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물음에, 참된 진실에 대하여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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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물음에, 참된 진실에 대하여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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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 창간 4주년] 김경훈 시인이 전하는 메시지
"올곧은 시대정신 구현...파사현정의 호쾌한 장도 기원"

요즘 언론의 작태를 일컬어 ‘소설을 쓴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때문에 진짜 소설가들이 펜을 놓아야 할 지경이라고 개탄하기도 합니다. 요즘 나온 신조어 ‘기레기’라는 말이 상징하듯 이 땅의 언론과 언론인이 ‘쓰레기’ 수준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해도 묵묵부답입니다. 아니, 오히려 ‘사슴이 아니라 말’이라고 더욱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하여 교언영색하기에 바쁩니다. 그렇게 하여 권력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넙죽 받아먹고는 돌아서서 다시 소설을 즐겨 씁니다. 이에 대해 故 리영희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이승만 정권에 매수당하지 않고 신문기자로서의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하는 기자들이 합동통신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역시 한국사회의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권력과 야합하고 권력에 웃음을 팔면서 사리사욕을 취하는 무리들도 있었던 겁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국민이 그렇게 어렵고 가난할 때, 그리고 국가가 절대권력 아래서 내일을 알 수 없는 혼란상태가 되었는데도 ‘어용기자’로 약삭빠르게 권력에 빌붙어 돌아다니는 작태를 보였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변함없는 현상이지. 그래도 지금의 기자들과 한 가지 달랐던 점이 있다면, 지금은 거의 완전히 지사정신을 상실하고 한낱 ‘월급쟁이’로 전락한 경향이 많지만, 당시에는 월급이라는 물질적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정의에 헌신하려는 기풍이 농후했지.
- 김삼웅 지음, '리영희 평전'127-128쪽에서 재인용

그렇습니다. ‘물질적 대가를 고려하지 않고 사회정의에 헌신하려는 기풍’이 바로 언론의 기본정신입니다. 그것은 ‘사회공동의 선(善)을 추구하여 언론의 사명을 올곧게 수행’하고자 하는 <헤드라인제주>의 편집이념과 상통합니다.

그 ‘사회공동의 선’은 인간의 선의지(善意志)에서 나옵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온갖 모순과 갈등과 증오와 살육으로 뒤범벅이 된 이 어두운 인간의 촌락에 오늘도 해가 떠오른 것은 오로지 그 선의지 때문’입니다. ‘짧은 환희와 오랜 오욕’의 이 땅의 역사 속에서 그나마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선의지의 사회공동의 선에 대한 희망 때문입니다.

‘짧은 오욕과 긴 환희’의 역사를 위해서는 사회악에 대한 철저한 청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기득권을 지키려 국민들의 인간적인 권리와 정체성을 박탈하려는 가진 자들의 논리를 사정없이 물어뜯는 하이에나 같은 언론의 사명이 있어야 합니다. ‘정의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신념으로 ‘현실에 살지 않고 역사에 사는’ 시퍼런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또한 기존의 틀을 깨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언론의 움직이는 방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우선 프로파간다 시스템의 기본사상을 표현하는 일련의 전제조건들을 작성합니다. 그런 전제조건은 냉전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경제 체제나 국가안보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은 이 전제조건의 틀 안에서만 논의를 진행시킵니다. 그리하여 언론의 논의라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전제조건을 더욱 강화시키고, 나아가 의견의 스펙트럼은 언론이 미리 짜놓은 그 전제조건뿐인 것처럼 대중들을 세뇌합니다. 그것은 노골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암묵적으로 사전에 전제되어 있는 그런 방식을 따라 진행됩니다. 그것은 주류에 편입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논의의 틀을 제공하는 겁니다.
-노암 촘스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

기존의 틀 안에서, ‘사전에 전제되어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언론은 이미 죽은 언론입니다. 그건 ‘주류에 편입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일 뿐입니다. 그건 ‘사슴을 일러 말’이라고 하거나 오히려 ‘사슴이 아니라 말’이라고 하는 권력에 대한 자진납세일 뿐입니다. 그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 대행업자로 부적절하게 연명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제주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올곧게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언론으로 자리를 굳힌 <헤드라인제주>의 4년은 만인의 축하를 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앞으로 또 4년, 아니 40년 이상 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호쾌한 장도를 바라며, 졸시 한 편을 전합니다.

말하라 그대들이여
참된 진실에 대하여 말하라
아름다움의 뒤에 감춰진 핏빛 진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한숨의 응결인 눈물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다운지 말하라, 그대들이여
역사는 증언의 심판대에 선 그대들을 기억하리니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 태고자연 원시림 같은 순수의 포부로 말하라
다만 한 치 앞선 달변으로 진실의 반대편에 서려거든
차라리 침묵하라
주위를 둘러보라 어디선가 힘없는 자들이
소리 없이 울고 있지 않는가
그 울음에 대하여 처음의 자세로 귀 기울이라
사방을 살펴보라 어디선가 가진 자들의
음모의 악취가 새어나오지 않는가
그 흉계에 대하여 하이에나처럼 발품을 팔라
진실은 항상 그것을 향하는 자에게 진실로 열려있다
그리하여 다시 아름다움에 대하여
참된 진실에 대하여 말하라
그대들이여

 

김경훈 시인은...

   
시인 김경훈.<헤드라인제주>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4.3이야기, 현시대의 시사문제, 책을 읽은 후의 느낌,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시(詩)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봅니다.

프로필.

1962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우아한 막창」,「운동부족」, 「한라산의 겨울」, 「고운 아이 다 죽고」,「삼돌이네집」, 「눈물 밥 한숨 잉걸」이 있고 마당극대본집으로 「살짜기옵서예」가 있다.

제주 4.3 일본어 시집 「불복종의 한라산」도 최근 출간했다. 제주MBC 라디오 제주4.3 드라마 10부작「한라산」을 집필했다. 제주4.3 연구서인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서」와 「그늘 속의 4.3」, 「무덤에서 살아나온 4.3수형인들」을 공동집필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헤드라인제주>에서 장기연재했던 '시詩로 전하는 세상살이 이야기' 53편의 글을 엮은 「낭푼밥 공동체」를 펴냈다. 올해에는 시집 「그날 우리는 하늘을 보았다」와 마당극 대본집 「소옥의 노래」, 그리고 제주4․3 라디오 10부작 드라마 시나리오집 「한라산」을 연이어 출간했다.

현재 제주4.3평화재단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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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2014-11-30 14:42:24 | 39.***.***.61
이 시대 최고의 언론 칼럼
존경스럽습니다

한라산 2014-11-28 23:14:45 | 125.***.***.182
감동적 언론관..김경훈 시인님 존경합니다.
언제나 일편단심 오직 그 한길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는 모습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