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대행진 대장정 시작..."해군기지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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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평화대행진 대장정 시작..."해군기지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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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제주-강정 대행진...강우일 주교 등도 참가
"朴정부와 원희룡 도지사는 잘못된 해군기지 중단해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지난 8년간 잘못된 정권과 공권력에 맞서 절절하게 저항해 온 강정주민들의 눈물을, 단 1초라도 공사를 멈추려고 레미콘 차량 앞을 가로막았던 강정지킴이들의 몸짓을, 공사장 정문 앞에서 평화를 실천해 온 참종교인들의 평화를 향한 기도문들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주4.3과 강정 제주해군기지 등 제주 저항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생명평화의 소중함을 나누기 위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29일 4박5일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번 행사를 공동으로 주관한 강정마을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강정지킴이 등 107개 단체는 이날 오후 1시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강정평화대행진의 시작을 알렸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국내외 평화활동가와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을 희망하는 전국 네트워크의 시민, 자녀를 동반한 제주도민, 강정지킴이 등이 함께 하는 이번 평화대행진은 기자회견을 마침과 동시에 대장정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행진 행렬이 노형로터리에 다다르자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행렬에 합류, 시민들과 함께 도보행진을 이어갔다.

해외 평화활동가들을 비롯, 아일랜드 국영방송인 RTE TV 취재진도 이번 평화대행진에 참여해 열기를 더했다.

'기억하자! 저항의 역사, 중단하라! 제주해군기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행진은 이와 같이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진에 돌입, 항파두리, 새별오름, 화순 등 제주 저항의 역사가 깃든 현장을 지나 다음달 1일 강정마을에 도착하는 코스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행렬이 강정마을에 도착하는 다음달 2일과 3일에는 평화캠프 행사의 일환으로 △평화인간띠잇기 △평화기원 방사탑 쌓기 △평화리본 달기 △평화수호 장승(솟대) 세우기 △강정마을 탐방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특히 2일 오후 7시에는 강정축구장에서 '저항의 기억을 넘어, 평화로 가는 길'을 주제로 이번 강정생평평화대행진을 마무리하는 평화기원 범국민 문화제를 개최한다.

문화제에는 3호선 버터플라이, 뚜럼브라더스, 조성일, 임정득, 우리나라, '맨발의 벤죠 연주자' 세스 마틴 등 뮤지션들이 참여해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2일 뿐만이 아니라 행진 기간 매일 저녁에도 한 여름밤의 문화제 '오늘 밤, 우리가 평화를 지킨다'가 열려, 참가자 간의 소감을 나누고, 짧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앞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에 앞서 정영희 강정마을회 여성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에 앞서 이태호 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원희룡 지사, 잘못된 해군기지 추진 중단해야"

앞서 출발 기자회견에는 조경철 강정마을회장과 이태호 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홍기룡 제주범대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제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참가자들의 입장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먼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잘못된 제주해군기지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고,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제주해군기지 갈등해결을 내세웠지만, 그들이 내놓는 해법이라는 것은 결국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로 한 보상수준에 불과했다"고 힐책한 후, "근본적으로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그 계획의 타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입지의 적정성이 부적합한 사업으로, 추진과정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했다"며, "제주 해군기지 사업은 각종 불법.탈법을 동원해 강행됐을 뿐만 아니라,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등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부끄러운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해결방법은 단 한가지다. 잘못 끼운 단추를 푸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자행되고 있는 불법공사를 즉각 중단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강정의 평화를 위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도정이 제시하는 갈등해결과 치유의 방식이 그동안 잘못 처리돼 온 것들에 대한 검토과정 없는 기만적인 보상일 뿐이라면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것이 강정마을회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갈 데까지 간 사업이라 되돌리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민주적인 절차를 짓밟고, 국토를 파괴해 온 탐욕스런 토건사업자들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며, "이번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은 평화와 진실을 알리는, 행동하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태호 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도 한 마디 덧붙였다. "우리는 뛰는 재주도 없고, 날아갈 재주는 더더욱 없다. 강정주민들은 지난 8년 간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것도 직선으로 곧장 걸어오지 못했다. 구불구불 굉장히 굴곡진 길을 걸어왔다.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을 넘어서고, 길이 막히면 길을 만들면서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은 장벽을 만들고, 평화는 길을 만든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자 신념"이라며, "우리는 진실과 정의, 그리고 평화와 함께 걷는다. 제주도민들도 우리의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강우일 주교. <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한 강우일 주교가 평화활동가 최성희씨와 함께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헤드라인제주>
강우일 주교가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헤드라인제주>

