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획관' 유명무실화...국장급라인은 '실무형' 전락?
'협치(協治)'를 통한 새로운 정치 실현을 모토로 내걸고 출범한 원희룡 민선 6기 제주도정이 3일 도지사 직속으로 '협치정책실'을 설치키로 해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3일 이같은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담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 및 공무원 정원 조례안 등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협치정책실'은 외형상 기존 도지사 직속의 정책특보실의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제주자치도는 "그동안 도지사를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정책특보 및 도서지역 특보들이 부서별로 소속을 달리하고 있어 보좌기능이 일부 미비한 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정책보좌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협치정책실'로 통할 만큼, 이 직제가 갖고 있는 위상은 '막강 파워'로 서열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재홍씨(전 제주의소리 편집국장)가 인선될 것으로 알려진 협치정책실장의 직급이 현 국장급 라인과 같은 별정 3급(부이사관)으로 파격적이다.
또 협치실 내에는 기존 정책특보 2명과 도서특보 2명은 물론, 임기제 시간제 공무원 2명, 그리고 전문위원 문화예술재단, 제주관광공사, 제주테크노파크 등에서 근무지원 형태로 전문가 1명씩 차출해 배치하면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정책보좌관 2명에는 원 지사 국회의원 시절 호흡을 맞췄던 비서관 출신의 라민우씨와 김재선씨가 임용됐다.
여기에 정책보좌관을 보좌할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단순한 정책보좌기능의 강화라기 보다는 사실상 공직라인의 '정책조정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감안한 재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기존 공직라인의 정책입안 및 조정 기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도지사 직속으로 정책보좌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정책조정 기능을 담당해 온 기획관리실내 정책기획관(4급) 정책기획업무와 혼선이 우려된다.
협치정책실과 상당부분 업무가 중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지난 2일 첫 도정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자신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등이 임용되는 것과 관련해, "밖에서 데려오느냐 하는데, 저와 손발을 맞춰서 지근거리 보좌할 사람만 데려온다"면서 이번에 임용된 직원들은 공직라인과는 별개로 보좌역할만 두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원 지사의 이 말과 달리,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는 제주도청의 최고 정책기획 및 입안, 조정 기능의 관문은 협치정책실로 통할 수밖에 없다.
정책기획관 보다도 서열상 확실한 우위에 있는데다, 도지사 직속기구라는 점에서 국장급 라인에서는 협치정책실과 우선적으로 정책협의를 해 나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현 국장급 라인을 '실무형'으로 전락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요 현안이나 이슈 대처, 그리고 새로운 정책입안에 있어서도 스스로 창의적인 내용을 내기 보다는 협치정책실과 우선적 협의를 하려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서실장(4급)이나 정책기획관보다도 서열상 위에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갖춘 조직인 협치정책실의 등장에 기존 공직라인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직내부에서 '옥상옥' 조직신설이란 논란이 되는 협치정책실은 이달말 도의회의 조직개편안 심의과정에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