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시...보충수업...야간자율학습..."9시 등교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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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교시...보충수업...야간자율학습..."9시 등교는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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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서귀포시 학생들과 공개토론 '즉문즉답'
"야간자율학습, 방과후학교, 왜 의무적?"..."그렇게 안 할 것"

"새벽같이 일어나 0교시 수업을 받고, 방과후 학교, 야간자율학습까지. 집에 돌아가 침대에 누워보면 어느덧 새벽 1시..."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문화에 지친 학생들이 교육감을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내뱉은 첫 일성은 그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서귀포시 지역 25개 중.고교 125명의 학생대표단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과 함께 13일 오전 10시 30분 서귀중앙여자중학교 음악실에서 '행복한 학교만들기'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달 30일 '9시 등교'에 대한 사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던 제주시권 학생들과의 토론회와는 달리, '9시 등교'를 비롯, '야간자율학습', '자유학기제', '교직원 인식변화' 등 다양한 교육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1시간 남짓의 짧은 토론시간이었던 만큼 이 교육감은 초입부터 즉문즉답 방식으로 토론회를 이끌어 나갔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서귀포 학생대표단의 공개토론회.<헤드라인제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서귀포 학생대표단과 공개토론회를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9시 등교 언제쯤?..."쉬운 문제는 아니, 합의여지 있지 않겠나"

첫 주제는 역시나 '9시 등교'였다. 최근 경기지역 일부 학교에서 9시 등교가 전면 실시되고 있는 데다, 이 교육감도 '아침밥이 있는 학교'라는 공약으로 9시 등교를 내세웠던 만큼 학생들의 기대감도 부쩍 커진 듯한 인상이다.

이 교육감도 이를 인식한 듯 9시 등교에 대한 학생의 발언이 시작되자 외투를 벗으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중문중 학생은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전면 실시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 양육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되고는 있지만 학생들의 수면권과 아침밥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우리학교 학생들은 9시 등교를 열렬히 바라고 있다. 9시 등교는 언제쯤 추진되느냐"고 물었다.

서귀포고 학생도 "서귀포고의 경우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많은 읍면동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해 통학하고 있다. 원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의 경우 버스를 놓치면 영락없이 수업에 지장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9시 등교가 결코 쉬운 문제만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학생과 더불어 학부모, 관련 권한을 갖고 있는 일선학교 교장 등 각 교육주체의 의견수렴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육감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방향성을 찾으며 대안을 마련할 것이다. 아이들이 아침밥은 먹고 다녀야 하지 않겠나. 누구든 아침에 일어나면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고교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합의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교육감이라 한들 몇 시에 딱 등교해라 해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은) 점차 변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등교시간 문제를) 정상적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방향성을 찾아 나가겠다. 미안하다. '9시부터 등교해야 돼!'라 못해서..."라며 9시 등교에 대한 언급을 마무리 지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에서 한 학생이 건의사항을 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서귀포 학생대표단의 공개토론회.<헤드라인제주>

◇ "야간자율학습.방과후학교, '자율화' 한계 있지만 이뤄나갈 것"

서귀포고의 한 학생은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제주도내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야간자율학습을 많이 한다. 야간자율학습은 말 그대로 '자율'이다. 왜 의무화가 돼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지 궁금하다. 개선방법은 없느냐"고 교육감에 물었다.

이 교육감은 "공자님 말씀에 '정명'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야간자율학습이 의무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교육감은 "최근 정시 중심이었던 대입제도가 수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과연 의무화된 야간자율학습으로 수시체제에 대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의 교육은 시간의 양 관리가 중점이 돼 왔다. 점차적으로 시간의 '질'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야간자율학습의 경우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는 부분이 있어 사실 자율적으로 하는 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외곽지역 학교에서 뭔가 변화 또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서귀포시 지역 학교부터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중학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위미중의 한 남학생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야간자율학습이 의무화되고 있는 만큼 중학교에서도 방과후 학교가 반 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방과후 학교의 경우 교육부 평가의 한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교육감 당선되면서 그런 부분을 자제해 왔지만, 자제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가능하면 중학교까지 선택할 수 있는 과목 등을 예체능 방향 쪽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보충수업을 대신하는 의미일 텐데, 강제되지 않도록 하는 흐름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의 공개토론회에서 한 학생이 건의사항을 전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귀포 학생대표단과의 공개토론회에서 이석문 교육감이 환하게 웃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청소년 꿈 키우는 자유학기제, '예체능' 중심으로 추진"

중문중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오면서 많은 기회를 잃었다. 이제는 있던 재능도 없어지는 것 같고. 솔직히 공부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내 춤을 보여주는 데 더욱 보람을 느낀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어 서귀포대신중 학생은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는 학교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하반기부터 도입된 자유학기제를 더욱 확대 시행해 학생들이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전했다.

이 교육감은 "참 안타깝고 속상한 일은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가 없고, 오름을 오르는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라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중학교에 고입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제주도와 타 지역의 차이다. 더불어 제주의 고입시험은 대학교 입학시험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4년 임기 중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이의 일환으로 자유학기제를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예체능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오전 10시 30분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서귀포 학생대표단의 공개토론회.<헤드라인제주>
13일 오전 10시 30분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서귀포 학생대표단의 공개토론회.<헤드라인제주>

◇ "진보.보수 갈등...공약이행은 민주사회 합의사안이라 생각"

학생들은 이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일부 보수적인 현직 교직원들과의 갈등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위미중의 한 남학생은 "선거 때부터 여러가지 변화를 약속해 왔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일부 보수적인 현직 교직원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교육감은 "기본적으로 권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교육행정 집행력이라는 것을 밀어부치는 것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유권자들이 권한을 유임해 준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득표율이 과반이냐, 아니냐에 따른 논란도 있지만 큰 방향성 속에서 이석문이라는 사람의 공약사항들은 실질적으로 제주도민의 선택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합의가 된 부분이다. 공무원이든 교사든 공약사항을 실행해야 한다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합의를 본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각자 가치관이 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인정해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틀리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감은 "실질적으로 (변화가) 잘 되는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정책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 모형을 제주도에 잘 정착시키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또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헤드라인제주>

13일 오전 10시 30분 서귀중앙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서귀포 학생대표단의 공개토론회.<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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