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급식중단 '도시락' 지참 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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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급식중단 '도시락' 지참 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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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2만여명 '도시락' 소동...학부모도, 교사도 '당혹'
닥쳐서야 도시락 지참 가정통보..."교육청 대책이 고작?"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총파업이 진행된 20일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 모습. <헤드라인제주>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일선학교에서는 당초 우려됐던 급식중단 사태가 이어졌다.

이날 제주에서 총파업으로 학교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잠정 초등학교 20곳, 중학교 5곳.

대부분 시내권 학교로, 이들 학교에서는 학교급식을 '도시락 개별지참'으로 전면 대체했다. 일부 학교에서만 빵 급식이 이뤄졌다.

전날 되어서야 '학교급식 중단 안내'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별 도시락 지참을 전달하면서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25개교 약 2만여명의 학생들이 도시락을 지참하고 간 것으로 잠정 파악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갑작스런 '도시락 지참' 결정에 크게 당혹스러워 했다.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 학부모인 송모씨(38. 여)는 "교육공무직 노조원들이 파업을 한다는 소식은 들었으나 대체인력을 통해 급식을 하거나 아니면 빵 급식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서 "저녁에서야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받아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급식이 없었던 때에는 도시락이 늘상적인 일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현장체험학습 때에나 준비하던 도시락을 준비하려니 솔직히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초등학교 학부모인 박모씨(44. 여)는 "파업 예고가 한참 전에 한 것인데, 교육청에서 대책이 고작 '도시락 개별지참'인가"라며 "교육청의 대책이 고작 이것이었는지,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씨(42. 여)는 "급식보조원의 파업이 21일까지로 알고 있는데 가정통신문에는 20일 하루 도시락 지참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내일(21일)은 정상적으로 급식이 이뤄진다는 것인지, 아니면 또 오늘밤 가정통신문에 도시락 지참을 통보해오지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급식보조원분들의 처우개선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 생각되는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정부와 교육청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루빨리 원만한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 소동과 더불어, 교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교사 A씨는 "가정에 도시락 개별지참을 전달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교사들도 오늘은 학생들처럼 도시락을 준비하고 와서 함께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의 교사 B씨는 "이번 파업으로 아이들이 학교 다니면서 처음으로 교실 안에서 도시락을 먹게 됐다. 파업 첫 날이라 크게 민감한 부분은 없어보인다"면서도, "파업이 길어질 경우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불편불만이 커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급식보조원이 단체로 파업한 일부 학교의 경우 도시락을 비롯해 학교에서 지급한 빵과 우유, 편의점에서 사온 김밥과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 초등학생은 "도시락 보다 학교급식이 더 좋다"며, "출근 전에 도시락을 싸는 엄마의 모습이 참 바빠보였다. 매일 도시락 싸고 등교하라고 하면 아침마다 도시락 전쟁이 날 것 같다"고 푸념했다.

다른 한 초등학생은 "도시락을 싸고 오지 못해서 등교할 때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고 왔다. 김밥은 벌써 다 팔리고 없었다"며,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서 먹는 도시락이 처음이라 생소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빵, 우유 배식이 지체돼 전체적으로 점심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급식차질이 빚어진 학교가 많아지면서 제빵업체 제품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파업사태와 관련해 전날 오후까지도 급식중단 예상학교 현황조차 빨리 파악하지 못해 눈총을 샀다.

교육창은 이번 파업사태 대응책과 관련해, 각 학교장에 △학생 개인별 도시락 지참 △빵.우유 등 완제품 급식대체 △단축수업 등 학교 실정에 맞는 대체방안을 검토할 것을 당부하고 있어, 학교장에게만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헤드라인제주>

한 초등학교의 '도시락 개별지참' 가정통신문.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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