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감귤 1번과 논쟁...도의회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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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감귤 1번과 논쟁...도의회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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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감귤품질기준 규격 개정안 '역풍', "농민의견 무시돼"
"1년간 유예? 농가 혼란만 가중...조례 통과는 의회 권한" 경고

제주특별자치도가 비상품으로 분류된 작은 크기의 감귤 '1번과(果)' 상품화와 관련해 당초 합의안을 고수하되 시행시점만 1년간 유예키로 하자 제주도의회가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2일 열린 제321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서 구성지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폐회사와 5분발언 등을 통해 감귤 1번과의 전면적인 상품화를 요구했다. 특히 감귤을 업으로 삼은 주민들이 많은 서귀포시 지역구 의원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는 감귤 1번과 상품화 문제는 당초 개선안대로 '부분 허용'으로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제주도정의 브리핑에 따른 것이다. 이 개선안에는 기존 1번과 중 49~51mm는 허용되나, 47~48mm 크기의 감귤은 상품에서 배척시킨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제주도의회로부터 '역풍'이 불었다. 원희룡 도정이 강조하는 '협치'가 이뤄지려면 일선 농가의 의견을 묵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 현우범 "농가의견 묵살한 제주도정...협치란 게 존재하나?"

5분발언을 통해 첫 포문을 연 현우범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서귀포시 남원읍)은 "원희룡 지사는 도정운영의 모토로 '협치'를 내걸고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감귤 1번과 상품화에 대한 도지사의 정책을 보면서 과연 협치라는 것이 이 감귤 정책에서 존재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앞선다"고 지적했다.

현 의원은 "감귤 1번과 상품화 문제는 4년 동안 제주도 감귤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는데, 이러한 논란을 종식하고, 감귤품질 규격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농식품 신유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시행한 결과, 1번과 상품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47mm부터 상품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또 "1번과가 대부분 유통되고 있으며, 제주도의회의 생산농가에 대한 의향조사 결과에서도 77% 이상의 농가가 47mm부터인 1번과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지 의장과 대다수의 동료 의원들도 1번과를 47mm부터 상품화 해 올해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제주도 당국이 대다수의 농가와 도의회의 의견을 완전히 배격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원 지사가 추구하는 협치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결정이었다"고 꼬집었다.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는 물론, 생산농가의 요구, 도민들의 대의기관인 의회조차 1번과의 전면적인 상품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제주도가 귀를 닫고 있다는 것이다.

현 의원은 "협치란 자신이 가진 권력을 내려놓고 공유할 때 가능한 것이다. 자기가 세운 원칙이나 기준에 맞지 않다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라는 것은 진정한 협치가 아니다"라며 "지금 1번과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다. 소비자들이 찾는 이유는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귤 1번과 상품화 문제에 대해 농가의 의견을 수용해 47mm부터 상품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7mm를 유통하는 것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선과기 드럼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올해부터 시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천문 "조삼모사 눈속임 불과...조례 통과권한 의회에 있다" 압박

김천문 의원(새누리당, 서귀포시 송산.효돈.영천동)은 5분발언에서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서 소위 '감귤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의 이야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소비자가 찾지 않는 감귤은 절대 유통될 수 없다. 우리 농업인들이 왜 소비되지도 못할 감귤을 상품화 하자고 하겠나"라며 이미 시장상황이 1번과를 요구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집행부에서 감귤 1번과가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동안 소비자의 입맛이 변했고, 사시사철 과일이 수입되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수량을 중심으로 하는 감귤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또 김 의원은 "매년 3만평 규모의 과수원이 신규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책이 몇 년이나 통용될 수 있겠나. 이대로는 침몰하는 배처럼 감귤산업이 무너지고 만다"고 우려하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순한 농업인들의 외침이 아니라 소비시장의 변화를 읽고 감귤산업의 미래를 위한 요구사항으로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의 협치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 일방적인 의견개진과 통보가 협치인가?"라며 "'조삼모사'의 눈속임으로 우리 농업인들에게 이것이 협치라고 말씀하시겠나. 말로만 하는 협치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김 의원은 "개정된 시행규칙은 조례에 근거하고 있으며, 본 의원에게는 지방자치법 제39조에 따른 권한이 있음을 명심해달라"고 경고했다.

제주도정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조례를 통과시키지 않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 구성지 "감귤 1번과 상품화 시행시기 유예, 농민혼란 가중시킬 것"

회의 말미에 구성지 의장(새누리당, 서귀포시 안덕면)도 감귤 1번과 상품화 방안을 1년간 유예시킨 것은 농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구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제주도정의 정책은 49mm 이상으로 결정을 하고 시행시기만 1년간 유보함에 따라 47mm부터 유통할 수 있도록 요구했던 농민들은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 의장은 "감귤 1번과의 상품화를 놓고 제주도와 의회 간 대립이라고 하고 있는데, 생산자 농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의회와 농업인단체장의 의견을 듣고 있는 제주도 간에 문제가 쟁점으로 비쳐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구 의장은 그러면서 "도의회는 생산자 농민들의 입장에 따라 1번과 전부에 대한 상품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기존의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와 의회 간의 정책조율로 인해 보리수매 가격을 보장하게 된 것을 사례로 들며 "협치는 바로 이런 것이다. 큰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지만 도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큰 협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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