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케이코 참의원, 강우일 주교 예방..."평화연대는 새로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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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케이코 참의원, 강우일 주교 예방..."평화연대는 새로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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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대만 국경을 넘은 연대 중요"

군사기지 반대 활동가에서 출발해 일본 참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토카즈 케이코 의원(67. 여. 오키나와)이 5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를 방문해 동북 아시아의 평화를 모색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리고 있는 '평화의 바다 국제캠프'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케이코 의원은 이날 오키나와 한국민중연대 회원인 오키모토 히로시씨와 대만의 차이쿤닝씨와 함께 강 주교와 대담을 가졌다.

일본 이토즈카 케이코 참의원이 5일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예방했다. <헤드라인제주>

강우일 주교는 "국경을 넘어 강정과 대만, 오키나와의 주민들이 모여 바다를 끼고 연대를 위해 모인 것이 앞으로의 새로운 희망을 불러오는 싹을 키워나가는 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강 주교는 한국의 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제주4.3 등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실 규명 노력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주교는 "한국 중앙정부는 반성이나 토론도 없이 역사적인 사실 규명도 중지시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주4.3 규명 작업이 시작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정권이 변할 때마다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 주교는 "이런 상황에서 강정 해군기지가 무리하게 추진되기 시작했다. 과거 문제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에 군대가 들어오는 것. 제주에 군대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도민들은 용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 있지만, 반대로 도민의 10% 이상인 3만여명이 학살을 당했고, 진실 규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볼 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고백했다.

강 주교는 "국민이 있기 때문에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근대에 들어서 국가가 있기 때문에 국민이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다"며 "생명이 먼저다.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가 아니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많은 정치가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면서 국가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서 "국민에 대한 존엄성, 생명에 대한 인식을 지켜나가지 않는 국가 운영은 용서 될 수 없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은 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현재 동아시아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시대를 역류하고 있는데, 각 국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국가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보다 앞서 국민에 대한 존엄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과 오키나와, 강정마을이 국경을 넘어 인간으로서 살아나갈 연대를 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일본 이토즈카 케이코 참의원이 5일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예방했다. <헤드라인제주>

이토카즈 케이코 의원은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해야 할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가들은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는 안된다"고 진단했다.

케이코 의원은 "이제 NGO나 시민단체가 연대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강정과 오키나와, 대만의 이번 연대가 우리의 생각들을 관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강정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온 케이코 의원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고, 강 주교님이 기도로 관심을 쏟고 있어 든든하다. 특히 공사현장 정문 앞에서 신부님들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믿음직스러웠다"며 "주민들과 많은 활동가들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함께 자리한 대만의 차이쿤닝씨도 지난 1947년 대만에서 벌어졌던 토착민 학살 사건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으며 연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대만의 경우 지난 1947년 중국 국민당의 패잔병들이 자신들에게 항거하는 대만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2.28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차이쿤닝씨는 "대만에서도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시 희생자들이 고령이라는 이유로 진전이 더디다. 희생자는 많은데 가해자가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해서는 책임을 질 자가 누구인지 명확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제주와 오키나와 대만의 상황은 똑같다"고 공감했다.

케이코 의원은 "아픈 역사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것은 교육의 중요성이다. 나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애국이지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이 애국이 아니라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코 의원은 "왜 같은 국민이 서로 적이 되어서 싸워야하는지 알 수 없다"며 "권력이라는 것은 겸손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이 필요한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필요를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정치가라면 시민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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