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의 인기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선택 2014’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현실 선거의 부끄러운 선거문화를 그대로 노출하였지만 한마디로 말한다면 그건 “깨끗한 승복”이다. 왜 다루지 않았을까. 재미를 목표로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현실정치를 패러디하면서 선거불복을 다루지 않은 이유가, 만약 선거에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재미를 포기한 고민의 결과는 “승복”한다는 원칙이었다.
정치패러디에서 조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이 나의 대학 제주국제대학교의 진정한 얼굴이길, 그래야 우리가 잃어버린 15년, 그 허송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때 일이다. 투표용지 천공방식 등의 기술적인 문제로 민주당 성향의 표가 상당수 무효화됐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지만 민주당의 앨 고어후보에게는 지독하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도 낙선했다. 조지 부시와 맞붙었던 엘 고어 후보는 “도전할 땐 맹렬히 싸우지만 결과가 나오면 단결하고 화합하는 게 바로 미국”이란 골자의 승복 연설을 통해 용기 있게 패배를 인정했다. 당시 연설은 21세기의 최고의 아름다운 승복으로 남아 품격 높은 연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채근담의 글에 “한 마디의 말이 들어맞지 않으면 천 마디의 말을 더 해도 소용이 없다. 그러기에 중심이 되는 한 마디를 삼가서 해야 한다. 중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일진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느니만 못하다.”라고 했다. 작금의 우리 대학의 행태를 볼 때 이 말을 더 간절히 와 닺는다.
걸리버 여행기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인 스위프트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거짓을 관철하기 위해서 우리는 또 다른 거짓말을 발견해야 한다.”라는 말을 한다. 그냥 넘어갈 말은 아니다. 작금의 우리는 기자회견으로 성명서로 현수막 등으로 진실인양 승복 못하고 비난하는 것은 어디서 나온 못된 버릇? 온갖 논리를 내세워 법인이사회의 의결을 무시하는 행태는 법적인 차원을 떠나 너무 오만한 행동이 아닐까 한탄스럽다.
자신의 입장(Opinion)을 사실(Fact)로 둔갑시키는 전형적인 수법이 있다. 최근의 우리대학 관련 해당 기사를 보면 “···2순위가 총장으로?. ···총장선임 갈등 또 내홍. ··단박에 뒤집혀” 등의 표현으로 사실화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글은 ‘A = B’라는 확정사실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A는 B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거나 "A는 B인 셈" 또는 "A는 B라는 지적이 나온다” 등의 논리적 주장은 표현 그대로 'A가 B'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일 뿐 입증된 사실은 아닌 것이다. 입증된 사실은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대학에서 유행하는 말이 ‘야바위’, ‘꼴뚜기’란 말이라고 한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한심스럽다. 더 내가 한심하기 전에 “무례한 사람의 행위는 내 행실을 바로 잡게 해주는 스승이다.”란 공자의 말을 되새김하며 나를 일으켜본다.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한다. 거짓은 반대로 아름다운 저녁 노을처럼 모든 것을 멋지게 보이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제라도 대학을 위한 도전에 대해서 “제가 실패를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아름다운 승복이 지혜를 용기를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는 모습은 대인배 답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규정을 외면하고 오직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총장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 생존이란 더 절실하고 기로에 선 대학을 위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용기가 진정 지혜로움이다.
모두 하나가 되자는 신념으로 “승복도 잘하면 정신적 자산”이라는 말을 안타까운 마음에서 말하고 싶다.<고병련 제주국제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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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제주지검장 꼴 나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