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쟁' 시민 꾸지람..."고래 싸움에 새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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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쟁' 시민 꾸지람..."고래 싸움에 새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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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19일 제주시 연두방문, 각계각층 의견 수렴
"원도심 규제 완화"..."이주민 주민자치" 요청...元 답변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새해 첫 연두방문을 통해 시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도심 재개발과 환경파괴 방지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제주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특히, 제주도 예산안을 두고 벌어진 제주도의회와 제주도정의 '기싸움'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원 지사는 19일 오후 3시 제주시청 제1별관 대회의실에서 제주시민 200여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각 지역 농어민단체장, 시민단체장,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다문화가정, 제주이주민, 자원봉사자,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19일 제주시를 연두방문해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김병립 제주시장으로부터 간단한 지역현안 보고를 받은 원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제주도와 제주시로 나뉜 것은 행정상 역할 분담이지만 막상 시민들은 '행정기관이 나뉘는 것은 그쪽 사정'일 뿐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민원도 하나고 생활권도 하나"라며 "어떻게 주민들이 좀 더 편리한 행정체계를 마련할 것인가는 행정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벌써 7년 가까이 되는데 아직도 불편해 하는 분들이 많다.일선 시장이 오셨으니까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과정으로 나가겠다"면서 "예산 문제도 행정시와 읍면동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편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일선의 도시건축, 교통, 환경, 일반민원 등에서 제주시가 해줘야 할 역할이 많다"며 "여러가지 크고 작은 민원들 얼마만큼 서비스행정이 잘되고 있는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혐심해 잘 반응하는 행정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도정-의정 예산전쟁 성토..."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져"

질문이 시작되자 김춘식 이도1동주민자치위원장은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간 '예산전쟁'을 꾸짖었다. 민생예산의 삭감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는 점을 되짚으며 "도정과 도의회 간 불신이 쌓여서 그런 문제가 나오고 있지 않나"라고 꼬집은 것.

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됐다"며 "원 지사가 앞으로 도의회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시천 6.25참전유공자회 제주시지회장도 "7개 보훈단체가 있는데 예산관계로 지난해 예산보다 절반이 깎였다"며 "생사를 넘나들며 대한민국을 지킨 군인들에게 예산이 너무 소홀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 원희룡 "예산문제 심려 죄송...의회서 가닥 잡아야"

답변에 나선 원 지사는 "예산문제는 누구의 책임을 떠나서 민생예산이 삭감된 단체들이나 관계자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시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원 지사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예산을 아껴쓸 때는 아껴써야 하지만 민생예산이나 필수경비나 법에 의해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 의회에서도 추경예산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자 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기 때문에, 추경예산을 통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원 지사는 "문제는 예산이 새로운 예산이 아니고, 두번씩이나 삭감돼 의회에서 반려된 예산이라는 점"이라며 "새로운 항목이 아니고 의회는 두번씩이나 삭감을 했던 예산이기 때문에 이번에 제출하면 살려줄건지 말건지 의회에서 어느정도 가닥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의회에서 입장만 정해주면 실무적으로 제출하는 건 이틀이면 된다. 어떤 예산을 꼭 살려야 할 것이고, 의회에서 통과를 시켜야 할 것인지 알려주면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줄곧 주장해 왔던 "의회에서의 움직임이 먼저 있어야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원 지사는 "원래 제출했던 예산대로 제출하면 또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 수 있다"면서 "추경안은 갈등을 마무리하는 갈등의 해결이 돼야지 새로운 갈등을 또 일으키는 것으로 예산을 끌고가면 도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일 제주시를 연두방문해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원도심 개발 법적규제 완화 요청"..."이주민 주민자치 참여 기회달라"

이 밖에도 시민들은 지역 내 크고 작은 민원들을 쏟아냈다.

한재림 일도2동주민자치위원장은 "제주도는 섬으로 자연자원이 상당히 소중한 지역인데, 최근 점점 거주지가 한라산으로 올라가고 있다"며 "이는 원도심이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 위원장은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법적 규제, 건축법 등의 규제를 제주특별법으로 완화해달라. 이에 대한 혜택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구좌읍에 거주하고 있는 최한정씨는 제주 이주민들의 설움에 대해 털어놨다.

최씨는 "제주도민의 인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적지 않은 수가 저와 같은 이주민"이라면서 "그런데 이주민들은 10년전에 오신 분들이나 내일 제주로 오시는 분들이나 언제까지고 이주민, 이방인이라는 시각과 선입견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제가 살고 있는 구좌읍이 아니더라도 답답한 부분은 (제주 토박이들이) 이주민을 이주민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마을에서 주민자치위원장, 위원들이 와 계신데, 이주민에게도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시골마을의 젊은 사람은 대부분 이주민이다. 그 이주민들이 마을 자치에 참여할 기회를 원천 봉쇄당하고 있다. 끼어들려 하면 어딜 끼어드느냐는 방식으로 내몰린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해변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에 예술적인 색채를 입히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장애인 양영숙씨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차량 중 한대는 항상 쉬고 있다. 장애인들은 차량을 이용해 병원에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량이 계속 운행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19일 제주시를 연두방문해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 원희룡 "원도심 개발계획 적극 수립...이주민에 개방적으로"

원 지사는 원도심 재개발 원칙과 관련 한재림 위원장의 제안에 "큰 틀에서는 저도 공감을 한다. 한라산 쪽으로 도시가 팽창해서는 제주의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며 "이미 개발된 것을 잘 효과적으로 쓰는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제는 특별법을 갖고 고도제한을 풀거나 용적률을 높여서 15층, 20층짜리 건물이 지어진다고 했을때, 그에 따른 인구유입 때문에 학교, 도로, 상수도, 하수도 등 도시기반 시설의 문제가 바로 따라온다"고 난색을 내비쳤다.

원 지사는 "큰 틀에서는 원도심 재개발에 대한 적극적 재검토를 하되, 도시기반시설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시정과 도정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그동안 시간을 끌기만 했는데, 원도심 재생 및 개발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또 이주민들도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각 부락에서 이 부분을 조금 더 개방적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입도 17대인데, 17대가 제주에 더 큰 기여를 하지, 1대가 할지 그건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계속 문을 걸어잠그고, 고기만 잡아서 살거면 모르겠지만 제주에서 인재를 키워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하는,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훨씬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전용콜택시의 운영 확대 부분에 대해서도 "운영시간 관련 예산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도의회와의 예산갈등을 조속히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헤드라인제주>

19일 제주시를 연두방문해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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