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자진수감 최성희씨, "강정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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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자진수감 최성희씨, "강정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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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 벌금형 거부, 12일간 노역후 출소
강정주민들 교도소 앞 최성희씨 격려..."강정싸움 계속될 것"

23일 밤 11시 55분 제주교도소 정문 앞.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고 평화운동가 최성희 씨(49. 여)의 모습이 보이자 그를 기다리던 서귀포시 강정주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고권일 제주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과 김미량 씨 등 강정주민들과 양윤모 영화평론가, 김경훈 시인 등은 최성희 씨를 포옹하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교도소를 출소하면서 깜짝 환영행사에 서게 된 최성희씨는 마중 나온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벌금납부를 거부하며 교도소에 자진수감 됐다가 출소한 최성희씨. <헤드라인제주>
24일 오전 0시께 제주교도소 정문앞에서 양윤모 영화평론가와 강정주민들이 벌금납부를 거부하며 교도소에 자진수감 됐다가 출소한 최성희씨를 맞이하고 있다. 최성희씨가 두부 한모를 받아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오랜 기간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펴 온 그는 지난 13일 밤 제주동부경찰서를 찾아가 교도소 자진입감을 택했다.

법원의 벌금형(60만원)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해 왔고, 확정판결이 난 후에는 벌금 60만원 납부를 거부, 하루 5만원씩 12일 간의 노역으로 대체하겠다며 자진해 교도소를 찾아간 것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1월 8일, 유엔과 우리나라 정부의 공동 군축 비확산회담이 열리고 있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신라호텔 앞에서 '해군기지 결사반대'라는 깃발과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됐다.

정당한 캠페인이었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를 기소했고, 법원은 그에게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수감되면서 SNS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반대자들에 대한 사법 탄압과 벌금 강제를 거부하며, 저 자신이 해당사건에 대해 무죄라 생각함에도 오늘부터 12일 간의 수감에 들어간다"며, "이는 수감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부당한 수감을 통해 사법탄압의 폭압성을 폭로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던 중 부당하고 폭력적인 퇴거 요구를 불응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은 유엔의 그간 관례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이고, 국제적인 망신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오전 0시께 제주교도소 정문앞에서 강정주민들이 벌금납부를 거부하며 교도소에 자진수감 됐다가 출소한 최성희씨를 맞이하며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의지를 다지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2일 간의 노역을 마치고 나온 그는 강정주민들에게 "저 때문에 애를 써줘서 고맙고, 또 죄송스럽다"면서, "지금 석방이 돼도 마음이 홀가분한 게 아니라 강정의 또 한사람이 갇혀 있다. 젊은 여성지킴이를 바로 옆에 두고 왔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최씨가 말한 이 젊은 여성(34. 여)은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저지하다 업무방해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받은 강정지킴이다. 그 역시 최성희씨가 출소하는 날인 23일부터 벌금형을 거부하고 교도소에 자진수감을 택했다.

그의 말에 주민들은 교도소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젊은 여성지킴이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응원을 보냈다.

최씨는 "강정은 끝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제주도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피력한 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제까지 우리가 해 오던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최씨의 얘기가 끝나자 고권일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고 위원장은 "순순히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이렇게 자진노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제주해군기지가 내년이면 완공된다는데, 사실상 기지 건설이 기정사실화 됐다고 하더라도 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가 다시 강정마을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되찾을 때까지, 구럼비 바위에 다시 서는 그날까지 계속 반대의 마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보상이라던가, 사면복권이라던가 이런 차원으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정치세력들에 대해서는 결코 그런 선에서 우리 마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똑똑히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다 수차례 구속 수감되고, 장기간 옥중투쟁을 전개했던 양윤모 평론가도 메시지를 전했다.

양 평론가는 "(해군기지 활동가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법처리에 동조할 수 없다. 우리들의 공분은 오직 진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양심에 떳떳하다. 우리의 저항의 몸짓은 릴레이로 이어질 것이다. 자진수감을 하면서도 '즐겁게 간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0시 20분쯤까지 시국을 성토하던 주민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강정마을로 향했다.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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