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언론 발언' 유감...비판없는 언론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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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언론 발언' 유감...비판없는 언론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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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원희룡 '협치시대'와 지역언론, 쏟아낸 말의 책임
'취재도 하지 않고 쓰는', '진실.정도 아닌'...발언 근거는 뭔가?

원희룡 제주도지사.<헤드라인제주>
1.

'협치(協治) 시대'의 새로운 도정의 출발을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불편한 심기를 담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유는 한가지인 것 같다. 자신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자꾸 왜곡되거나 다르게 전파된다는 것이다.

지난 방송 대담 등에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라는 완곡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조금씩 구체성을 더하며 감정을 토해내고 있다.

7일 간부회의 석상에서는 "근거없는 소문이나 추측, 도정업무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직자가 중심을 잡아달라"며, '근거없는 소문', '추측' 등이 나돌고 있음을 언급했다.

근거없는 소문의 정체는 '협치'의 운영방법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에서부터, 도정 초기 인선에 대한 잡음 등과 연관된 것으로 보였다.

원 지사는 8일 도의회 의장단 접견 자리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도정과 관련된 논란의 원인이 언론에 있음을 직접 꼬집었다.

의장단이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협치정책실'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자, 원 지사의 '거침없는 발언'은 이어졌다.

"언론이라면 진실과 정도(正道)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언론에서 취재를 해서 써야지, 물어보지도 않고 쓰나. 저한테 직접 와서 물어보라."

"있는 것 갖고 비판하면 얼마든지 수용한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는데 문제가 되니 이해가 안된다."

원 지사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해보면, 언론은 협치정책실과 관련해서 '진실과 정도'에 반해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또 취재도 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 썼다'는 부분도 마치 기자가 '소설'을 가공하고 있다는 항변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으로 도의회 의장단 앞에서 원 지사의 체면은 크게 섰을지 몰라도, 언론의 순수성은 여지없이 짓밟혀진 느낌이다.

2.

그럼, 발언이 나오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협치정책실'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한 원 지사의 발언, 이는 과연 전후맥락을 정확히 짚은 '진실'을 토대로 한 것일까.

이 내용이 처음 알려진 것은 민선 6기 제주도정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던 지난 3일.

당시 제주도정은 기존 도지사 직속의 정책특보실의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의 '협치정책실' 신설방안을 제시했는데, 보도자료를 생산하고 브리핑을 한 담당부서 공직라인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구체적 조직설계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있었다.

실장의 직위가 별정 3급(부이사관)이고, 그 밑에 정책보좌관들과 함께 외부 유관기관에서 전문인력 1명씩이 차출돼 배치된다는 것이다.

원 지사는 '취재도 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라고 했지만, 이와 관련된 보도는 공식 브리핑과 해당 부서를 통한 추가적인 취재과정에서 나온 근거있는 소스를 토대로 한 것이다.

브리핑을 한 공직자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언론 취재과정은 도지사에 의한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 발언 맥락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오히려 역으로 원 지사는 어떤 근거로 '취재도 하지 않고, 물어도 보지 않고'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분명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3.

두번째, 설령 협치정책실 논란에 대한 언론보도가 팩트 외의 관점이 가미된 것 때문에 한 발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

'막강파워 조직', '옥상 옥', 그리고 기존 공직라인과의 업무중첩에 따른 문제, 또 공직라인 국장급과 동일한 3급 직위의 협치정책실 등장으로 기존 공직부서의 정책 기획.입안 기능의 위축 우려, 단순한 도지사 직속의 보좌기능이라면 굳이 실장 직위를 고위직인 3급으로 격상한 이유 등등 언론에서 제기한 관점은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고 있다.

이 정도의 문제제기가 과연 진실하지 못하거나, 정도를 걷지 못하는 언론으로 평가절하 돼야 할 심각한 문제인가.

논란 사안을 바라보는 원 지사의 시각은 지난 6.4지방선거 과정에서 대학생 특강 자리에서 일부 표출된 바 있다.

언론과 정치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을 묻는 질문에, 원 지사는 언론이 심판의 역할이 아니라 선수로 뛴다거나, 논란 거리도 아닌데 해당 언론만 '논란이 되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사례를 든 적이 있다.

이는 '바른 언론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좋게 해석됐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언론 폄훼로 전해지기에 충분하다.

'진실, 정도'라는 말까지 꺼내들면서, '취재도 하지 않고, 물어보지도 않고'라는 쓴소리는 도지사가 지역언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언론이 정도가 아닌 또다른 의도나 목적을 갖고 논란을 부추겼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어 행한 발언이었다면 그 사례를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이다.

민선 6기 제주도정을 위해 '비판없는 사회', 맹목적으로 발표 내용만 받아쓰는 언론을 원하는지. 또 그것이 진정 제주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인지, 원 지사의 '진심'이 사뭇 궁금하다.

