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원희룡, 공기업 '후속인사' 딜레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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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원희룡, 공기업 '후속인사' 딜레마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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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장 6명 전격교체 '회오리'의 향방과 과제
"임기제-인사청문 제도개선"...관건은 누구를 발탁?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1일 '일괄사표 후 재신임 결정' 방침에 따라 공기업 사장 및 출자.출연기관장 9명 중 6명을 전격 교체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산하 기관에 큰 회오리가 일고 있다.

논공행상식 혹은 선거공신 등으로 임명됐던 잘못된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기관의 성격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잣대로 재신임 검증평가를 했던 것처럼, 차기 후속인선에서 예전보다 확실한 우위를 입증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날 원 지사가 기자회견을 발표한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 교체대상과 유임대상 기관장 선정기준은?

지난 추석연휴 기간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 재신임 검증평가를 토대로 한 교체대상 기관장은 오재윤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강기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차우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공영민 제주발전연구원장, 박성진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고자명 제주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이사장 등 6명이다.

김일환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및 현혜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 그리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문교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등 3명은 유임이 결정됐다.

6명의 교체이유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임된 3명에 대해서는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경력이 풍부하고 재임기간이 짧아 재신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의 교체대상 기관장은 '전문성 결여'의 의미로, 뒤의 3명의 유임자는 전문성은 일단 인정받으면서 짧은 재임기간이 주요 이유로 제시된 점이 눈길을 끈다.

원 지사는 교체 이유로 '전문성 결여'라는 평가결과가 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경영평가라는 것은 도정 내부의 평가"라며 "순이익이 올랐는데 순이익 오른 요인이 뭐였냐는지 따지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평가의 기준이나 범위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내부평가나 순이익 몇가지 지표를 갖고 '잘했는데 어쨌다' 라는 식으로는 깊게 언급하지 않는게 모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잘하자는 취지로 제도를 정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잘잘못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은 제 뜻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즉, 교체사유를 세부적 평가로 들어가면 할 말이 많다는 것이다.

◇ 주요 기관장 전면 교체 가닥 이유는?

이례적으로 주요 기관장에 대해 공개적인 방법으로 일괄사표를 받고 재신임을 묻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은 도의 재정지원 즉 도민혈세로 존립하는 기관인 만큼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고 업무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기관장의 인사제도 역시 도정과 함께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도정이 바뀔 때 마다 생기는 출자·출연기관장의 거취문제, 낙하산인사, 관피아 논란을 해소하고 책임경영으로 능력이 있는 분은 재신임하고 도지사와 임기를 동일하게 제도화함으로써 소모적인 불필요한 논쟁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방송대담에서는 "도지사가 바뀌면 산하 기관장은 예의상 사표를 내야 하는 것이 예의"라며 먼저 알아서 사표를 내지 않은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 "도지사 임기와 일치, 인사청문회 도입해 악순환 끊을 것"

그러면서 이번 전면교체에 따른 후속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제도개선 방향은 크게 기관장의 임기를 도지사의 임기와 맞추는 것, 그리고 주요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두가지이다.

원 지사는 우선 기관장의 임기를 도지사와 함께 하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책임정치, 책임행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각 기관은 도정목표 및 방침과 보조를 맞추어 업무추진을 하고 예산지원, 정책협조를 받도록 돼 있다"며 "원칙적으로 도지사 임기와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 시키는게 맞다고 본다 도정이 교체되면 새 도정의 도정철학에 맞게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를 맞추기 위해 조례 등을 개정할 것과, 제도적으로 임기를 맞추기 어려운 경우 새로 임명되는 기관장에 대해 사표를 미리 받아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사청문회는 구성지 의장과 합의대로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관광공사, 제주에너지공사,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발전연구원 등 5개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번 후속인선에서 임명되는 기관장에 대해 제주시장 사례 처럼 도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별도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차기 도정에서부터는 더 이상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다.

이날 원 지사는 그동안 선거가 끝난 후 소위 '선거공신' 혹은 '도지사 사람'으로 임명되던 관행 등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확실한 입장을 천명하면서 앞으로 산하 기관의 전면적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 정당성 강화일까, 인물난 속 딜레마 봉착일까

하지만 과제도 적지않다.

우선 도지사와의 임기를 맞추면서 또다른 '낙하산 정치인사'를 합법화 할 개연성도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일부 표출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문성 결여'라는 냉혹한 평을 받고 물러나게 된 교체 대상 기관장의 후속 인사를 어떻게 가져나갈 것이냐 하는데 있다.

인사청문회와 임기제 조정 등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후속인사에서 발탁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전임자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점을 어필하지 못할 경우 원 지사가 기자회견 도중 꺼낸 표현처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으로 회자될 수밖에 없다.

곧 후속 인선을 위한 공모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원 지사는 경영능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관장을 발탁할 뜻을 밝히면서도, "같은 값이면 도내 인사를 우선으로 해..."라는 여지를 남겼다.

새롭게 인선되는 주요 기관장의 경우 '전문경영 능력'을 중심으로 인선하되, 제주도내 인사를 우선으로 해 인선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에 칼을 빼든 원 지사가 자신이 제시한 '잣대'에 맞춰 어떤 후속인사를 가져나가느냐가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이 후속인사의 결과에 따라 원 지사의 이번 전면교체 카드의 정당성 명분은 더 강화될 수도, 아니면 인물난의 딜레마 속에서 쳇바퀴 관행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원 지사는 후속인선의 그림까지 모두 준비해둔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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