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1번과' 논쟁 가열..."가격 떨어지면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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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1번과' 논쟁 가열..."가격 떨어지면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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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허용' vs '전면허용...'전면 불허' 가세...쟁점은?
가격영향 여부 최대 관건...원희룡 "가격지지가 최우선 정책목표"

비상품으로 규정돼 유통판매가 금지된 작은 크기의 감귤인 '1번과(果)' 중 일부를 상품화하는 내용의 감귤품질규격 개선안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도의회와 농업인을 중심으로 해서는 1번과의 전면 상품 허용을 촉구하는 반면, 제주도정과 농업인단체에서는 개선안의 내용처럼 '부분적 허용' 입장을 고수하면서 본격적 출하가 임박한 시점에서 극심한 혼란이 표출되고 있다.

이 논란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2일 감귤품질규격 개선안을 담은 '제주도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촉발됐다.

개선안은 현행 '0번과'에서 '10번과'까지 총 11단계로 나뉘어진 감귤 규격 중 상품감귤의 기준을 2S(49~54mm), S(55~58mm), M(59~62mm), L(63~66mm), 2L(67~70mm) 등 5단계로 재조정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5단계 규격에 포함되면 '상품', 포함되지 않으면 '비상품'으로 분류된다.

현행 규정에는 2번과에서 8번과까지가 상품으로 규정돼 있다. 개선안에서는 감귤 직경 크기가 47~51mm였던 '1번과'에서 49mm 이상에 한해 새로운 선과망 규격인 2S(49~54mm)에 포함시켜 상품화 하는 조정내용을 담고 있다.

즉, 기존 1번과 중 49~51mm는 허용되나, 47~48mm 크기의 감귤은 상품에서 배척시킨 다는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이 내용은 농업인단체와 유통 관계자, 일부 도의회 의원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내용이 입법예고 되자마자 감귤생산자 농민들과 도의회에서는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1번과를 부분적으로 허용할 것이라면 전면 허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1번과가 비상품으로 규정돼 출하가 금지됐으나 음성적으로는 상당한 양이 거래됐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양성화하는 차원에서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도정질문에서 의원들은 물론 구성지 의장까지 농업인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해 "농업인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농업경영인단체 등에서는 또다른 대안으로 '전면 불허'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와 한국여성농업인제주도연합회는 29일 "비상품감귤 1번과의 상품허용을 전면 유보하고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전면 허용'과 '부분적 허용'의 논란에서 현행대로 전면 금지하자는 안이 제시된 것이다.

올해산 노지감귤의 본격 출하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논쟁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크게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원 지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각계 대표들간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 사항임을 강조하며, 이 합의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혼선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정책적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오는 10월1일 감귤품질규격 개선안의 입법예고가 끝나면 곧이어 제주도정의 최종 정책결정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제주도정의 입장은 사실상 이미 입법예고안인 '부분적 허용'으로 방침이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1번과를 허용했을 경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농업인단체의 전면허용 혹은 부분적 허용을 반대의 명분도 '가격'이다.

1번과를 전면 허용했을 경우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제주자치도 역시 정책결정을 위한 판단의 최우선적 잣대로 '가격'과의 연관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지금까지 감귤생산량과 거래된 감귤가격을 비교한 결과 '불가분의 관계'였다면서, 상품으로 출하되는 양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제주자치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적정생산량을 58만톤 정도로 잡고, 67만8000톤이 생산됐을 때인 2007년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은 10kg들이 한 상자당 7101원이었던 점을 제시했다.

또 과잉생산의 해로 꼽히는 2009년 65만5000톤이 출하될 때에도 9487원으로 1만원을 밑돌았다.

반면 48만1000톤이 출하된 2010년에는 1만3185원, 2011년 50만톤이었을 때 1만3883원, 2012년 55만9000톤이었을 때 1만2481원, 그리고 2013년 55만4000톤이었을 때에는 1만4480원으로 높게 형성됐다.

양치석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생산량과 평균 경락가격의 데이터만 보더라도 적정생산량을 웃돌면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1번과를 전면 상품화할 경우에는 이러한 가격하락에 대한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면허용에 반대하는 생산자단체나 유통관계자들도 "전면 허용시 가격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제주감귤의 현주소는 맛으로 승부를 걸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생산량으로 가격조절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당분간 관(官)의 통제력을 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애기다.

1번과를 출하해 얻는 이익이 비상품으로 해 가공용 수매가 보다 나을 수 있어도, 대신 상품인 2~8번과의 가격형성에 악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소득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1번과 전면 허용시 앞으로 과잉생산되더라도 과거처럼 '유통명령제'를 발령할 수 있는 명분이 약화돼, 유통통제가 불가능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1번과 논란은 도의회의 입장도 이해는 되나, 생산농가의 입장보다는 수요자, 앞으로 미래감귤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분석, 진단을 통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원 지사는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도의회와 농민의 의견을 존중하나 가격 지지정책은 도정에 있어 가장 큰 우선 목표"라며 "가격 정책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의 강도를 달리하는 의견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의회의 의견은 존중하나, 1번과를 전면 허용할 경우 가격하락 등으로 이어질 경우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는 반문으로, 사실상 의회의 입장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입법예고 후의 정책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판단의 기준은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점도 예고한 것이다.

올해산 노지감귤의 출하가 임박한 시점에서 이제 제주자치도의 정책결정의 방향은 '전면허용'을 배제함 속에서 입법예고안의 '부분적 허용'이냐, 일단 올해는 현행처럼 '전면 불허'냐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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