4.

물론 의장단과 대화과정에서 말의 함축적 표현으로 일부 '오해'가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말의 지나침이 크다.

말미에 "신문 안본다. 전혀 안본다. 앞으로도 보지 않을 것이다"는 발언 역시 원 지사의 진심이 궁금하다.

신문을 보게 되면 해당 기자에 대한 선입관을 가질 수 있어 안본다는 것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비판에 대한 지나친 경계 혹은 '신문없는 정부'를 원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혼란스럽게 한다.

한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협치의 개념이나 협치정책실 논란, 민간보조금,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 등에 있어 원 지사는 방송대담 등을 통해 '오해가 있다'는 표현을 자주 썼지만, 이는 언론보다는 최초 메시지를 발표하는 주체의 책임이 더 크다.

새도정준비위원회(인수위원회)에서 협치위원회 구성방안을 발표할 때 받았던 느낌과, 최근 방송 대담에서 설명한 협치의 구상설명은 느낌의 차이가 크다.

새도정준비위에서 문화예술분야 '100% 정액보조'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취임후 민간보조금의 잘못된 관행 개선을 강조한 것도 내부혼선의 사례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왜곡 내지 잘못 전달되는 부분이 있다면, 마냥 언론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최초 전하는 쪽에서 미흡함은 없었는지도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진실과 거짓을 자의적 잣대로 구분하며 꼬집는 것은 판단의 오류가 생길 개연성이 크다. 또한 지역언론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고전적 언론자유철학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진실과 거짓이 사상의 공개시장 속에서 논쟁하게 하면서 자율적 교정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쪽이 사회여론의 건강함을 도모하는 방법일 수 있다.

지역언론에 대한 발언, 의장단 접견 말미에 "너무 이미지 관리 하는 것 아닌가. 다투기도 해야 사람 사는 사회지..."라는 구성지 의장의 뼈있는 말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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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2014-07-10 15:24:31 | 211.***.***.28
요즘 최고의 인터넷신문... 멋져부러...

새로운 스타일 2014-07-10 12:23:57 | 112.***.***.11
지역언론 이토록 내무리는데 도민들 대하는 마음은 진심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7-09 22:26:52 | 125.***.***.182
가벼운 말때문에 제대로 망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연주의 2014-07-09 19:22:49 | 14.***.***.123
살아있네요 ~ 헤드라인제주!!!
모쪼록 앞으로도 비판할때 비판할줄 아는 진정한 언론이 되주세요~
그럼 도민들의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는 언론사가 될것이며
더욱 발전하리라 확신합니다.
헤드라인제주 파이팅!!!

사실... 2014-07-09 16:30:27 | 211.***.***.28
사실 언론의 횡포라는 것도 있다. 언론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의 언론도 펜을 칼보다 더 무섭게 휘두른다. 기자가 감정이 섞이면 그 누구도 당해낼 재간이 없지. 그래도 헤드라인은 기본은 있는 언론이다

원흉시대 2014-07-09 11:57:00 | 112.***.***.116
협치는 MB가 광복절 경축사에서 인용한 말 협치를 펼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마음데로 해먹어 버린인간 원지사가 인용하니 아이러니하군요.제주호가 어디로 갈가 요?헤드라인제주 파이팅...


전형적 정치인 2014-07-09 11:38:45 | 27.***.***.192
12년 동안 구케이언 때는 입법도 없었고
MB실세 때는 권모술수에 언론장악 하는 방법은 식은죽 먹기고
협치는 남경필이 한테 어렴풋이 배웠지만 본인은 진정성 없고
그게 다~ 중앙에서 못된것만 배워가지고.. ㅉㅉ

철옹성 2014-07-09 09:57:00 | 118.***.***.130
예리하게 작성하신 분석기사 굿! 입니다.
아직 지역 언론이 죽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그래도 위안이 됩니다.
헤드라인 만은 앞으로도 살아있는 지역 언론으로써의 선봉 역할이 되어주시기를... 요즘 언론이 너무 침묵을 지키고 있어 답답합니다.감사합니다.

도민이란 2014-07-09 08:38:17 | 121.***.***.92
도지사는 도민이 물어보기전에 먼저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른다고 무시하고 물어보지 않는다며 거짓 무리로 폄하할게 어니라고 봅니다 지금의 상황은 소통없고 권위적인 청와대와 닮은 듯 열려있다고 하면서도 싫은소리 절대 못참는 알량한이들..,

참을수 없는 가벼움 2014-07-09 08:07:46 | 175.***.***.1
언론을 탓하면서도 말은 너무 툭툭 튀어니오면서 상처를 주는가 같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