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추경', 또 꼬이나..."의회가 먼저" vs "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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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추경', 또 꼬이나..."의회가 먼저" vs "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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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회가 항목 지정해달라" ...구성지 "편성을 왜 우리가?"
추경예산 '부활항목' 결단 딜레마, 어떻게?...재의요구 임박

사상 초유의 대규모 예산삭감 사태에 따른 파국이 '추경 편성' 카드로 조기 수습의 길을 찾았으나, 이번에는 추경 세출예산 항목 편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놓고 제주도정과 의회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산파국 사태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의 '추경안 제출' 제안에,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14일 수용입장을 밝히면서 예산갈등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 보였다.

구 의장이 현 사태의 해결책으로,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추경을 내는 것이 방법"이라고 밝히자, 제주도는 최초 '삭감된 1636억원의 조건없는 전액 부활'이란 대전제의 수용입장을 밝혔다가 원 지사가 '수정 입장'을 제시했다.

원 지사는 "추경은 갈등을 마무리하는 추경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도민에 대한 예의"라며 "이를 위해 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삭감예산중 되살릴 항목을 선정하면 이를 편성해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즉 '1636억원 전액 부활' 조건이 아닌 의회 의사를 존중한 예산편성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원 지사는 "추경 관련 예산 항목들은 새로운 예산이 아니라 이미 의회가 두 차례나 심의를 했던 예산이다.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삭감했던 예산이라는 것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도에서 새로운 예산처럼 제출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경과에 비춰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그러면서 "의회가 삭감했던 예산 중 되살릴 예산 항목을 지정해주시면 곧바로 추경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할 수 있다. 항목만 지정해주면 추경편성 제출은 하루이틀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4일 간부회의 자리에서 '추경편성' 수용입장을 밝히며, 의회에서 부활할 삭감예산 항목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헤드라인제주>

◆ 의회 "편성권은 집행기관이, 의결은 의회가"...사실상 거부

제주도정의 이 제안은 의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됐다. 곧바로 제주도 관계관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간에 물밑 만남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예결위원장은 전체 의원의 의견을 듣고 정리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이에따라 예결위에서 전해 온 내용을 듣고 추경편성 방향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회신이 오기 전에, 구성지 의장이 "말이 안되는 소리"라며 제안을 일축하고 나서,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구 의장은 15일 사무처장 교체문제에 대한 기자회견 말미에 추경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취재진들을 향해 "여러분들이 판단할 수 있지 않나. 예산 편성기관이 어디냐. 의회에서 형태가 없는 항목을 달라하는 것이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구 의장의 입장은 전체의원 긴급 간담회가 열렸던 16일 보다 구체적으로 전해졌다.

고정식 행정자치위위원장은 사무처장 교체논란이 예산문제 협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예산은 예산이고, 인사는 인사다. 추경 편성은 의회에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의회는 심의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편성은 집행부에서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즉, '편성'은 어디까지나 집행기관인 제주도에서 할 몫이고, 의회에서는 제출된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만을 행사하겠다는 분명한 입장인 것이다.

이는 도정과 의회의 각각의 권한을 분명히 강조한 차원도 있으나, 그 보다는 의회에서 부활예산 항목을 지정하면서 편성에 관여할 경우 그대로 원안통과시켜 주면서 심의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될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성지 의장이 16일 전체의원 간담회를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제주도 추경편성 결단 딜레마...경우의 수는?

원 지사의 '부활예산 항목 지정' 제안이 사실상 극히 불투명해지면서, 이제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정의 방법론적인 '결단'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성방법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있는 제주도정의 결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에서 가장 '희망'하는 안은 최초 추경수용 조건으로 제시했던 의회가 삭감한 1636억9231만원을 전액 원래대로 부활시키는 것이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예산파국으로 도민사회 민심이 좋지 않고 큰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이번 예산만큼은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이후 예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도정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삭감예산의 전액 부활'은 최초 제주도가 편성한 3조8194억원을 손 하나 대지 않고 원안통과를 해달라는 것이어서, 의회에서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대안이다.

새해 예산안 원안통과는 국내 지자체에서도 전무후무한 사례일 뿐만 아니라, 의회의 심의의결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크고,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없기 때문이다.

또 원안을 그대로 제출하고, 의회에서 원칙과 기준하에 조정하도록 요청할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예산편성 및 심의(계수조정)에 대한 개혁안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방안으로 갈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따라서 차선책으로는 전액 원상 회복이 아니라 '조정안' 제출이 유력시된다. 원 지사가 제안했던 것도 바로 이 '조정안'인데, 원 지사는 조정방향에 대한 안을 의회가 먼저 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의회가 조정안을 낼 의향이 없음을 밝히면서, 제주도정이 적지않은 고민을 떠안게 됐다.

제주도정이 '1636억원'을 갖고 세출예산을 재편성한다면, 법정필수경비 및 국비매칭, 그리고 민생예산, 민간단체보조금에서는 2014년 기정예산에 이어져 온 사업을 중심으로 선별해 편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의회 심의과정에서 선심성 논란 등이 있었던 신규 민간보조금 등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논란이 재연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이 고민하는 또다른 문제는 선별 편성으로 발생하는 잔여 예산을 다시 '내부 유보금' 혹은 예비비로 돌릴 것인지, 아니면 의회에서 증액편성했던 주민숙원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여부다.

이제 2월 임시회가 불과 10여일 남짓 다가온 상황에서, 제주도정이 여러가지 '수 계산' 속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 재의요구 임박...불편한 관계속에 또 불 지피나

한편 행정자치부의 권고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19일 지난 도의회 의결 예산안에 대한 '재의요구'를 할 계획이어서, 도정과 의회의 갈등 표출은 다시 표면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재의요구는 의결안을 이송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하도록 돼 있는데, 예산안이 최종 12월30일자로 이송됨에 따라 오는 19일까지는 재의요구를 제출해야 한다.

삭감예산 중 법령위배 항목이 있다는 것이 이유여서, 추경 편성을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되면 재의요구 원인이 자동 소멸돼 의회는 재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갈등문제로 불편한 관계 속에서 중앙부처가 지자체에 대한 예산안 의결 결과에 대한 조사를 한데다, 정부권고에 따라 재의요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회의 반발은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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