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하던 원희룡, '협치정책실' 왜 한발 물러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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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하던 원희룡, '협치정책실' 왜 한발 물러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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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직급 '4급'으로 하향 조정...여론부담에 일단 후퇴?
'자신만만' 정면돌파 의지, 싸늘한 의회분위기에 선회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의 첫 조직개편안의 핵심으로 꼽혔던 '협치정책실'의 실장 직급을 3급(부이사관)에서 4급(서기관)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원 도정이 일단 한발 물러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 최종안을 마련해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헤드라인제주>

최초 입법예고안과 비교해, 도지사 통합보좌기능을 맡을 '협치정책실'의 실장 직급 하향조정, 그리고 신설되는 국제통상국의 담당(5급) 부서로 격하될 예정이던 'FTA대응추진팀'을 원래대로 농축산식품국 산하에 두기로 한 것이 재조정된 내용의 핵심이다.

두번째 FTA대응추진팀은 농어업인단체의 반발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관심을 끄는 것은 출범초기 원 지사가 시종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온 '협치정책실' 신설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는 점이다.

당초 3급(부이사관) 직급의 실장을 중심으로 4급(서기관)과 5급(사무관) 상당 정책보좌관, 도서특보, 특보보좌역 시간제공무원, 유관기관 파견인력 등으로 구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조직개편안이 제시되자 언론에서는 실장의 직급을 현 도청 국장급과 같고, 비슷한 업무의 정책기획관(3급 또는 4급) 보다는 높아 '막강파워' 내지 '옥상옥' 논란에서 부터, 기존 공직라인과의 업무중첩에 따른 문제, 또 기존 공직부서의 정책 기획.입안 기능의 위축 등의 우려를 제기했다.

원 지사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구 의장이 우려를 표명하자, 단호한 어조로 "국회에서도 심부름시키고, 그 넓은 네트워크를 관리하려면 그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 손발을 뽑지 말라고 하면 원희룡을 왜 뽑았나"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그럴거면 원희룡을 왜 뽑았나"라는 반문은 방송대담 등에서도 나왔다. 자신의 뜻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강한 주문이다.

지역언론에 대해서는 "취재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기사를 쓴다"면서 노골적 폄훼발언까지 쏟아냈다.

지난 10일 열린 제31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도정업무보고에 즈음한 인사말에서 "새로 조직된 협치정책실은 도지사 보좌기구"라며 "폭넓은 자료취합과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제가 올바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보좌진"이라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옥상옥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지만, 협치정책실은 저의 업무에 대한 보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강한 반론을 폈다.

제주도청 해당부서에서도 도의회에 '중앙절충 업무' 등을 위해 3급 직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조직개편안의 '정면돌파'는 예견됐다.

하지만 꼭 일주일 후인 17일, 제주도정은 협치정책실의 직급 하향 조정하기로 급선회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실장의 직급이 기존 공무원 체계에 부합되지 않고, 도의회와 언론에서 지적한 우려를 반영해 3급에서 4급으로 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종전의 반론과는 다른 것이다. 특히 '기존 공무원 체계에 부합되지 않고'라는 말은 제주도에서 이전에 강조해 온 논리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실제 원 지사는 한 방송대담에서 "(협치정책실이) 공무원 조직을 지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공무원들과의 갈등이나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만약 충돌.갈등을 일으킬 공무원이라면 정리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협치정책실과 갈등.충돌을 일으키는 공무원은 정리 조치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다.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던 원 지사가 뒤늦게 기존 공무원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후퇴 명분'을 삼은 것은 논리모순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 도의회와 언론에서 지적한 우려를 반영했다는 부분도, 종전 구성지 의장과의 대면때 밝혔던 입장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당시 원 지사는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을 '나쁜 언론'으로 매도하는 듯한 발언을 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볼 때, 원 지사의 이번 한발 물러선 듯한 입장선회는 도의회와 도민사회 여론이 갑작스럽게 안좋게 흘러가는 기류를 감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도의회의 경우 원 지사가 본회의장에서 협치정책실의 타당성을 강조한 바로 다음날부터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직급의 문제에서부터 협치정책실이 기존 공직라인과 충돌할 문제까지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여기에 '무늬만 공모' 형식의 행정시장 인선 문제, 이지훈 제주시장의 비자림 인근의 건축물과 관련한 논란 확산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 등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조직개편안을 원안대로 제출할 경우 도의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결국 원 지사의 입장선회를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직급 하향 조정이 도의회와 관련된 당면 문제들이 '퉁'으로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의회는 제주도가 조직개편안을 제출한 이날 시간적인 촉박함을 들며 이명박 정부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박정하 정무부지사 내정자의 인사청문 요청을 철회해줄 것을 요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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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14-07-17 19:24:35 | 175.***.***.232
출범초기부터 엉성하네요
말은 아끼고 귀는 활짝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