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앞선' 교육청?...인조잔디 운동장 '긁어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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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앞선' 교육청?...인조잔디 운동장 '긁어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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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홀 미팅 '공연한 공론화', 학부모 불안 가중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주지역 일선 학교 학부모들과의 토론회를 갖고 내구연한이 다가오고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에 대한 대안을 묻는 가운데, 공연한 공론화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일부터 17일까지 제주시 동(洞)지역 학부모 189명을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 개최에 앞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오는 24일 열릴 학부모와 함께하는 공개토론회에 앞서 사전에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합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토론회에서 논의될 △학교 운동장의 새로운 모형 △제주 교육에 바라는 점 등에 대한 질문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인조잔디 운동장의 문제점을 묻는 사전 조사 결과 학부모의 61%가 학교 운동장에 '문제가 없다'고 답해 토론 주제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학교 운동장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학부모들은 나머지 39%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의 문항은 △학교 운동장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학교 운동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방안을 선택한 이유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졌다.

학교 운동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학부모들도 문항을 채우기 위해 굳이 문제점을 끄집어내야 했던 셈이다.

애초에 다수의 학부모들이 학교 운동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토론을 진행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지적에 직면하게 된다.

이마저도 응답한 학부모 중에는 천연잔디 학교의 학부모, 인조잔디 학교의 학부모가 뒤섞여 있어 '문제가 있다'고 답한 학부모들이 인조잔디를 염두해 두고 답한 것인지 조차 불분명하다.

물론 내구연한이 끝난 인조잔디의 위해성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제주지역 인조잔디 운동장 학교는 총 63곳으로, 내구연한(8년 기준)을 앞두고 있는 학교는 올해 1곳, 내년 5곳, 2016년 13곳, 2017년 13곳이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이 뚜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시점에서 인조잔디 운동장 문제를 들춰내는 것은 학부모들의 괜한 염려를 조장할 수 있다.

구체적인 협의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이미 원희룡 제주지사도 지난달 열린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63개 학교의 인조잔디를 순차적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라는 지적이 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부서 담당자는 "답변이 나온 것을 보고 '학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유형별로 분류되지 않다보니 어떤 집단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토론 주제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있던 것이기에 바꿀 수 없지만, 원탁회의 당일날 학부모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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