기 때문에 서귀포 자원들이 귀중하게 쓰이도록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제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현을생 서귀포시장에 대해서도 "염려를 하는 분들도 계셨겠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보면 많은 도민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평가를 하고 계신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 지사는 "도민들과의 관계에서 권위를 탈피하고, 소탈하고 정직한, 역동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여러가지 묵은 현안들도 있는데 해가 바뀌었으니 하나하나 시원시원하게 풀어나가길, 서귀포시 희망이 실제로 돋아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수평적 협치는 어디로?"..."산남 출신 의장과 왜 싸우나"

대화가 시작되자 시민들은 민선6기 제주도정에 대한 요청과 불만을 털어놨다.

민명원 서귀포관광위원회장은 "원 지사 선거때 가장 많이 했던말이 수평적 협치였다. 언젠간 방송에 나와서 '제주 돌아보니 분야마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계시다'면서 도에서 정책 만들때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집행하거나, 예민한 부분은 용역을 맡기기 보다는 현장의 훌륭한 사람과 행정이 마주앉아서 집행할 때 행정이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최근에 보면 왠지 모르게 소통이 굉장히 어렵다. 바쁘시겠지만 5~10분정도라도 소통의 시간을 달라"며 "위원회에도 많은 관광 박사들이 있지만 저도 나름 현장에서 40년간 관광밥을 먹은 사람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0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한 시민은 제주도의회와의 '예산갈등'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는 "협치를 부르짖고, 민심을 챙기겠다는 도의회까지도 사실상 불협화음이 그치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불안스럽다. 특히 의장님과 도지사님은 모처럼 이 지역에서 탄생한 분들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서귀포지역에서 (도지사와 의장이) 탄생하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지사님도 양보하고, 의회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서 기념비적인 서귀포시를 만들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학유 월남전참전자회 서귀포시지회장도 "도의회 의장 항의 방문도 했는데, 국가를 지킨 용사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보훈단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예산이 전액 사라지면서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됐다"며 "국가유공자가 없는 지역이 없어 상당히 어려운데, 그런 복지를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다 깎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이영민씨는 "제주도는 완전 죽은 제주도라고 가정하고 말하겠다. 제주는 대한민국에서 비료와 농약을 제일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지금 보면 바다에 몸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유기농 농업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미숙 서귀포시여성농민회장은 "대정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아침 일찍 나가서 집에 들어갈때면 밤 8시"라며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고충을 꺼냈다.

추 회장은 "전국적으로 경남 같은 경우 여성농업인 육성지원조례를 시행하고 있고, 전남 나주의 경우 여성농업인들의 급식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어렵더라도 제주에서도 서귀포시만이라도 시범사업을 추진해 내년에는 사업이 대폭 확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창권 성산읍연합청년회장은 "대정읍과 성산읍의 경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보니 한 쪽은 제주시 관할, 한 쪽은 서귀포시 관할이라 기반시설이나 지방도로 등이 차이가 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제주도에 가보니 지역균형특별회계 라는 것이 있던에 이런 세금들이 어디에 편중돼 있냐면 동지역에만 편성돼 있고, 읍면지역에는 그런 예산이 배정이 잘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귀포시민 요구사항 적극 검토...시장에게 가급적 예산권 넘길 것"

한참동안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해들은 원 지사는 각 사안에 대해 짤막짤막한 답변을 남겼다.

원 지사는 유기농 농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에 "유기농을 전면적으로 가야한다는 문제의식은 똑같지만, 막상 수확량이나 판로 등의 문제로 유기농 농가들이 3~5년 가량 하다가 포기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꺼냈다.

여성농업인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농번기 여성농업인들이 일도 하고 밥도 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공감하며 "타 지역에서 좋은 선례가 있다고 하니 관련부서에서 검토하겠다. 좋은 것은 따질 것 없이 빨리 따라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내비쳤다.

서귀포시와 제주시의 편중된 지원과 관련해서도 "지역균형예산 문제는 청탁이 아닌 정당한 주민의견의 수렴"이라며 "균형예산 자체가 편중을 해결하기 위한 에산이기 때문에 읍장을 통해서라도 관련부서에 구체적 의견을 제시하면 타당성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원 지사는 귀농귀촌 교육의 활성화와 공무원들의 국제업무 관리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국제협력팀 신설 등의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의회와의 갈등을 꾸짖는 문제에 대해서는 "잘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같은 산남 사람끼리 봐주라고 전해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원 지사는 말미에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바로 해결하겠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적극 검토하겠다"며 "서귀포지역의 대표성 있는 분들은 언제든 찾아오라. 그렇지 않더라도 시장님에게 예산권을 가급적 주고 갈테니 시장과 대화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20일 서귀포시를 연두방문한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