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냐, 정치적 타협이냐"...삭감 '408억'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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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이냐, 정치적 타협이냐"...삭감 '408억'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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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결파문 속 예산 재편성, 딜레마 빠지나?
도정 '선심성예산' vs 의회 '증액예산'...슬쩍 조정시늉만?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 출범 후 처음 편성된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되는 사태를 맞으면서 지방정가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예산안 연내 처리를 위한 협의가 물밑에서 재개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늦은 오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절충시도 방향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제주도정이나 의회 모두 최악의 '준예산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데 생각은 같이하면서 재편성 예산의 조정범위를 놓고 협의가 계속 시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이날 "예산안이 부결처리됨에 따라 재편성 준비는 거의 됐다"면서 "의회와 조정방향만 협의되면 바로 제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와 협의만 끝나면 제325회 임시회가 개회하는 18일 중이라도 긴급 부의안건으로 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임시회 회기는 18일부터 24일까지로 일반 안건과 제주도와 교육청의 마지막 정리추경인 제2회 추경안 심의가 예정돼 있다. 의사일정이 다소 빡빡해 18일 중 긴급 부의안건으로 제출되더라도 심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성지 의장이 17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지역경제를 위해서도 '준예산' 체제로 가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내 처리 의지를 밝히면서 제주도정과 협의만 끝나면 곧바로 회기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제325회 임시회 회기내 심의가 불가능할 경우 회기 연장 또는 연말 '원포인트 임시회'가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 '408억원' 전액 예비비로?...어떤 식 재편성일까?

문제는 어떤 식으로 협의 조정이 이뤄질까 하는 점이다.

전날까지 구성지 의장의 '마이크 차단' 및 '퇴장 경고' 수모를 당했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원희룡 제주지사의 방침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부결 직후에는 의회가 삭감된 408억원에 대해 모두 수용하고, 재편성 안에서는 408억원을 감액해 예비비로 편성해 제출한다는 초강수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는 증액편성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직내부에서도 적지 않게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가 삭감한 '408억원'은 겸허하게 수용하되, 증액부분은 선별적으로 수용해 재편성하는 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의회와 협의 후 결정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태를 도정과 의회간 감정적 충돌이라는 '갈등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절충안을 강력히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경우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정치적 타협'이라는 비난과 함께 불신을 자초하는 역효과가 예상된다.

앞에서는 예산부결 사태라는 정면충돌 상황을 벌여놓고, 뒤에서는 적정한 선에서 흥정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예산갈등의 본질을 예산편성에서부터 심의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관행의 되풀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정무라인의 역할 부족 차원이 아닌 예산편성과 심의 과정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갈등 프레임'이라면 도정과 의회간 '화해'가 해결의 실마리이나, 구조적 문제라면 '관행 개선'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정과 의회와의 협의 또한 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도정 '선심예산', 의회 '증액잔치 예산'...과감하게 도려낼까?

이번 부결사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세부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노는 부결사태 원인을 제주도정과 도의회 두 기관 모두에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제주도정은 '혁신예산' 내지 '개혁예산' 없이, 암암리에 적지않은 '선심성 예산' 편성해 제출하면서 최초 빌미를 제공한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번 원 도정의 예산안에서는 막바지에 민간단체를 비롯해 심지어 특정언론에까지 즉흥적 사업계획서로 사업비가 대거 편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적이라거나 혁신적이라는 강한 기조조차 없었다는 점이 초반 예산심의 논쟁을 초래한 점이 크다.

의회 역시 심의과정에서 적지않은 문제를 노출했다. 삭감명분의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큰 덩어리 사업비들을 잘게잘게 쪼개어 '떡반 나누듯' 하는 선심성 증액잔치를 벌였다.

'손톱 밑 가시 민원'을 위한, 혹은 '지역에서 꼭 필요한 사업'들이란 변명을 하고 있으나, 사업명칭에 예산 액수만 명기하는 방식의 즉흥적 증액편성 관행은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만 하더라도 읍면동 기초단위에서 부터 수많은 논의를 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해 행정시 단위, 제주도 단위 협의체에서 심의를 한 후 예산이 최종 확정 편성되는데 반해, 의회에서 증액한 사업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사업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한 차원에서 예산 재편성 및 재심의에 관한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 공히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제주도정이 먼저 의회가 삭감된 예산 뿐만 아니라, 편성과정에서 특혜성 내지 선심성 소지의 민간보조금을 자진 삭감하는 것으로 재편성해야 할 것"이라며 "또 의회가 선심성으로 증액한 예산도 전면 백지화시켜야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회 역시 이번 재심의 과정에서는 꼭 필요한 사업비라면 정정당당하게 사업개요를 공개하면서 증액편성하는 원칙과 기준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갈등상황이 '연내 처리'라는 묵시적 공감대를 확보하기는 했으나, '재편성 예산'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함 속에서 문제예산을 전면 털어낼지, 아니면 정치적 타협으로 슬쩍 조정하는 시늉만 할지, 이제 시민사회의 이목은 재편성 예산에 쏠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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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2014-12-17 22:56:52 | 125.***.***.182
도창 선심 예산부터 잘라내 보시지
원칙이 살아있다는거 보여주려면 그런 예산
편성한 공무원부터 혼내고 의회가서 맞짱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