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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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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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헤드라인제주>

지금 강정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고, 강정마을회와 전국 시민단체들은 삼복더위에도 해군기지 중단을 외치며 제주지역을 대행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미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됐는데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지 않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입지적 타당성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된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로 적합한 지역이 아니다. 해군기지 부지선정 기준은 첫째 해군기지로 적합한 지역이냐, 둘째 건설비용이 얼마나 절감되느냐, 셋째 지역주민이 동의하느냐 등이다. 해군은 2002년에 화순을 해군기지 최적지로 선정했지만 지역주민 반대로 2005년 9월 위미로 옮기게 되었고, 위미에서도 지역주민 반대가 심해져서 오갈 데가 없게 되었다. 2007년 5월 부지선정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해군기지로 적합한 지역이냐, 건설비용이 얼마나 적게 드느냐 등의 기준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지역주민만 동의하면 제주섬 어디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해군은 강정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화순과 위미에서의 어촌계와 해녀회 중심의 강력한 반대운동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전략을 세웠다. 강정마을 해녀들에게 연평균 수입의 20년치를 보상해주겠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마을이 발전한다는 식으로 설득했고, 거기에 넘어간 당시 마을회장과 일부 해녀들 중심으로 2007년 4월 전체 마을주민의 5퍼센트도 안 되는 이들이 모여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하였다. 그리고 당시 김태환 도지사는 입지적 타당성 여부는 검토도 없이 보름여만에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부지로 선정하였다.

제주해군기지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몇 번의 토론이 있었지만, 강정마을이 해군기지부지로 적합하냐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의 공식적 논의도 없었다. 사업일정(2007~2014년)에 쫓긴 해군은 우선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부지로 선정부터 해놓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였다. 뒤늦게 입지적 타당성, 환경적 타당성 등에 대해서 평가가 있었지만, 그것도 졸속 평가였고 해군기지사업의 타당성을 추인하기 위한 요식적 행위에 불과했다.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한 것은 입지적으로 적합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동의했기 때문이라 하지만, 실제로 강정마을 지역주민이 동의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강정마을 주민들은 7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대 깃발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입지적으로도 안 맞고, 건설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니며, 지역주민 실질적인 동의도 얻지 못했다. 해군기지 부지 선정 기준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민 대부분은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백번 양보해서 제주섬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 해도 강정마을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지선정 과정에서 강정마을 공동체는 산산이 깨졌고, 공사과정에서 아름답던 구럼비 바위가 다 망가지고 있으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천연기념물인 연산호군락지가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 일부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국책사업이고 국가안보를 위한 것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런 대가를 치르며 만들어진 제주해군기지가 제대로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항구로서의 기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강정해안은 만(灣)이 아니라 곶(串)이기 때문에 길게 뻗어나간 방파제가 거센 파도에 견뎌내지 못한다는 게 마을원로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해군에서는 50년 빈도 태풍을 견딜 정도의 방파제를 쌓는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매년 태풍 강도가 기록경신이 되면서 지금은 과거 50년 기록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그리고 ‘볼라벤’과 ‘너구리’ 같이 비껴가는 태풍에도 방파제의 토대인 1만8천톤급 케이슨들이 이리저리 밀리면서 부서지고 있다. 2년 빈도 태풍에도 추풍낙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제주해군기지 부지 해저 대부분이 모래지대이다. 모래 위에 아무리 튼튼하게 방파제를 지어본들 그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일 뿐이다. 모래 위에 건설한 방파제는 바닥이 침식되는 세굴현상에 취약하다. 거센 조류가 일 년 내내 방파제 모래 바닥을 긁어내고, 해마다 불어닥치는 태풍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파도가 방파제 사면을 흘러내리면서 모래 바닥을 훑어내리는데 어찌 당할 수 있겠는가. 강정은 해군기지부지로 적합하지 않다.

마을공동체를 깨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그 좋던 서귀포 바다를 파괴하면서 제주해군기지를 준공하더라도 항구로서 기능을 못하게 될 경우에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현재 대통령인가, 국방부장관인가, 해군참모총장인가, 제주도지사인가.

지금 4대강사업이 그렇듯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강정주민과 제주도민과 우리국민이 떠안게 된다. 원희룡 도지사가 진정으로 제주도와 나라를 생각한다면, 강정마을은 해군기지부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청와대에 충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더 늦기 전에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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