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배달 40대 가장의 '7년 옥살이'...진실 규명될까
상태바
신문배달 40대 가장의 '7년 옥살이'...진실 규명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수강도혐의 옥살이 고성옥씨, 광주고법 제주부에 재심청구
"억울한 누명 벗겨달라" 호소...진실논란 속 법원 판단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가 1일 고성옥씨의 '억울한 옥살이' 관련 재심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10년 전, 신문배달을 하던 한 40대 가장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7년간 옥살이를 한 일과 관련해 진실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고성옥씨(57)가 31일 광주고법 제주부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의 결백을 믿으며 진실찾기에 나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제주경실련 공익지원센터는 1일 오전 10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고씨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어제 광주고법 제주부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관이 무고한 한 시민을 파렴치한 범죄자로 둔갑시키고, 사법부의 잘못된 오판에 의해 무고한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 두 단체의 주장이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임문철 신부는 "신문배달을 하던 한 40대 가장이 강도범을 쫓다 오히려 범인으로 몰리는 사건이 발생해, 고성옥씨는 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며 "경찰은 무고한 한 시민을 명백한 객관적 증거도 없이 한순간에 범죄자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임 신부는 "고씨는 '강도범'이란 낙인이 찍힌 채 말로는 형언할 수 조차 없는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눈물로 보내야 한 했다"고 말한 후, "재심은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7년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고씨의 누명을 벗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진실이 재심을 통해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고씨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며, 우리 사회에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고씨는 "(출소 후) 며칠 일하다가 그만두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저 스스로도 주변의 그런 이목이 너무 힘들었다. 세상 살아가기가 너무 싫다. 약한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억울한 옥살이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는 고성옥씨.
제주경실련 양시경 공동대표가 경찰의 증거조작 정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 두 단체와 고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9월8일 새벽 3시30분에서 4시25분 사이 발생했다.

한 남성이 제주시 연동 소재 다세대주택 3층에 침입해 잠을 자던 A씨(여. 당시 41)를 흉기로 위협해 14K 금반지와 목걸이 등 35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뒤 폭행하고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그대로 달아났다.

112 신고를 접수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 주변에서 범인을 목격했다는 목격자 B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일대를 수색하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신문배달을 하던 고씨를 발견,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당시 고씨의 나이는 48세.

3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가장인 그는 경찰에 체포된 후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피의자 고씨의 주장은 사건발생 장소 부근에서 신문배달을 하다가 누군가 "강도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달아나는 범인을 쫓다가 놓친 뒤 신문배달용 오토바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던 중 경찰에 불법 체포됐다는 것이다.

즉, 자신은 강도를 잡기 위해 쫓아가던 상황이었을 뿐, 달아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목격자 B씨가 사건현장인 집에서 고씨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토대로 해 고씨를 진범으로 단정해 사건을 처리했다.

이 사건으로 고씨는 7년간 옥살이를 했다. 수사과정은 물론 재판과정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1년 9월 만기 출소한 그는 제주시청 후문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천주교사제단과 제주경실련이 내용을 접하고 본격적인 진실확인에 나선 것이다.

두 단체는 확인절차를 통해 이 사건이 '무죄'임을 강조하며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했다.

우선 고씨가 진범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을 들었다. 지문이나 족적, DNA 감식결과, 피해자 물품 등 구체적인 증거없이 신뢰할 수 없는 목격자의 불확실한 증언만을 토대로 범죄자로 단정시켰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시각에 고씨는 신문배달을 하고 있었고, 이미 배달된 신문 부수를 인하면 범죄가 발생한 시각에 고씨는 사건현장에 있을 수 없음에도 경찰은 이런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을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A씨는 강도가 침입한 후 1시간동안 집안에 있었다고 진술한데 따른 반박 주장이다.

또 고씨가 일했던 신문사 지국장도 증인으로 나와 고씨가 하루에 배달하는 신문부수와 시간을 진술했고, 고씨가 사건당시 1시간동안 현장에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을 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들지지 않았다.

고씨가 사건현장에 뛰쳐나갔다는 목격자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B씨가 캄캄한 시간대에 무려 70m 떨어진 곳에서 고씨를 처음으로 보았다는 진술을 토대로 할 때, 실제 뛰쳐나간 사람과 고씨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 진술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범인은 짧은 머리에 긴 머리에 허술한 옷차림"이라며 고씨를 지목했다가, 나중에 재판 증인신문에는 "조끼의 지퍼가 채워진 단정한 복장"이라고 번복한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사건발생 시간은 어두워서 범인의 정확한 얼굴을 식별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단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에 대해서는 사건현장에서 족적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씨의 것과 일치하지 않아 증거를 인멸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증거로 제시된 소형 커터칼은 고씨가 신문배달과 함께 자활후견센터에서 도배와 집수리 일을 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피해자의 팔과 다리에 난 상처를 입히는데 쓰인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고씨가 범죄자라는 객관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없다"며 "오로지 경찰의 무리한 증거 조작 및 인멸, 짜맞추기식 수사, 거짓 증언만이 난무하는 파렴치한 '범죄 덮어씌우기' 조작 사건일 뿐이라는게 제주경실련 등의 주장이다.

진실규명 조사를 벌인 끝에 최종적으로 고씨가 '무죄'라는 점을 확신하며, 이들 단체는 지난해 8월 당시 사건조사를 맡았던 경찰관 3명을 무고 및 모해위증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과 '진실찾기 모임'측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재심청구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너무합니다 2014-08-03 15:50:56 | 112.***.***.40
정말 억울하겠네요.
도와주려던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도 참~
경찰은 한술 더 뜨고.
이분이 돈많았다면 이런 억울한 일은 없었을텐데.
대한민국 정말 이런 나란가요?

사실이라면 2014-08-01 11:51:15 | 112.***.***.57
사실이라면 정말 억울한 일이고, 조사한 경찰관들 다 처벌받아야 마땅하고 손해보상해줘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