◇ 강우일 주교 "평화는 무력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세상에 선포할 것"

제주시 노형로터리에서 도보행진에 합류한 강우일 주교는 "평화는 무력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세상에 선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다. 생명을 마음대로 하는 행위를 멈추기 위해, 평화는 연대로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행진에 참가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강 주교는 이어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해서는 "새로운 도정에 제주도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제주의 도정은 (해군기지 문제해결에)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중에 배반당하지 않도록 (새 도정은 정부의) 반대(방해) 움직임이 있더라도 제주를 잘 이끌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는 "참가하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 세상의 평화는 오직 평화적인 수단으로서만 이룰 수 있고, 무력으로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하고, 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덥고, 힘든 길이지만, 우리들의 평화를 향한 열정을 온 세상에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하면서도 당찬 평화의 발걸음을 이어가 한 걸음, 한 걸음, 온 세상을 향해 선포해 보자"고 격려했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출발에 앞서 용산 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가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아버지의 권유로 수년째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하고 있는 노을 군(12, 오른쪽)과 친구들.<헤드라인제주>

◇ 참가한 시민들 "강정마을에 평화가 올 때까지 걷고 또 걷을 것"

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도 한마디씩 소감을 전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는 "용산과 쌍용, 강정은 하나의 몸이라고 생각한다"며, "작년에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우리들은 강정마을에 평화가 올 때까지 열심히 걸을 것이다. 제주도민들께서는 평화의 몸짓에 함께 해 달라"고 전했다.

김우 씨(45. 여. 서울 마포구)는 "전쟁을 테마로 한 '인권중심 사람'이라는 수업을 통해 제주4.3사건,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처음 접했다"며, "이후 세월호 침몰사고를 지켜 보면서 '아, 이제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팽목항에도 직접 가서 현장을 지켜보기도 했고, 이번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직 시작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행진에 참여하는 걸 보고 힘들다는 생각이 확 날아갔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강정주민인 평화활동가 최성희 씨는 "많은 제주도민들이 평화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평화인가.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짚었다.

이어 "진실에서 물러나지 않고, 정의 앞에 눈감지 않는 것이 평화다. 제주는 동아시아 평화의 최전선에 있다. 제주해군기지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이기적인 평화일 것"이라며,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즉각 중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아빠와 함께 대행진에 참가한 노을 군(12)은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가 죽어가고 있다고, 해군기지가 지어지면 구럼비도 다 부서질 것이라고 하는데,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행진을 시작하면서 동갑 친구도 생겨서 지루하지 않고 즐겁다. 강정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걸어가겠다"고 당찬 소회를 전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공영방송사 RTE TV에서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제주에 머물며 강정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사진은 문규현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듀서 페더 킹(Peadar king) 씨.<헤드라인제주>
아일랜드 공영방송사 RTE TV에서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취재하기 위해 제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일주일 동안 제주에 머물며 강정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사진은 프로듀서 페더 킹(Peadar king) 씨.<헤드라인제주>

◇ 아일랜드 국영방송, 제주해군기지 강정문제 취재 '눈길'

한편 아일랜드 국영방송 RTE TV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비롯한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강정마을 저항운동을 취재, 오는 11월 세계인권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제주를 소개할 예정이다.

RTE TV 프로듀서 페더 킹(Peadar King)은 이날 문규현 신부 등 참가자들을 연이어 인터뷰하고, 불볕더위 속 대행진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페더 킹은 <헤드라인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강정마을회장이 아일랜드에서 마을투어를 했을 때부터 강정마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저항정신을 담기 위해 제주에 왔고, 일주일 간 제주에 머무르며 강정마을과 관련한 문제를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제주해군기지는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동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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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앞서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앞서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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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헤드라인제주>

평화활동가 최성희 씨가 강우일 주교의 베낭에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달아주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평화활동가 최성희 씨가 강우일 주교의 베낭에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달아주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우일 주교가 &#039;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039;에 참여했다. &lt;헤드라인제주&gt;
강우일 주교가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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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한 강우일 주교가 팔레스타인 학살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었다. <헤드라인제주>

강우일 주교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한 여성 참가자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lt;헤드라인제주&gt;
강우일 주교가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의 한 여성 참가자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강우일 주교가 &#039;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039;에 참여했다. &lt;헤드라인제주&gt;
강우일 주교가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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